심각한 표정의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 /AP-뉴시스
심각한 표정의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 /AP-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전격 해임했다. 임명된 지 1년 6개월 만의 일이다. 안보분야 정책수립에 있어 의견 차이가 적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대북 슈퍼매파로 불릴 정도로 강경노선을 펼쳤던 볼턴 보좌관이 경질된 만큼, 향후 북미대화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각)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지난 밤 볼턴에게 그의 근무가 더는 필요하지 않다고 알렸다”며 “나는 그의 많은 제안을 강하게 반대했고, 행정부의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의 노고에 감사하며, 다음 주 새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도 볼턴 보좌관과 의견 차이가 적지 않았음을 인정했다. 10일 백악관 공동브리핑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며 “대통령은 언제든 자신이 원하는 사람과 일할 권리가 있다”고 했다. 경질 배경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진 않았지만, “볼턴 보좌관과 의견이 수차례 달랐던 적이 분명히 있었다”고 말했다.

대북 강경파 볼턴 보좌관의 경질로 북미 대화가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국내 대북 관련 전문가들은 올해 2월 하노이 북미협상의 결렬된 유력한 배경으로 볼턴 보좌관의 반대를 꼽았다. 실제 볼턴 보좌관은 협상 결렬 후 자신이 북한에 일괄타결식 ‘빅딜’을 제안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단계적 비핵화’를 원했던 북한과 맞지 않았던 부분이다.

미국 내에서도 북미 대화 기류의 변화를 예상하는 의견이 적지 않다. 미국의소리방송에 따르면,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더 적극적인 대북 유화정책을 펼치 있을 것”이라고 했고, 스콧 스네이더 미 외교협회 국장은 “북미 협상의 걸림돌 일부가 제거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볼턴 보좌관이 하노이 회담 이후 북미대화에 깊이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북미 대화는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스티브 비건 대북특별대표의 주도 하에 이뤄져 왔는데, 현재까지도 협상팀 구성은 변함이 없다. 북한도 볼턴 보좌관이 아닌 폼페이오 장관의 협상 방식을 주로 비판해 왔었다.

한편 북한은 9월 하순 경으로 시기를 특정해 미국과의 대화재개 의사를 밝혔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 9일 담화문을 통해 “우리는 9월 하순경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미국 측과 마주앉아 지금까지 우리가 논의해온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가 있다”며 “미국 측이 조미쌍방의 이해관계에 다같이 부응하며 우리에게 접수 가능한 계산법에 기초한 대안을 가지고 나올 것이라고 믿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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