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뉴시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바른정당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바른미래당 비당권파가 추석 이후 손학규 대표를 향한 전방위적 사퇴 압박을 가하고 있다. 손 대표의 거취를 놓고 당 내홍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표직을 꿋꿋이 유지하고 있는 손 대표의 의중에 관심이 쏠린다.

17일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는 손 대표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유의동·이혜훈·지상욱·김수민 의원 등은 손 대표의 '추석까지 당 지지율 10% 미만 사퇴' 약속을 거론하며 대표직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이날 지상욱 의원은 "손 대표의 무능하고 구태한 리더십 실종을 남 탓으로 돌리는 분을 모시고 당을 이끌어 가기 어렵다"고 했다. 이혜훈 의원도 "손 대표는 자신의 말을 행동으로 지키지 않는 조국과 본질적으로 동일하다"며 "손 대표가 조국 퇴진을 외치는 것은 자기 얼굴에 침 뱉기"라고 비판했다.

전날인 16일에도 당내 최다선 의원인 정병국 의원이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손학규 대표는 패권, 패거리에 의존한 문재인과 다를 바 없다"며 "문 정권과의 싸움은 손 대표의 사퇴로부터 시작된다"고 했다.

손 대표는 이미 사퇴 의사가 없음을 대내외적으로 밝혔다. 손 대표가 당권을 내려놓지 않고 버티는 표면적 이유는 비당권파에 의해 바른미래당이 자유한국당과 연대 내지 흡수통합되는 상황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권파 측 바른미래당 고위 관계자는 "손 대표가 대표직을 고수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른정당계 분들이 한국당과 당을 통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라며 "한국당과의 통합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퇴진은 있을 수 없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저조한 당 지지율에 손 대표의 책임이 없다고 볼 수 없지만 지난 수개월 간 사퇴를 요구한 비당권파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중요한 건 내분이 아니라 조국 사태로 나라 전체가 흔들리고 있는데, 단일대오해서 뜻을 이루는 게 아니라 서로 싸우는 모습을 국민께 보여드려 송구스러울 따름"이라고 했다.

그는 "손 대표는 자신이 사퇴할 경우 한국당과 합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고, 현재 독일에 있는 안철수 전 대표의 의중을 명확히 모르는 상황에서 사퇴 압박을 버티고 이겨내지 않으면 '제3지대'가 존립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어 "비당권파는 손 대표가 사퇴했을 때 대안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밝힐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바른미래당은 당권파 내에서도 손 대표 단독체제로 내년 총선을 치르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당권파 측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손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르자는 것에 대해 당내에서 공감대가 많지 않다"며 "손·안·유 체제는 동의할 수 있지만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간단하게 풀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손 대표만으로 총선을 치른다는 생각은 다들 하지 않는다"며 "당에 인재들이 있는데 총선까지 다들 함께 해야 하지, 손 대표 체제로만 총선을 치르겠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들이 손 대표와 함께하길 기대하고 있는 유승민 전 대표는 손 대표와 당 정체성을 놓고 대척점에 서 있어 화합이 어려운 상황이다. 독일에 있는 안철수 전 대표 역시 손 대표의 연락에 무응답으로 일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내홍이 길어지면서 일각에서는 손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안정적인 비례대표 순번을 보장받기 위한 방편으로 당권을 쥐고 있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다. 총선까지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손 대표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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