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뉴시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바른미래당의 내분이 점입가경이다. 퇴진파는 하태경 의원 징계를 손학규 대표가 바로잡지 않으면 '중대 결단'을 내리겠다고 경고하는 한편, 무기한 버티기에 들어한 손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서는 퇴진파의 징계 철회 요구가 일부 모순적이며, 이 과정에서 이들이 거론하는 당헌당규가 무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재훈 바른미래당 사무총장은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하 의원의 징계 자체가 원천 무효이고, 징계 내용이 부당하고 의도가 불순하다는 주장에 대해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윤리위원회 결정은 당헌당규상 하자가 없고, 절차적으로도 깔끔히 마무리 됐다"고 말했다.

임 사무총장의 이같은 발언은 전날 당내 퇴진파 15명 의원(권은희·김삼화·김수민·김중로·신용현·오신환·유승민·유의동·이동섭·이태규·이혜훈·정병국·정운천·지상욱·하태경)이 국회에서 하 의원의 징계는 무효이며, 징계를 의결한 윤리위 배후에 손 대표가 있다는 취지의 성명서를 발표한 데 따른 대응이다.

퇴진파는 손 대표의 '추석까지 당 지지율이 10% 안 되면 사퇴하겠다'는 약속을 빌미로 추석 직후부터 연일 사퇴하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지난 18일 윤리위의 하 의원 징계와 맞물려 퇴진파가 분노를 노골적으로 표출하는 상황이다. 다만 당내 관계자들 사이에선 하 의원의 징계가 과도하다는 입장도 있으나, 퇴진파 주장의 논리적 모순과 징계 직후 당헌당규상 소명 절차가 있음에도 사실상 무시되고 있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예컨대, 퇴진파는 성명서에서 "손 대표가 당권 유지를 위해 윤리위를 동원해 반대파를 제거한다고 밖에 볼 수 없다"며 "손 대표는 잘못된 징계 결정을 즉각 바로잡아야 한다"며 하 의원에 대한 손 대표의 징계 철회를 요구했다. 그러나 만약 손 대표가 퇴진파 주장대로 윤리위 징계를 철회하거나 철회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당헌당규상 징계 사유인 당 대표의 윤리위 개입이 된다.

이와 관련, '중립'이라고 밝힌 바른미래당 고위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한마디로 앞뒤가 안 맞는 소리"라며 "하 의원이 재심 신청을 하고 윤리위에 소명하는 게 알맞는 절차다. 나도 (하 의원) 징계는 동의하지 않지만, 문제 제기 방식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윤리위가 재심하는 과정에서 당 화합을 위해 징계를 대폭 축소시킬 수도 있다"며 "정치니까 그렇게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당 대표에게 윤리위 결정을 철회하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한 요구"라고 지적했다.

당권파 측 바른미래당 관계자 또한 "징계에 대해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절차가 있음에도 당 대표에게 윤리위에 개입해서 징계를 철회하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아예 윤리위원회의 합법성을 부정하는 것 같다"며 "(퇴진파의) 숫자가 많다고, '당헌당규보다는 힘이 우선이니 대세에 따르라'는 것으로 보여 유감스럽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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