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논란을 둘러싸고 찬반 여론이 팽팽한 가운데, 정치권이 장외집회를 세 대결로 몰고 가면서 정치가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 뉴시스
조국 법무부 장관 논란을 둘러싸고 찬반 여론이 팽팽한 가운데, 정치권이 장외집회를 세 대결로 몰고 가면서 정치가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싸고 여론이 두 갈래로 나뉘었다. 보수성향의 정당과 시민단체는 광화문에서 ‘조국 반대’ 집회를 열었고, 진보성향의 시민들은 서초동에서 ‘검찰개혁’을 외쳤다. 양측 집회 모두 적지 않은 인원이 모이면서 여야의 대립이 장외대결 양상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오히려 사태를 수습해야 할 정치권이 세 대결을 조장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4일 정치권에선 서초동 집회와 광화문 집회를 비교하는 발언이 쏟아져 나왔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우리는 상식과 양심, 합리의 국민이 여전히 대한민국 절대 다수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며 “광화문 앞에서 시작해 세종대로 사거리를 지나 서울시청 광장과 대한문 앞을 넘어서 숭례문에 이르기까지 서울 도심은 그야말로 ‘상식’과 ‘정의’의 물결이었다. 서초동 200만 선동을 판판히 깨부수고 한 줌도 안 되는 조국 비호세력의 기를 눌렀다”고 자평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서초동 촛불집회는 깨어있는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진 것이다. 한국당의 (광화문) 폭력집회는 당의 총동원령, 종교 단체, 이질적 집단들이 함께 동원해서 만든 ‘군중동원 집회’다”라며 “서초동 집회는 다시 한 번 하나 된 국민의 힘을 보여줬다면, 한국당 폭력집회는 여러 극우세력이 선명성 경쟁을 하듯 서로 다른 주장들을 외쳤다. 일각에서 ‘국론분열 프레임’으로 몰고 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서초동 집회와 광화문 집회를 같은 맥락에서 비교하지 말라는 ‘조언’으로 읽힌다.

이 같은 ‘광장정치’는 국회의 ‘빅 이벤트’ 중 하나인 국정감사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는 서초동 집회와 광화문 집회 참가인원에 대한 경찰 추산 집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경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촛불집회 이후 공식적인 참가인원 집계를 하지 않고 있다.

김성태 한국당 의원은 “경찰이 자체적으로 인원을 집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지난달 28일 서초동 집회와 3일 광화문 집회 참가 인원을 제출하라”고 민갑룡 경찰청장에게 요구했다. 소병훈 민주당 의원은 “서초동 집회에서는 단 한 건도 폭력이 없었는데 광화문 시위에서는 일부 경찰 폭행 등 폭력사고가 발생했다”며 “(광화문 집회는) 정치적 의사 표시를 위한 일상적 평화집회 수준을 넘어섰다. 법을 어긴 이들을 조사해 엄정히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 “태풍, 돼지열병… 민생 심각한데 ‘숫자놀음’만”

경남 지역이 심각한 태풍 피해를 입었고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축산농가 피해도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이 장외 여론에만 골몰하고 있는 모습을 꼬집는 내부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국회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연이은 가을 태풍과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국민의 상심과 피해가 매우 크다. 국민은 국회와 정치권을 바라보고 있는데 국회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참담한 심정”이라며 “민생은 내팽개치고 진영싸움에 매몰돼 국민을 거기로 내몰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쓴소리를 냈다. 이어 “국회가 갈등과 대립을 녹일 수 있는 용광로가 되어도 모자랄 판에 이를 부추기는 행태에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당장 오늘 국회가 없어진다고 해도 국민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을 상황을 스스로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문 의장은 “정치 지도자라는 분들이 집회에 몇 명이 나왔는지 숫자놀음에 빠져 나라가 반쪽이 나도 관계없다는 것 아닌가. 국민의 분노에 가장 먼저 불타 없어질 곳이 국회라는 것을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며 “서초동과 광화문의 집회로 거리에 나선 국민의 뜻은 충분히 전달되었다. 여야 정치권이 자중하고 민생과 국민 통합을 위해 머리를 맞대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정당에서 몇 명이 모였다고 공개적으로 발표를 하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오히려 불신을 낳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지원 무소속(대안신당) 의원은 “민주당도 한국당도 반성해야 된다. 200만, 300만(이 모였다고 하는데) 거기에 들어가지 않은 나머지 4,500만 국민은 뭔가”라며 “대의정치인 국회에서, 정치권에서 코피가 터지더라도 거기에서 해결해가야 한다. 지금 민생경제, 청년실업, 4강 외교, 북미관계 이런 것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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