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감행한 페르노리카코리아가 적자 전환됐다. / 페르노리카코리아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감행한 페르노리카코리아가 적자 전환됐다. / 페르노리카코리아 홈페이지 갈무리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위스키 명가 페르노리카 한국법인이 수렁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노사 갈등이 극에 달한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맞이한 실적난을 구조조정으로 돌파하려다 14년 만에 적자 전환되는 순간을 맞았다.

◇ 악재 도미노… 멀어지는 위스키 명가

첩첩산중이다. 연이은 악재로 흠집이 난 페르노리카코리아의 명성이 좀처럼 복구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급기야 지난해 적자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6월 결산) 페르노키라코리아는 1,03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매출 규모는 전년과 대동소이 하지만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다. 매출이 예년 보다 200억 가량 감소한 가운데서도 200억에 가까운 흑자를 남겼던 페르노리카코리아는 74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페르노리카코리아가 적자 전환된 건 6월 결산법인으로 전환하기 직전인 지난 2004년 이후 14년여 만이다.

원가 변동이 크게 없는 상황에서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선 건 판관비 부담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2017년 601억원을 판관비로 쓴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지난해 동일 항목에 867억원을 지출했다. 1개년 사업 년도 만에 판관비가 44% 늘어나는 이례적인 일이 발생한 것이다. 그 배경에는 퇴직금이 자리 잡고 있다. 2017년 9억원 수준이던 퇴직금 계정과목이 97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전년 대비 70억원 많은 436억원이 광고선전비로 집행된 것도 실적을 잡아먹은 데 한 몫 했다.

페르노리카코리아가 적자 성적표를 받아든 건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지난해 페르노리카코리아는 매출 감소 등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들었다. 노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270명(비정규직 포함)에 달했던 직원 규모를 100명 수준으로 감축했다. 구조조정은 지난 3월 마무리 됐는데, 당시 퇴직한 직원들에게 지급한 퇴직금이 6월 결산을 압두고 회계장부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페르노리카코리아가 노사 갈등을 무릅쓰고 대규모 구조조정을 감행한 배경에는 회사 내 불만의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한 성격도 있었다는 게 업계 일각의 시각이다. 지난해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영업을 총괄해오던 임원의 성희롱 등 갑질 논란이 불거졌을 때 별다른 인사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회사 안팎에서 거센 비판을 받았다. 오히려 사태를 지혜롭게 매듭지어야 할 장 투불 대표는 논란이 된 임원을 두둔하는 등 납득하기 힘든 리더십으로 노사 갈등을 고조시켰다.

이와 관련해 페르노리카코리아 관계자는 “보다 효율적인 조직과 새로운 전략을 바탕으로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소비자 중심의 회사로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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