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두번할까요’(감독 박용집)가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리틀빅픽처스
영화 ‘두번할까요’(감독 박용집)가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리틀빅픽처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다. 결혼식도 아닌 이혼식을 열어 망신을 주더니 이혼 6개월 만에 나타나 교통사고 뒤처리부터 청소, 빨래 등 집안 살림까지 시켜댄다. “할 말이 있다”며 무작정 전 남편 회사로 찾아가더니 “심심하다”는 이유로 질척 또 질척이다. 전 남편이 참다 참다 폭발하자 “나쁜 놈”이라고 원망만 쏟아낸다.

전 남편은 또 어떤가. 이혼 후 기다렸다는 듯이 싱글라이프를 만끽하더니, 다시 만난 엑스와이프의 상황을 외면하지 못한다. 스스로 호구가 되기를 자처하지만, 자신의 자유로운 일상이 방해를 받자 못된 말을 쏟아내며 한때 사랑했던 여자의 가슴에 못을 박는다. 그런 그녀가 자신의 고교 동창과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자 쿨 한척 행복을 빌더니, 결정적 순간에 울고불고 매달린다. “너 없이 안 되겠다”고 “제발 다시 시작하자”고.

아무리 이해하려고 애를 써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두 남녀의 로맨스를 그린 영화 ‘두번할까요’(감독 박용집)가 베일을 벗었다. 이혼식이라는 파격적인 소재와 배우 권상우·이정현·이종혁의 조합으로 관객 취향 저격에 나섰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혼식이라는 파격적 소재를 내세운 ‘두번할까요’ /리틀빅픽처스
이혼식이라는 파격적 소재를 내세운 ‘두번할까요’ /리틀빅픽처스

‘두번할까요’는 생애최초 이혼식 후 N차원 와이프 선영(이정현 분)에게서 해방된 현우(권상우 분) 앞에 이번에는 옛 친구 상철(이종혁 분)까지 달고 다시 그녀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세 남녀의 싱글 라이프를 다룬 코믹 로맨스다.

시작은 나쁘지 않다. 턱시도와 드레스를 멋지게 차려입고 결혼식이 아닌 이혼식에 참석한 현우와 선영. 그들의 이혼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하객들의 모습이 신선하고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하지만 그뿐이다. 시작만 신선할 뿐, 뻔한 전개가 예상한 대로 흘러가고 그 짜임새도 헐겁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 설정이다.

‘두번할까요’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권상우(위 왼쪽)와 이종혁, 그리고 이정현(아래) 스틸컷. /리틀빅픽처스
‘두번할까요’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권상우(위 왼쪽)와 이종혁, 그리고 이정현(아래) 스틸컷. /리틀빅픽처스

특히 여주인공 선영이 그렇다. 이기적이고, 지나치게 의존적인 선영은 이혼하고도 현우에게 모든 것을 의지한다. 이미 남이 된 사이지만, 그의 일상에 아무런 거리낌 없이 침범한다. 선영의 납득할 수 없는 행동들에 분명 이유가 있을 거라 기대했지만, 사연 따윈 없었다. 선영은 그냥 ‘진상’이었다. 

현우도 못지않다. 선영을 향한 애정이라곤 털끝만큼도 남아있지 않는 것처럼 굴더니, 그녀와 고교 동창 상철이 결혼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곤 한달음에 식장으로 달려간다. 그리곤 다른 이들의 새로운 시작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하객들 앞에서 무작정 자신의 감정을 고백한다. 내가 갖기는 싫고 남 주기는 아까운 사랑을 되찾기 위한 현우의 행동은 경솔을 넘어 무례함까지 느껴진다.

주인공에 몰입도가 떨어지니 웃음도, 감동도 없다. 이에 112분이라는 러닝타임이 길게만 느껴진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2004) 이후 재회한 권상우와 이종혁은 무난한 활약을 펼치고, 첫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한 이정현은 과하다. 오는 1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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