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 임직원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 외화 채권의 발행 주관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수출입은행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방문규 수출입은행장이 심란한 처지에 몰렸다. 취임한 지 보름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심란한 구설이 불거져서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 외화 채권의 발행 주관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임직원들이 부당한 채용 청탁을 했다는 논란이 제기된 것이다. 취임하자마자 골치 아픈 이슈를 마주한 모습이다.  

◇ 임직원, 해외 투자은행에 주관사 선정 대가 채용 청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9월 영국계 투자은행인 바클레이즈에 해외부패방지법(FCPA) 위반 혐의로 벌금 630만 달러를 부과했다. 2009년 채권 발행 주관사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고객사 임원의 자녀나 지인을 인턴이나 정직원으로 채용한 사실이 적발돼서다. 

최근 KBS 보도를 통해 해당 채용 비리 논란에 한국의 공기업이나 국책은행 임원이 연루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SEC는 해당 공기업과 국책은행의 실명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부정 청탁 경위를 조사 보고서에 상세히 적었다.  

SEC 홈페이지에 공시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바클레이즈는 2009년 4월 한국의 모 공기업 최고 결정권자의 아들을 인턴으로 채용했다. 이후 바클레이즈는 국내 공기업의 10억 달러 규모 외화채권을 발행하는 주관사로 선정됐다. 수수료로 97만 달러(약 11억원)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논란이 불거진 후, 수출입은행은 사실 관계 파악에 나섰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SEC 공개한 보고서를 확인한 후,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있는 단계”라며 “오래 전 일이고, 당시 담당자들이 퇴사한 상태가 어려움이 있지만 경위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로 확인될 경우, 파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일각에선 국제적인 망신살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수출입은행은 잇따라 구설에 휘말린 상태라는 점에서 이번 이슈가 더욱 골치 아플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경찰은 수출입은행이 외화 표시 채권을 발행하는 과정에서 주간사를 부당하게 선정한 정황을 포착해 내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서 내사가 진행 중이다. 경찰은 수출입은행 직원들이 증권사 등으로부터 부적절한 접대를 받고 주간사를 선정해준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월 감사원은 수출입은행이 2014년부터 5년간 17차례에 걸쳐 외화표시채권을 발행하는 과정에서 주간사 선정 절차를 어기고 증권사를 사전에 내정했다며 관련 직원을 문책하고 주의 조치를 내린 바 있다. 

방문규 수출입은행장이 취임하자마자 악재를 마주하게 됐다. /수출입은행

이에 대해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감사원은 지적한 절차상 문제점을 시정조치하고 관련 직원의 징계 조치를 마친 단계”라며 “감사원 조사 과정에서 임직원 향응 수수 의혹과 관련 내용은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경찰이 내사 중인 건인 만큼 뭐라 말하긴 어렵지만 현재로선 관련 의혹이 대해 확인된 내용은 없다”고 강조했다.  

일련의 논란은 이제 막 취임 첫발을 뗀 방문규 행장의 어깨를 무겁게 할 전망이다. 방 행장은 이달 1일 수출입은행장에 공식 취임했다. 수출입은행은 국내 기업의 해외 수출과 수주, 투자에 금융 지원을 하는 정책금융기관이다. 산업은행과 함께 국내 국책은행을 대표하는 곳 중 하나다. 이번 이슈는 기관의 신뢰도를 흔들 구설이라는 점에서 그의 발걸음을 무겁게 할 전망이다. 

한편 논란이 불거진 후, 방 행장은 사실 관계 조사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사실 관계를 명확하게 알아보라고 지시했다”며 “문제가 드러난다면 시스템을 개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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