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운용사인 알펜루트자산운용도 일부 펀드의 환매 연기를 결정했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사태의 후폭풍이 거세다. 다른 자산운용사에서도 환매 중단 사태가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중견 헤지펀드 운용사인 알펜루트자산운용사가 일부 펀드의 환매 연기를 결정하면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 대형 증권사들이 라임자산운용 사태 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자산운용사에 대한 자금 회수에 나서면서 업계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 라임자산운용 이어 알펜루트도 환매중단  

알펜루트자산운용은 입장 자료를 통해 개방형 펀드 3개에 대한 환매 연기를 결정했다고 28일 밝혔다. 

해당 펀드는 △알펜루트 에이트리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1호’(설정액 567억원) △알펜루트 비트리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1호(설정액 493억원) △알펜루트 공모주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2호(설정액 48억원) 등이다. 이를 3개 펀드의 총 설정액은 1,108억원 규모다.

알펜루트자산운용은 “극단적인 최대 값을 가정할 시, 2월 말까지 환매 연기 가능한 펀드는 이번에 환매가 중단된 펀드를 포함해 26개이고, 규모는 1,817억원”이라고 전했다. 이는 개방형 펀드의 외부고객자산이 100% 나온다는 전제로 도출한 숫자로 알펜루트자산운용이 보유한 개방형 펀드 총익스포져를 대상으로 산정한 것이다. 알펜루트자산운용은 연기가 결정된 3개 펀드 외 나머지 개방형 펀드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 시간을 두고 환매 연기 여부를 최종 결정키로 했다.  

이번 조치는 대형 증권사들이 갑자기 자금 회수 요청을 나서면서 불거진 이슈로 알려진다. 대형 증권사들이 알펜루트자산운용과 맺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해지하고 줄줄이 자금 회수에 나선 것이다. 이는 라임자산운용 사태 후  증권사들이 TRS 계약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한 데 따른 행보로 해석된다. 

TRS 계약은 증권사가 증거금을 담보로 받고 자산을 대신 매입해주면서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것을 뜻한다. 레버리지(차입)를 일으킬 수 있어 운용사의 펀드 수익률 제고에 도움이 된다. 다만 증권사가 계약을 해지하게 되면 해당 자금을 돌려주고 다른 자금으로 메워야 한다. 이 때문에 자산운용사들은 유동성 문제에 직면할 수도 있다. 알펜루트자산운용도 이번에 계약 해지로 유동성 이슈에 직면한 셈이다.  

알펜루트자산운용은 “최근 당사가 운용하는 개방형 펀드 자산 대비 10% 이상의 대규모 환매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 원인에 대해선 “L자산운용의 펀드 실사 결과가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증권사의 우려와, 당사 펀드 수익증권을 TRS 기초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PBS부서들이 사모펀드 시황 악화로 내부적으로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리스크를 극도로 회피하는 의사 결정에 따른 것으로 생각된다”고 전했다. L자산운용사는 라임자산운용사를 일컫는 것으로 해석된다. 

알펜루트자산운용은 “이러한 대규모·일괄 환매 청구에 기계적으로 응한다면 수익자 간 형평성 훼손의 우려가 있어 환매 연기를 검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향후 후속 조치에 대해선 “자산에 대한 자료(회수예상시기, 현재 기준가 및 밸류)를 정리하고 각 펀드별 회수 기간을 정리하여 각 수익자를 개별적으로 찾아가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번 유동성 이슈는 사모펀드 시장 상황 악화에 따른 극단적인 리스크 회피로 인해 발생했지만 우려와는 달리 이번 환매가 연기된 주요 펀드 대부분은 우량한 포트폴리오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자사의 사정이 최근 논란을 일으킨 라임자산운용사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알펜루트자산운용 측은 “자사는 개방형 펀드에 사모사채나 메자닌 자산을 거의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무역금융이나 부동산 금융 등의 상품은 전혀 다루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또 ‘모자형 펀드’ 구조를 취하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운용에 있어 불법적인 일에 연루된 사정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라임자산운용은 지난해 10월 대규모 펀드 환매 중단을 선언하면서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펀드 환매 중단 금액은 1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 사태로 사모펀드 시장에 불신이 커지면서 다른 자산운용사들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투자시장에선 알펜루트자산운용 외에도 다른 자산운용사들도 환매 중단 선언에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