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만으로 항공기 내 승무원 전용 화장실 운영 고지… 한국인 차별로 비쳐져
KLM “인종차별적 요소로 보이지 않아… 승무원들 심층 면담 통해 경위 파악 후 조치 취할 것”

KLM 주요 경영진이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제갈민 기자
KLM 네덜란드항공 주요 경영진이 최근 불거진 ‘KLM 항공기 내 승무원 전용 화장실 운영’과 이를 한글만으로 안내한 것과 관련해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제갈민 기자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KLM 네덜란드항공(이하 KLM) 측의 주요 경영진들이 고개를 숙였다.

KLM은 14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포시즌스호텔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최근 불거진 ‘KLM 항공기 내 승무원 전용 화장실 운영’과 이를 한글만으로 안내한 것에 대해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기욤 글래스 KLM 한국·일본·뉴칼레도니아 지역 사장과 이문정 한국 지사장, 크리스 반 에르프 한국·일본·뉴칼레도니아 영업 상무, 프랑수아 기우디첼리 아시아퍼시픽 사업 개발 담당 등 4명이 참석했다.

기욤 글래스 KLM 한국·일본·뉴칼레도니아 지역 사장(이하 기욤 글래스 사장)은 지난 2월 10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발 한국 인천행 KL855 항공편에서 있었던 승무원 전용 화장실 운영과 관련한 사안에 대해 설명하고 사과했다.

기욤 글래스 사장은 “먼저 승무원 전용 화장실 운영 및 공지와 관련해 승객 여러분들께 불편과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한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승무원 전용 화장실 운영은 KLM의 정해진 정책은 아니다”면서 “이러한 결정은 항공기 승무원에 의해 이뤄졌으며, 이에 대한 공지는 한글로만 이뤄졌다. 영어 안내 문구는 승객의 지적이 있은 후에야 추가 기재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것은 승무원 개인의 실수이나, 결코 가볍지 않은 실수”라며 “저희는 이에 대해 사과를 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일부의 승객 분들을 차별적으로 대했다는 지적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승무원의 (고의적인) 의도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저희의 실수가 한국 고객을 차별하는 행위로 해석된 것에 대해 한국 고객 여러분께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사안은 KLM 본사 임원진에게 바로 보고됐으며, 현재 내부적으로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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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욤 글래스 KLM 한국·일본·뉴칼레도니아 지역 사장이 사과문을 낭독하고 있다. /KLM

앞서 지난 10일 암스테르담을 출발해 인천으로 향하던 KL855 항공편의 기내 화장실 문 앞에 한글로 ‘승무원 전용 화장실’이라고 적힌 종이 안내문이 붙어 있어 ‘인종 차별’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해당 항공편 한국인 승객 김모 씨는 종이 안내문을 확인한 직후 사진을 찍고 “왜 영어 없이 한국어로만 문구가 적혀 있느냐”고 승무원에게 문의를 했다. 그러자 승무원은 “잠재 코로나 보균자 고객으로부터 (승무원을) 지키기 위해 결정된 사항”이라고 답하고 김씨에게 도리어 사진 삭제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기욤 글래스 사장은 해당 승무원과 관련해 면담을 진행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기욤 글래스 사장은 “KLM 측은 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미리암 카트만 KLM 기내 서비스 총괄인 수석부사장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해당 항공편의 승무원은 한국 승객에게 끼친 피해와 관련해 기내 운영을 총괄하는 KLM 수석부사장 등 고위 임원진과 별도의 면담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KLM은 이와 별개로 지난 13일, 자사 모든 승무원들에게 승무원만을 위해 운영되는 화장실은 허가되지 않는다는 것을 고지했다. KLM 측은 향후 인천 출·도착 항공편에서는 운항 전 실시하는 승무원 브리핑 시간에 해당 이슈를 다시 한 번 강조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KLM 경영진 4명은 허리를 숙여 사과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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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욤 글래스 KLM 한국·일본·뉴칼레도니아 지역 사장의 사과문 발표 후 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KLM

아래는 간담회에 참석한 KLM 경영진과의 Q&A.

Q. 사스나 메르스 때도 이렇게 화장실을 운영했다고 사무장과 부사무장이 말했다. 그렇다면 그 당시에도 인종차별적인 행위를 했다는 것인가.

A. 사과문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승무원 전용 화장실 운영은 회사의 규정엔 없다. 관련 매뉴얼도 없다. 해당 항공기 승무원의 선택에 의해 승무원 전용 화장실을 운영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일이 자주 있는 것은 아니다. 이전 사스, 메르스에 대해 질문을 줬는데, 얼마나 자주 승무원 전용 화장실이 운영됐는지에 대해선 답변이 힘들다.

Q. 어떤 절차로 그 종이(한글로 ‘승무원 전용 화장실’이라고 쓰인 안내문)가 화장실에 붙게 됐는지 사건 경위를 알려줬으면 한다. 또 이 사건을 바로 보고 받았다고 했는데, 정확한 시기가 언제인가. 승무원이 비행을 마친 후인지, 아니면 제보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후인가. 또 자체 조사를 진행 중이라 했는데, 해당 승무원들에 대한 조치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회사 규정을 알려줬으면 한다.

A. 이번 사건과 관련해선 내규상 정해진 매뉴얼이 없어 절차도 없다. 이번 항공편 ‘승무원 전용 화장실 안내문’ 사건은 승무원 결정에 의해 이뤄진 것인데, 선임 사무장이 결정하고 최종 책임은 조종사(기장)이 진다. 정해진 절차는 없다고 할 수 있다.

승무원 전용 화장실 운영에 대해선 아무런 관련 내용이 없고, 이러한 별도 화장실을 운영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규정이 없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 세계에서 운항 중인 KLM 항공기 내 승무원 전용 화장실은 운영 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다.

KLM 측이 해당 문제를 인지한 시점은 한국인 승객이 SNS에 포스팅을 한 직후다. 승객이 올린 후 보고를 받았고 조치가 이뤄졌다.

Q. 해당 논란이 인스타그램에 게시물로 올라오자 KLM 측은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항공기가 만석이 아닌 경우 승무원 전용 화장실을 운영한다”고 댓글을 달았다. 이 내용은 사실인가. 또 부사무장(승무원)이 기내에서 화장실 문에 붙은 문구를 사진 찍은 것에 대해 지우라고 요구를 했다는데, 이와 관련한 규정이 있는가.

A. 우선 이번 사태에 대해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사과를 드린다. 항공기 좌석이 만석이 아닌 경우 승무원 전용 화장실 운영되는 등과 관련한 내규는 없다. 정책에 기조해 댓글을 단 것이 아니라 과거 사례에 대해 설명한 것일 뿐이다.

사진 촬영은 대부분의 타 항공사와 동일하다. 사전 동의 없이 승객이나 승무원 사진 촬영은 개인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다. 기내에서 사진 촬영을 하더라도 사진 내에 다른 승객이나 승무원이 있지 않으면 사진 촬영이 자유롭다. 이번 상황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승무원은 승객에게 사진 삭제를 요청했는데 이는 실수로 요청한 것이다. 이에 대해선 KLM을 대표해 사과를 드리겠다.

Q. ‘승무원 전용 화장실 운영’에 대해 지속적으로 사과를 하는데, 승객이 지적한 부분은 안내문을 굳이 한글로만 작성해 붙여둔 것이다. 이는 어떤 저의이고, 어떻게 생각하는가.

A. 우리가 이 두 가지 지적에 대해 모두 사과를 한 것이다. 공지 과정에서 한글로만 기재한 것에 대해 사과했고 이후 영어로 작성했다.

Q. ‘승무원 전용 화장실 운영’은 잠재 코로나19 보균자에 대해서 승무원을 지키기 위한 조치였다고 했는데, 승무원 면담을 통해 확인 된 것인가. 또 해당 승무원들에 대해 조치가 이뤄진다고 했는데, 진행 사항을 상세히 알려줬으면 한다.

A. 승무원은 소속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이다. 암스테르담을 출발해 인천에 도착한 후 승무원은 KLM 한국 지사 측 관계자와 면담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나의 실수다. 영어로 써야하는 것을 한국행임을 감안해 한글로 썼다. 깜빡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해당 승무원은 암스테르담으로 돌아간 후 수석부사장을 비롯한 면담이 있을 것이고 이후 어떤 조치가 이뤄질지 정해진다. 향후 조치가 결정이 나면 발표할 예정이다. 이러한 일이 다시없도록 문화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충분히 교육을 할 것이다. 한국 출·도착 항공편에 대해선 비행 전 다시 한 번 고지를 할 것이다. 이번 케이스가 야기한 결과에 대해 직원들에게 알릴 것이다.

Q. 화장실 운영과 관련해 프로세스가 없다고 했지만, 상황이 엄중하다 판단해 고위임원과 면담을 진행한다고 했다. 해당 승무원이 암스테르담으로 돌아간 후 면담을 진행한다고 했는데, 징계는 감봉, 정직 등 어떤 것을 고려하고 있는가. 징계는 해당 승무원 한명인지, 캐빈 크루에 한해 전원인지, 아니면 나아가 사무장을 포함해 조종사까지 모두 징계를 받는 것인가.

A. 지금 조사가 충분히 진행되지 않아 답변을 하기는 어려운 질문이다. 징계에 대해선 정해진 것이 없다. 사건에 대해 조사를 한 후 결정을 내린다. 이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KLM 승무원들에게 철저한 교육을 진행할 것이다.

Q. 이번 문제는 ‘승무원 전용 화장실’을 만들어서가 아니라 인종차별로 보이는 요소가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다. KLM에서는 차별적인 행위로 보이는 행동을 했을 때 어떤 조치, 어떤 징계가 이뤄지는지. 회사 내규가 있는가. 없다면 신설해 조치를 어떻게 취할 것인가.

A. 지금 KLM 인사관리 원칙은 공정한 문화에 근거해 이뤄지고 있다. 어떠한 사안이 발생했을 땐 공정하게 조사를 진행하게 돼 있다. 이번 사건은 어떠한 원인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된 것인지 조사 중이다. 승무원이 영문으로 기재하는 것을 깜빡했다고 했는데, 이면에 있는 다른 사유에 대해선 조사 중이고, 승무원 소속이 한국 쪽이 아니기에 본사에서 조치를 취할 것이다.

Q. 한국인 승객의 인스타그램 게시물 작성 직후 보고가 이뤄졌다고 했다. 이는 곧 승무원 전체가 이번 일에 대해 문제를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승무원 전원을 면담하는 것인지, 아니면 승객과 마찰을 빚었던 특정 승무원에 대해서만 면담이 이뤄지는 것인가. 해당 항공기에 한국인 승무원은 탑승하고 있었나.

A. 면담은 해당 항공기에 탑승한 모든 승무원에 대해서 이뤄진다. 항공기에는 총 10명의 네덜란드 국적 승무원이 탑승했고 2명의 한국인 승무원도 함께 탑승했었다. 이 사안과 관련해 승객과 직접적 마찰을 빚었던 선임 사무장과 부사무장에 대해선 심층 면담이 이뤄질 예정이다.

Q. 지금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아직 우리나라 국민들은 ‘왜 한국어로만 고지를 했는지’에 대해선 알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선 향후 진행사항을 지속적으로 브리핑 할 것인가. 한국인 승객이 촬영한 영상을 보면 승무원이 승객을 대하는 태도가 불친절하다고 느껴진다. 이러한 고객 응대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가. 또한 이번 ‘승무원 전용 화장실’ 운영에 대해 기장도 최종적으로 허가했는가.

A. 우리는 승무원이 실수를 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진심으로 회사 차원에서 사과를 한 것이다. 승무원의 말투에 대해 지적했는데, 해당 승무원의 태도나 어투는 KLM의 서비스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 기내 문제에 대해선 기장이 책임을 지게 돼 있는데, 승무원들이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빠른 시일 내에 면담을 진행하고 경위를 파악할 것이다. 지금 단계에서 말씀 드릴 수 있는 것은 승무원의 개인 정보 보호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Q. 여기 있는 경영진들은 이번 문제가 ‘인종차별’이라고 생각하는가.

A. 개인적 의견을 말해도 된다면 ‘인종차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Q. 인종차별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는 것인가. 재발방지 교육에 대해 문화적 차이에 대해서도 이행하겠다고 했는데 인종차별과 관련한 내용도 포함되는 것인가.

A. 현재까지 밝혀진 것을 종합했을 땐 회사 측에선 인종차별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단순히 영어 표기를 깜빡해서 생긴 문제로 보고 있다. 어리석은 실수를 한 것이다. 초기에 발견된 내용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기엔 이르다. 교육과 관련해선 KLM은 인종차별을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 교육에 기본적으로 인종차별을 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고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Q. 해당 항공편에 한국인 승객이 총 몇 명이고, 다른 국적의 승객은 어느 나라 사람들이 몇 명 있었는가. 그 중에 발열 증상 승객 유무는? 화장실은 총 몇 개이고 모든 화장실 문에 한글로 ‘승무원 전용 화장실’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는지, 단 한 곳에만 붙어 있었는지.

A. 총 135명의 한국인 승객이 있었다. 필요하다면 다른 국적의 승객에 대해서도 조사한 후 알려줄 수 있으나 지금 말할 수 있는 것은 한국 국적이 아닌 승객은 142명이 탑승해 총 여객 수는 277명이다. 총 좌석수는 320석이다. 탑승객들 중 발열 증상을 보인 승객은 없었다. 해당 문구를 화장실 문에 붙인 승무원의 국적은 네덜란드인이다. 항공기에 탑승하고 있던 승무원은 네덜란드인 10명과 한국인 2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해당 문구는 화장실 한 곳에만 붙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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