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광역시 계양구에 자리한 자이글R&D센터. / 네이버 지도
인천광역시 계양구에 자리한 자이글R&D센터. / 네이버 지도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주방기기 업체 자이글의 ‘그릴 신화’ 불씨가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새 성장 동력으로 삼은 헬스 뷰티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면서 실적 회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바닥을 친 주가에 성난 주주들의 민심을 달래는데도 진땀을 빼며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형국이다.

◇ 살아나지 않는 ‘그릴 신화’ 불씨

영광 재현을 노리던 자이글이 고배를 마시게 됐다. ‘ZWC 마스크’를 내놓고 뷰티 케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뒷걸음에 제동이 걸리지 않고 있다. 자이글은 지난해 전년 대비 절반 수준인 297억원의 매출을 거두는 데 그쳤다. 3년째 내리막이다. 연기와 냄새, 기름 걱정을 덜어주는 적외선 그릴 조리기로 소위 대박을 터뜨리며 증시에 입성한 후 연간 200~300억원씩 매출이 줄고 있다.

매출 감소는 회사의 손실로 직결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2018년 적자(-64억)로 돌아선 자이글은 지난해 손실금(-156억)이 100억원 가량 늘었다. 적자 기조가 지속되면서 ‘현금 곳간’도 비어가고 있다. 334억원에 달했던 이익잉여금이 1년 만에 35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에만 299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한 탓이다. 다만 주식발행초과금을 통해 창출한 자본잉여금이 두둑했던 덕분에 부채 압박은 피했다. 지난해 자이글의 부채비율은 21% 수준이다.

‘에어프라이어’ ‘통돌이 오븐’ 등 대체품의 출현으로 한풀 꺾인 그릴을 대신할 신사업으로 헬스 뷰티 케어 시장 문을 두드렸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자이글이 웰빙 가전 부문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전년 동기와 대동소이하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 남짓하다. 회사의 미래를 책임질 새 캐시카우가 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 레드오션 마스크… 흑자 약속 실현 할까

산소 기능을 가미했다고는 하지만 이미 LED마스크 시장은 대기업부터 중견‧중소기업들이 난입하는 양상을 보여 레드오션 상태다. 또 과장 광고과 부작용 사례가 잇따르면서 LED마스크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1,000억 매출 신화를 쓴 적외선 그릴과 뷰티 마스크를 두고 엇갈린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전성기가 지난 그릴 사업은 여전히 자이글 매출의 95% 이상을 담당하며 회사를 떠받치고 있다.

회사를 둘러싼 우려가 커지자 자이글은 대외 소통에 강화하고 있다. 최근 흑자 달성을 다짐하는 경영 선언을 공표했다. 경영효율화 및 신제품을 통해 유통 수익을 창출하고 재무 건전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전략 수립에 나서고 있다고 대외에 알렸다. LED마스크 등에 관한 특허 획득 소식 등도 동반했다. 중소기업 신화를 일군 자이글에 지지를 아끼지 않았던 주주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확산되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자이글은 올해들어 주가가 최저점을 찍고 있다. 1년 전 주당 1만3,650원에 거래되던 자이글의 주가는 최근 1,600원대로 떨어졌다. 주식 시장에선 주주들의 기대를 저버린 경영진들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성난 민신 달래기에 나선 자이글은 “주가부양 차원에서 대주주와 회사에서 자사주 매입을 포함한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근본적으로 매출성장과 흑자경영을 목표로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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