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양 포스코 회장을 둘러싼 '교체론'이 또 다시 고개를 들었다.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하면서 '정준양 2기'가 출범했지만, 임기만료인 2015년까지 순항할 수 있을 지 외부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특히 정권교체와 함께 외풍이 불어닥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포스코 안팎에선 또 다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

정준양 회장은 연임에 성공한 이후에도 잇단 악재에 시달렸다. 연임 초반 ‘정경유착’ 의혹을 시작으로 양재동 파이시티 개발 사업에 포스코건설이 연루됐다는 의혹, 부진한 경영실적 등 곳곳에 도사린 위태로운 암초를 여러차례 만났다.

이번엔 '정권교체'와 함께 외풍이 불어닥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면서 정 회장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전임 회장이었던 이구택 회장이 MB정권이 들어서면서 ‘교체설’에 곤욕을 치르다 2009년 임기를 1년 2개월 남겨둔 채 스스로 물러난 것처럼 정 회장 역시 새정권과 함께 물갈이 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

사실 포스코는 정치적 외풍에서 한시도 자유롭지 못한 곳 중 하나다. 고 박태준 명예회장 때부터 '잔혹사'라 불릴 만큼 포스코의 수장 자리는 정권에 따라 수시로 교체됐다.

실제 김영삼 정권 때는 박태준 회장, 김대중 정권 때는 김만제 회장, 노무현 정권 때는 유상부 회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이같은 포스코의 역사를 볼 때 MB정권 당시 탄생한 정 회장 역시 같은 전철을 밟게 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짙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 회장은 특히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박영준 전 차관 등 정권 실세들이 인선에 개입한 정황이 지난해 5월 드러나면서 논란을 일으킨 바 있어 불안감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게다가 고 박태준 명예회장이 정 회장 선임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는 소문은 정 회장 교체론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고인은 정 회장 선임 이후에도 그의 경영스타일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문제는 정 회장이 '리더십'이다. 자질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면 외풍에서 자유로울 수 있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교체론 카드를 꺼내들 명분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정 회장에 대한 교체론이 거세게 일고 있는 것도 사실은 이같은 배경에서다. 이구택 전 회장 시절 70만원이 넘었던 포스코 주가는 현재 절반 수준으로 반토막 난 상태다. 초라한 경영성적표가 교체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이다.

실제 포스코는 정 회장 선임 기간동안 무한 식욕을 자랑하며 덩치를 키우더니, 결국 연임에 성공한 '정준양 2기'에서는 '비상경영'을 선포하며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물론 전 세계적 경기불황과 같은 악재로 인해 상당수 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긴 하지만, 포스코의 곤두박질 친 성적표에 대한 정당성과 명분이 되기엔 설득력이 떨어진다.

정 회장 취임이후 포스코 계열사로 편입된 회사는 40개, 이중 신규사는 29개에 달했는데 이 29개사가 지난 2010년에 2,000억원의 적자를 내면서 포스코의 부실화를 초래했다.

이는 곧바로 유동성 문제로 이어졌다. 정 회장 취임 당시 7조원대에 육박했던 현금성 자산이 인수합병(M&A)과 시설‧광산 투자로 3분의1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실제 포스코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조6,53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에 비해 33.2% 감소한 규모다.

포스코는 지난 1월29일 여의도 한국거래소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한 CEO포럼을 통해 2012년 연결기준 매출액 63조6,040억원, 당기순이익 3조71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보다 각각 7.7%, 35.8% 줄어든 수치다. 단독기준 영업이익으로 따져보면 2조7,9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5.8%떨어진 셈이다.

지난해 1분기에는 포스코의 영업이익률이 4.5%로 주저앉으며 체면을 단단히 구겼다. 포스코의 영업이익율이 5%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처음이었다.

빚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09년 12조원대인 차입금은 지난해 무려 26조8,100억원으로 치솟았다. 지난 5년간 금융비용도 4,000억원에서 3조9,000억원으로 10배 가까이 뛰어 올랐다. 지난해 말에는 S&P의 신용등급이 A-에서 BBB+로 한 단계 강등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포스코 측은 ‘철강업계 불황 탓’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정 회장이 취임한 2009년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이후로 성장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정 회장은 공격적인 투자와 사업확장으로 계속해서 계열사를 늘렸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

재계분석기관인 ‘재계3.0’ 최명철 연구소장은 “포스코는 정 회장이 취임한 이후 대기업식 무리한 기업 확장을 위한 M&A와 MB정부 시책에 따른 자원개발 사업에 투자해 실패했다”며 “정경유착 의혹을 받는 CEO가 단기성과에 급급하다보니 기업성장과 관련 없는 M&A를 통한 문어발식 확장을 시도한 것이 문제로, 결국 모기업까지 위태롭게 했다”고 지적하며 CEO로서 경영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최근 정 회장의 광폭행보 역시 외부에선 곱게 보고 있지 않다. ‘교체론’을 잠재우기 위한 ‘정권 코드 맞추기 식’ 행보가 아니냐는 것이다.
 
최근 정 회장은 안팎으로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직원들을 독려하며 분위기를 추스르고 있고, 밖으로는 세계 철강사 CEO와 함께 철강업계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등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 회장의 발언들과 행보는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 연일 중계되고 있다.

외부에선 고군분투 하고 있는 정 회장을 향해 "교체론을 잠재우기 위해 그룹이 나서 ‘정 회장 띄우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22일 시행될 포스코 인사를 두고도 말들이 많다. 지난 7일 오후 5시께 포스코가 언론에 배포한 정기 인사 ‘예정’ 보도자료에는 여성 인력의 약진이 눈에 띈다.  박 대통령 당선 이후 여성 인력을 발탁한 '정권 코드 맞추기'식 인사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자료에 따르면 최은주 포스코 사업전략2그룹리더는 그룹사인 포스코 A&C의 상무이사(CFO)로 승진하고, 유선희 글로벌리더십센터장은 미래창조아카데미원장(상무)으로 승진한다.
 
포스코 최초의 공채 출신 여성의 임원 승진이다. 청도포항불수강유한공사 법인장에는 스테인리스열연판매총괄 양호영 씨가 내정되면서 처음으로 여성 해외법인장이 탄생하기도 했다.

특히 포스코는 주주총회 당일 혹은 직전에 정기 인사를 공개했다. 하지만 이번엔 무려 보름이나 앞서 언론에 여성인력 대거 발탁에 대한 자료를 배포했다. 

게다가 포스코는 이번 인사와 관련 혁신 경영의 일환으로 승진자수와 임원수 축소를 강조했는데 정작 줄어든 임원수는 10명에 불과했으며, 승진자 수의 경우는 정확히 집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도자료를 서둘러 배포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일단 외부에서는 정 회장이 22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의 파고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포스코의 지분 5.94%를 소유하고 있다는 점도 정 회장으로서는 불안한 요소다. 국민연금은 정 회장 임기 동안 포스코의 주가가 반토막 나면서 막대한 손실을 본데다, 박 대통령이 대선 당시 경제민주화 일환으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는 점에서 국민연금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이목이 집중되는 대목이다.

포스코 측은 정 회장 거취와 관련해 여러가지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과 관련,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포스코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며 "박근혜 대통령은 원칙에 어긋나는 것은 하지 않는 스타일"이라면서 "더구나 포스코는 정부 지분이 전혀 없는데 왜 (수장 교체론과 같은)그런 얘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어 "과거 그런 일(역대 회장이 교체된 것)이 있었다고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경영성적 역시 4년 연속 세계에서 최고 경쟁력을 가진 철강회사로 뽑혔다. 1억톤을 생산하는 아르셀로미탈과 비교해도 시가총액과 신용등급에서 훨씬 앞선다. 영업이익률도 5%이상 차이 나는데 어떻게 경영성적이 나쁘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과연, '정준양호2기'가 갖가지 암초와 거센 외풍을 뚫고 2015년 정상적으로 입항 할 수 있을 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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