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응에 중국 편향적”… 절차 거쳐 1년 뒤 탈퇴 확정
민주당 의원 “트럼프 결정 일방적 통보… 무책임하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WHO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 워싱턴=AP,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미국이 세계보건기구(WHO) 탈퇴를 공식 통보했다고 BBC뉴스와 포브스 등 외신들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의 이러한 결단은 지난해 말 중국에서 발발한 것으로 알려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WHO가 중국에 편향적인 입장을 지속적으로 내비친 것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WHO가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와중에도 노골적으로 중국 편을 드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면서 강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내비쳤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5월 18일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와 관련, WHO가 30일 내 ‘실질적 개선’을 이루지 못하면 미국의 일시적 자금 지원 중단을 영구적으로 중단하겠다고 경고하는 서한을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에게 보냈다. WHO가 중국 편을 드는 태도를 취한 것에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그는 이어 수차례 “미국이 (WHO에) 연간 4억5,000만 달러(약 5,400억원)를 내는데 중국은 4,000만 달러밖에 내지 않으면서 WHO를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며 “수년간 4억5,000만달러를 내고 있음에도 (우리는)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또한 “그들(WHO)은 좋게 말해서 중국 중심적이고 중국의 꼭두각시”라고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치 않았다.

5월 29일 백악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는 “우리는 그들(WHO)이 취해야 할 개혁방안을 마련했는데 그들은 행동하기를 거부했다”면서 “우리는 오늘 WHO와 우리의 관계를 끊고 지원금을 다른 긴급한 국제보건상 필요에 재배치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WHO와 모든 관계를 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 같은 입장을 밝힌지 38일 만에 WHO 탈퇴라는 극약 처방을 결국 실행에 옮겼다. 미국의 탈퇴 통보는 지난 6일부로 유효하며, 탈퇴서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제출된 것으로 알려진다.

외신들은 탈퇴 절차를 거쳐 미국의 WHO 탈퇴가 확정되는 것은 1년 후인 2021년 7월 6일이라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공격에 이은 WHO 탈퇴통보 결정에 대해 “코로나19 공동 대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무책임한 행위”라는 지적과 함께 자신(도널드 트럼프)이 미국의 코로나19 대유행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난 여론의 화살을 돌리려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밥 메넨데즈 민주당 상원의원은 “의회는 대통령이 미국을 WHO에서 공식적으로 탈퇴시켰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이는 미국의 생명이나 이익을 보호하지 못할 것이다. 미국인을 병들게 하고 미국을 혼자 남게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에릭 스왈웰 민주당 하원의원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 결정은 무책임하고 무모하며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일생의 최대 공중보건 위기 와중에 WHO에서 탈퇴하는 것은 자기 파괴적인 행동이다. 더 많은 미국인이 신중치 못한 선택에 의해 상처를 입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CNN은 미국의 WHO 공식 탈퇴는 절차가 완료되기까지 1년의 시간이 있다면서 비판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패할 경우 탈퇴 결정이 번복되길 바라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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