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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2월부터는 전동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는 최소 연령이 만 13세로, 기존 만 18세 이상에서 대폭 완화된다. 이와 함께 현재는 1종 또는 2종 보통 운전면허증이나 원동기장치운전면허증이 필요하지만 이 역시 필요 없게 법이 개정 시행돼 이용객이 늘어날 전망이다. /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새로운 이동수단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전동킥보드와 관련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동킥보드는 현행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돼 만 18세 이상 운전면허증 소지자만이 대여와 운전이 가능하다. 하지만 올해 12월부터는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라 만 13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이용이 가능해진다. 이를 두고 운전자를 비롯한 국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전동킥보드 사고·민원 급증하는데 규제 완화?… “전기자전거와 동일 개념”

만 13세 이상 무면허 미성년자가 전동킥보드를 대여해 운행할 수 있도록 하는 ‘도로교통법’ 및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12월 10일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전동킥보드를 비롯한 원동기장치 자전거 가운데 최고속도 25㎞/h 미만, 총중량 30kg 미만 이동수단을 ‘개인형 이동장치(Personal Mobility)’로 규정했다. 이로써 만 13세 이상의 면허가 없는 청소년부터 전동킥보드를 합법적으로 대여 및 이용할 수 있다. 주행은 자전거도로에서만 하는 것으로 제한했으며, 이용자는 자전거용 안전모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한다.

그러나 전동킥보드 관련 사고와 민원은 매년 발생하고 있으며, 그 수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전동킥보드 이용자와 보행자, 자동차 운전자 등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퇴보한 정책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권익위원회와 경찰청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동킥보드에 대한 민원과 최근 3년간 사고 건수는 매해 증가했다.

서범수 의원실을 통해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관련 민원은 △2016년 290건 △2017년 491건 △2018년 511건 등 서서히 증가세를 보이다 지난해에는 1,927건까지 급증했으며, 올해에는 지난 7월까지 1,951건이 접수됐다. 반년 정도 만에 지난해 민원 건수를 넘어선 것이며, 2016년 대비 7배 이상 급증했다.

차량 대 사람 교통사고가 발생할 경우 보행자의 과실이 현저히 크다 할지라도 차량 운전자 측 보험사에서는 보행자의 부상 치료에 드는 병원비를 전액 지급한다. / 게티이미지뱅크
현재 전동킥보드 대여 시 보험 가입은 의무가 아니라 사고 발생 시 해결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 게티이미지뱅크

비슷한 기간, 전동킥보드와 같은 개인형 이동장치(Personal Mobility) 사고발생 현황도 증가세를 나타냈다. 경찰청은 전동킥보드 관련 사고를 지난 2017년부터 공식 집계했다. 도로교통공단 및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전동킥보드 관련 사고 건수는 총 117건이다. 이로 인해 4명이 사망했으며, 124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어 2018년에도 225건의 관련 사고가 발생했으며, 사망 4명·부상 238명 등으로 집계됐다. 전동킥보드 관련 민원이 급증한 2019년에는 사고건수가 2017년 대비 약 3배 정도 증가한 447건으로 집계됐고, 이로 인해 8명이 사망, 473명이 부상 피해를 입었다. 사고가 증가한 만큼 사망 또는 부상 피해자도 급증했다.

또한 사고로 인해 부상을 입은 운전자 중 약 3분의 1은 3주 이상의 치료를 요하는 중상 환자로 집계됐다. 2017~2019년 기간 동안 사고로 부상을 입은 피해자는 835명인데, 이 중 251명(30.06%)이 중상 환자다.

사고와 민원이 급증한 2019년에는 서울시 내 공유 전동킥보드 운행대수가 급증한 시기다. 서울시 공유 전동킥보드는 2018년 150여대에 불과했지만, 2019년 들어 7,500여대로 약 50배 늘어났다. 즉 공급이 늘어나고 이용객이 늘어난 만큼 사고와 민원 역시 증가한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전동킥보드와 관련한 규제를 완화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적지 않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청 관계자는 “현행법 상 전동킥보드를 규제할 만한 관련법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해 관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며 “새로운 이동수단에 대해 어떻게 제한을 할 수 있을지 생각을 해보니 기존에도 전기자전거가 자전거전용도로에서 주행이 가능하도록 분류가 돼 있어 이와 동일하게 취급하도록 국회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기자전거와 전동킥보드가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점이 동일하다는 것이다. 이에 최고속도와 중량을 규제하면 자동차 운전자나 보행자, 기존에 자전거 운전자들도 모두 안전하게 규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전기자전거도 현행법상 별도의 면허증 없이도 운행이 가능하다.

전동킥보드 관련 총괄부서는 국토교통부로, 현재 이 같은 논란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동킥보드에 관한 기본법이라는 ‘개인형 이동수단 활성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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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킥보드 규제 완화로 이용객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용자들의 안전수칙이 잘 지켜질지 우려의 시각이 존재한다. 실제로 현재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는 대학생 및 일부 성인들은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고 있으며, 한 대에 2인이 탑승하는 등 위태로운 주행을 하는 것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동킥보드 이용과 관련해 교육 및 과태료 부과 명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 게티이미지뱅크

◇ 규제 완화한 만큼 ‘교육 및 보험 의무가입’ 필요성 제기

다만 이미 전동킥보드와 관련한 규제를 완화하는 것으로 결정을 내린 만큼 이를 다시 번복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규제가 완화되면 이용객은 늘어나게 마련이다. 그간 전동킥보드를 이용하지 않던 중·고등학생들의 이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동킥보드 이용 시 유의점과 관련 교통법규 등에 대한 교육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른다.

자전거 운행과 관련한 안전교육은 현재 학교 교육과정에 포함돼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현행 범교과 과정으로 안전건강교육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국가나 사회적 요구가 높은 것들 중 10가지를 선정해 교육을 하는 것이다. 해당 시간에 전동킥보드를 비롯한 개인형 이동장치 교육을 병행할 수 있도록 법령을 수정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자전거와 관련한 직접적인 교육 부분은 초등학교 4학년 과정부터 자전거 탑승 시 보호장구 착용 등을 가르치며, 6학년 범교과 과정으로 ‘자전거 운행 시 안전수칙 설명하고 실천하기’ 등이 존재한다. 중·고등학교에서도 실과 또는 체육, 기술가정 등 교과목을 통해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는 게 교육부 측의 설명이다.

또한 경찰청 측은 전동킥보드 대여업체가 이용객들의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제기했다. 카쉐어링 업체처럼 대여 시 시간당 보험을 가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보험이 마련돼 있어야 혹시 모를 사고에서도 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이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동킥보드로 인도나 도로를 주행하다 사고를 발생 시킨 후 수습을 하지 않은 채 도주를 하는 뺑소니 범죄도 종종 전파를 타는데, 이들 대부분이 사고 시 경황이 없어 도주를 했다고 설명한다. 보험에 가입이 돼 있다면 보험사를 통해 사고를 처리하면 되지만, 보험이 없는 경우 사고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전동킥보드 대여업체 측에서 이를 달갑게 생각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존 시스템을 다시 재구축해야하는 불편함이 생길 수 있으며, 보험 가입을 의무화할 시 분당 대여료 인상이 불가피해 이용객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지난 7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동킥보드는 원동기장치로 분류가 돼 도로 위에서 주행을 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보험 관련 제도는 없다”며 “이 때문에 전동킥보드와 접촉사고가 발생할 경우 가해자·피해자가 아닌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문제점이 존재하는 만큼 정부와 손해보험 업계가 적극적으로 나서 고민을 해야 하는 부분으로 보인다”고 전동킥보드 보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단속 기준 강화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속도를 20㎞/h 수준으로 제한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이며, 단속 근거도 만들어 과태료나 벌금에 대한 부분도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전동킥보드 이용객들을 살펴보면 1인승 전동킥보드임에도 2인 이상이 한 대에 탑승해 이동하거나, 갓길을 이용한 신호위반 행위 등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도 기준이 마련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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