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정의당이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를 ‘데스노트’에 올릴지 여부를 놓고 고심을 하고 있다. ‘데스노트’는 정의당이 부적격 판정을 내리고 사퇴를 요구한 국무위원 후보 대부분이 낙마하면서 생긴 말이다.

변 후보자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시절 내부 회의에서 한 발언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변 후보자는 2016년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숨진 ‘구의역 김군’에게 사고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발언을 해 비판을 받고 있다.

또 변 후보자는 “주5일을 하면 ‘돌관작업’이고 뭐고 아무것도 안 된다”고 말해 장시간 노동과 산업재해에 대한 인식이 안이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변 후보자가 공유주택 입주자들을 겨냥해 “못사는 사람들은 밥을 집에서 해 먹지 미쳤다고 사 먹느냐”고 발언한 것도 공유주택 입주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상황이다.

정의당은 당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변 후보자의 자진 사퇴와 지명 철회를 요구하지는 않고 있지만, 변 후보자에 대해 연이어 공개 비판을 가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심상정 의원은 22일 의원총회에서 변 후보자의 ‘구의역 김군’ 사고와 관련된 발언을 겨냥해 “변창흠 후보자의 과거 망언들로 국민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며 “그토록 참담한 말로 유가족과 시민의 마음을 헤집어 놓고, 그토록 상투적인 석 줄 사과로 진정 국민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다고 생각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따.

심 의원은 “‘직원이 실수로 죽은 것’이라니 이 말이 도대체 무슨 말인가. 이 말이야 말로 어제도 오늘도 죽음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 산재공화국 대한민국을 만든 말이 아닌가”라며 “‘사람이 먼저다’를 내건 정부라면 이런 시대착오적 인식부터 점검하고 퇴출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변창흠 후보자가 주택정책에 있어 진일보한 입장을 가지고 있음을 잘 알고 있고,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제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그 안에 사람이 없다면 무슨 소용인가, 그것이 변 후보자를 향한 민심이라는 점을 분명히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이해와 유가족의 용서가 전제 될 때만 정의당은 변 후보자를 장관 후보자로서 인정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김응호 부대표는 전날 대표단회의에서 변 후보자의 ‘구의역 김군’ 관련 발언에 대해 “망언”이라고 규정한 뒤 “죽음의 외주화 등 원하청의 관계를 이해못한 채 청년노동자의 죽음을 왜곡한 것에 대해 사죄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과거 발언을 진심으로 반성한다면, 김군과 유족들에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해 단식까지 하고 있는 국회농성장을 방문해 진심으로 사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지도부가 아직은 변 후보자에 대해 공개 비판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지만 이정미 전 대표는 지명 철회와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이정미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지명철회와 사퇴 요구가 답”이라며 “정의당이 이런 목소리를 안내면 누가 ‘구의역 같은 사고는 개인의 실수’이고 ‘못살아서 집에서만 밥해먹어야 하는 사람들’과 ‘5일만 일하면 굶어죽는다’는 이 어처구니 없는 발언에 죽어가고 상처입는 사람들의 마음을 대신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강조했다.

정의당은 당장 변 후보자를 ‘데스노트’에 올리지는 않고 오는 23일 예정된 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지켜본 후 적격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김종철 대표는 한 언론을 통해 “청문회를 지켜보며 종합적으로 부적격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