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대선 정국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뉴시스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대선 정국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 여권의 대표적 ‘책사’로 불리우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대선 레이스를 앞두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의 21대 총선 압승의 일등공신 중 한 명인 양 전 원장은 지난해 4월 총선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당을 떠났었다. 양 전 원장은 올해 초 미국으로 건너가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객원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한 후 최근 귀국했다.

양 전 원장이 미국에서 귀국하자 정치권에선 그의 대선 역할론이 제기됐다. 그러나 그는 그동안 공개적인 행보를 하지 않고 두문불출해왔다. 그러던 그가 대선 레이스 개막이 임박한 상황에서 언론에 다시 등장했다.

양 전 원장은 이례적으로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여권에 날카로운 비판 목소리를 냈다. 양 전 원장은 지난 7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청와대와 내각의 참모진은 최선에 이르지 못했다”며 “능숙한 아마추어가 너무 많았다”고 비판했다.

양 전 원장은 4·7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민심의 심판을 받은 이유에 대해서는 “당정청 모두 안이했다”며 “오만하고 무례했다. 변화맹시의 시작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민장부터 시작됐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또 강성 친문이 재보선 참패 이후에도 강력한 관철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검찰·언론개혁 문제에 대해 양 전 원장은 “경제 민생 이슈에 집중하고 매달려도 시간이 부족하다. 검찰 이슈, 언론개혁 이슈 등 개혁 과제는 정권 초기 과제다”며 “마무리에 접어들어야 할 이슈가 전면에 부각되는 건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비판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친문 진영 내에서 거론돼온 ‘제3후보론’에 대해서도 “친문의 제3후보 옹립 따위 전망은 웃기는 얘기”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그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회고록 출간에 대해서는 “나 같으면 법원과 역사의 판단을 믿고, 책은 꼭 냈어야 했는지…”라며 “당에 대한 전략적 배려심이 아쉽다”고 말했다.

◇ 양정철, ‘강력한 대선 역할 의지’ 표출?

양 전 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강성 친문’ ‘친문 주류’가 내놓고 있는 메시지와는 결이 완전히 다르다. 이 때문에 여권에서의 반응은 엇갈린다.

‘부산 친문’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9일 YTN에 출연해 “양정철 전 원장이 일방적으로 당정청에 대해서 비판을 했다기보다 스스로에게도 반성적 성찰을 하는 차원, 그리고 우리 모두에 대한 지적이라고 보고 있다”며 “대통령 선거도 앞두고 있고 당이 변화를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는데 있어서 상당히 보약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친조국 성향의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양정철 전 원장의 조국 전 장관 회고록 관련 언급을 겨냥해 “왜 하필 이런 때 책을 쓰느냐고?”라며 “같이 힘을 보태지 못할 망정, ‘왜 하필’ 이런 때 가만히 있지 못하고 초를 치는가. 균형추를 들먹이며 저쪽에다 좋은 모습이라도 보이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어중간한 대권주자들한테 훈수값이라도 받고 싶어서일까”라고 비판했다.

양 전 원장이 대선을 앞두고 친문 주류와는 다른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낸 이유는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대선에서 역할을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YTN에서 “양정철 전 원장이 대선 과정에서 뭔가 역할을 마지막으로 제대로 한번 해 보고 싶다라는 뉘앙스가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양 전 원장의 이 같은 행보는 대선 정국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이라는 의심을 받을 소지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치권에선 양 전 원장이 친문 주류에서 밀려났다는 얘기가 나온지 오래다. 대선주자에 대한 입장도 친문 주류와는 결이 다르다. 강성 친문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지만 양 전 원장은 ‘원팀 정신’을 강조하며 이 지사와도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왔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양 전 원장 메시지의 순수한 내용보다는 양 전 원장이 왜 지금 시점에서, 어떤 이유로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인가 하는 질문부터 나오게 된다”며 “양 전 원장은 지금까지 친문 세력 내에서 집권 기간 내내 여권이 잘못을 할 때 사실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오히려 편승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 지금에 와서 이 같은 행보를 보이는 것은 여권 지지층으로부터 ‘이제 친문 세력과 거리를 두고 차기 대권쪽으로 옮겨 가겠다는 것인가. 집권세력을 위한 정치보다는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더 올라가기 위한 정치적 욕망의 표현이 임기 말에 집권 세력에 대한 비판으로 드러난 거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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