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을 떠나 보낼 채비를 하고 있는 산업은행. 그러나 그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은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여의도=송대성 기자
대우건설을 떠나 보낼 채비를 하고 있는 산업은행. 그러나 그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은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여의도=송대성 기자

시사위크=송대성 기자  대우건설의 우선협상자로 중흥건설이 선정됐지만 재입찰까지 진행되는 과정에서 보여준 KDB인베스트먼트의 움직임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법적으로 문제없이 정상적인 절차대로 진행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공정성 논란은 지우기 어려워 보인다. 

대우건설의 최대주주 KDB인베스트먼트는 5일 중흥건설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큰 변수가 없는 한 대우건설은 10여년 만에 산업은행의 품을 떠날 전망이다. 

중흥건설도 6일 “대우건설 매각주체인 KDB인베스트먼트(KDBI)와 양해각서(MOU) 체결, 확인 실사, 주식매매계약(SPA), 기업결합 신고 등을 신속하게 진행할 것”이라며 “연내에 인수를 완결하겠다는 계획이다”라고 밝히며 속도감 있는 인수를 예고했다. 

순조로운 인수·합병(M&A)으로 보이지만 그 속을 뜯어보면 논란의 여지가 적잖다. 

지난달 25일 본입찰에서 중흥건설은 2조3,000원을, 스카이레이크-DS네트웍스-IPM컨소시엄은 1조8,000억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순리대로라면 중흥건설이 적어낸 금액 그대로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어야 했다. 하지만 KDB인베스트먼트는 이례적으로 본입찰 1위, 2위 간의 가격차이를 조정하기 위한 재입찰을 진행했다. 

하지만 KDB인베스트먼트는 이는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재입찰을 한 적이 없고, 원인이 가격차이가 많이 났다는 것도 알지 못하는 내용이다”라며 “29일 제안자 중 한쪽에서 수정 요청을 해왔다. 다음날 다른 제안자한테도 이를 알리고 다른 제안자도 원할 경우 수정을 하도록 얘기했다. 그 제안자도 7월 2일 최초 제안의 일부 사항에 대해 수정해 제출했다”고 해명했다.

이 대표는 “우리가 가진 권리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게 M&A의 전략이다”라고도 밝혔다. 그러나 수천억원 차이 탓에 인수에서 발을 빼겠다는 중흥건설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인수 금액은 낮아지는 상황이 발생했고 매수자의 권리만 생각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프라이빗 딜(수의계약)이 오히려 특정 업체를 밀어주는 모양새가 됐다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사모투자펀드(PEF)를 통해 대우건설을 인수한 KDB인베스트먼트는 국가계약법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공개입찰은 물론 비공개 수의계약도 가능하다. 

KDB인베스트먼트가 공개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매각을 진행한 것은 노딜(거래 무산)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대우건설 노동조합은 매각 절차가 투명하지 않다면서 ‘밀실 매각’이라고 반발했다. 

공정성 논란에 이 대표는 “이 딜을 진행하면서 법을 철저하게 준수하는 것을 절차상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았다. 그리고 매도자의 요청은 최대한 듣겠다는 게 두 번째 원칙이었다. 그것은 매수자의 권리이고, 매수자의 입장을 초기 단계에 최대한 들어야 딜을 완주하는 데 도움이 된다”라면서 “절차나 자료 제공에 있어서 공정성을 해쳤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직 대우건설의 매각 단계가 끝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사이에도 적잖은 논란이 불거지면서 마무리 단계까지 가는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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