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이 채 남지 않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그러나 노동자는 여전히 위험에 노출돼 있다. /뉴시스
1년이 채 남지 않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그러나 노동자는 여전히 위험에 노출돼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송대성 기자  심각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기업 경영진을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반년도 채 남지 않았지만 건설 현장에서의 사망 사고는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얼마나 더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해야 건설사들의 안전불감증을 고칠 수 있느냐는 지적도 따른다.

건설 현장에서의 사망 사고는 하루이틀 문제가 아니다. 올해 1분기에만 건설현장에서 사고로 숨진 노동자가 117명에 이른다. 

특히 사망 사고로 인해 안전관리 개선 권고를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일도 발생했다. 

지난 2일 고용노동부는 올해 들어 3명의 노동자 사망 사고가 발생한 현대건설의 안전보건 관리체계가 전반적으로 부실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지난 10년 동안 50명이 넘는 노동자가 숨졌다.

노동부에 따르면 현대건설의 안전보건 예산 편성 규모와 집행 규모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음에도 협력업체 지원과 안전 교육을 위한 예산 집행은 부족한 수준이다. 또한 안전보건 관리자 500여명 중 정규직이 39%에 그치고 다른 직군의 전환 배치도 잦아 책임감 있는 업무 수행이 어려운 점도 문제라는 설명이다. 

결국 노동부는 현대건설의 산안법 위반 301건 중 25건을 사법 조치하고 274건에는 과태료 5억6,761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같은 조처에도 불과하고 지난 5일 현대건설 아파트 신축 공장에서 60대 노동자가 굴착기에 치여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노동부의 권고에도 사실상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는 얘기다. 

안전불감증은 비단 현대건설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우건설의 경우 2018년 69곳이던 주택 건설 현장이 지난해 82개로 19% 늘었다. 하지만 안전 관련 예산 집행은 같은 기간 14억3,000만원에서 5억3,000만원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태영건설은 안전관리 예산 편성액 대비 집행액 비율이 2018년 95.2%에서 지난해 89%로 줄었다. 두 건설사는 올해 각각 2명, 4명의 노동자가 건설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산업안전보건본부의 출범과 함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도 눈앞에 다가왔다. /뉴시스
산업안전보건본부의 출범과 함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도 눈앞에 다가왔다. /뉴시스

◇ 안전에 안일한 건설사… 더 중요해진 산업안전보건본부

건설사들은 저마다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고위험 작업 등을 대신 수행할 건설 로봇을 도입하며 안전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울이고 있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사고 위험성만 줄이는 행동에 불과할 뿐 전반적인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강화하지 않는 한 노동자는 위험에 노출된 상태에서 업무에 나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산업안전보건본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지난달 출범한 산업안전보건본부는 산업재해의 획기적인 감축을 위해 노동부의 기존 산업안전예방보상정책국을 대폭 확대 개편한 기구로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 예방을 위한 업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내년 1월부터는 중대재해법 시행도 담당하게 된다. 관리·감독 업무를 넘어 중대재해법 위반 사건 수사를 전반적으로 지원하는 업무를 맡는다. 

건설업은 전제 중대재해 사망사고에서 절반 이상이나 차지할 정도로 산재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산재 발생 전체 산재 사고 사망자 882명 가운데 건설업에서 발생한 사고 사망자는 458명으로 전체의 51.9%를 차지했다. 

중대재해법을 위반하는 기업을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설현장에서의 사고 자체를 줄이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그렇기에 이를 사전에 점검하는 산업안전보건본부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이유다.

◇ “중대재해법,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이 산재사고 줄일 수도”

중대재해법은 중대 재해가 발생할 경우 기업 대표이사와 같은 경영 책임자 등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그만큼 기업이 안전에 노력을 기울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몇몇 기업들이 새로운 보직을 만들어 위험을 부담할 담당자를 따로 배치하는 등의 편법을 쓰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행 형사처벌이 아닌 기업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이 현장에서의 안전 환경 개선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따른다. 

박시현 유한대 산업안전보건융합학과 교수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건설 현장의 경우 대기업(시공사)의 비율은 5%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95%가량은 협력업체”라며 “대부분의 대기업은 ‘안전경영시스템(KOSHA-MS)’을 구축해뒀지만 이러한 부분이 협력업체까지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건설업의 경우 자재에 드는 비용이 크기 때문에 제조업 등에 비해 이익이 많이 발생하지 않는 산업 중 하나”라며 “그렇기 때문에 중대재해법이 형사처벌이 아닌 당해 해당 기업의 이익을 환수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진행된다면 기업들이 더 나서서 하청업체와 현장에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강화해 사고 줄이기에 앞장설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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