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중대재해에 대한 처벌을 규정 및 강화한 중대재해처벌법이 27일부터 시행에 돌입했다. /뉴시스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중대재해에 대한 처벌을 규정·강화한 중대재해처벌법이 27일부터 시행에 돌입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이 27일 본격 시행에 돌입했다. 노동자를 보호하고,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와 기업 및 기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법안이다. 산업현장에서의 각종 중대재해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그 대책으로 마련된 법안이 시행되면서 어떤 효과 및 파장을 몰고 올지 긴장감이 고조된다. 한편으로는 경영계와 노동계 양측 모두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 마침내 시행 돌입한 중대재해처벌법, 누가 어떻게 처벌받나

중대재해처벌법은 2020년 6월 11일 발의됐다. 2020년 4·15 총선을 통해 출범한 제21대 국회의 1호 법안이었다. 이처럼 중대재해처벌법이 입법 과정에서부터 특별한 의미를 지니게 된 것은 잇단 중대재해 때문이다.

2018년 12월,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고(故) 김용균 씨 사망사고를 계기로 중대재해 문제는 커다란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이에 산업안전보건법이 대폭 강화됐지만 이후에도 중대재해 사고 소식은 끊이지 않았고, 특히 2020년 4월 29일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고로 무려 38명이 사망하면서 보다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었다.

이후 중대재해처벌법은 지난해 1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1월 26일 제정됐고,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에 돌입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우선 처벌대상인 중대재해를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해 규정하고 있다. 노동자가 사망사거나 중상을 입는 ‘중대산업재해’와 일반 시민이 피해를 입는 ‘중대시민재해’다.

중대산업재해의 경우 △사망자 1명 이상 발생 △같은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발생 △같은 유해 요인에 의한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하면 적용된다. 

또한 중대시민재해는 △사망자 1명 이상 발생 △같은 사고로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10명 이상 발생 △같은 원인으로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질병자가 10명 이상 발생하면 해당된다.

여기에 해당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곧장 처벌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재해 예방에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재해 발생 시 재발방지 대책의 수립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중앙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가 관계 법령에 따라 개선, 시정 등을 명한 사항의 이행에 관한 조치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 등의 4가지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이것이 중대재해로 이어진 인과관계가 드러나야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이 같은 4가지 의무는 도급·용역·위탁한 경우까지 똑같이 적용된다. 

처벌대상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다. 중대산업재해 또는 중대시민재해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할 경우 징역 1년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며, 부상자 또는 질병자가 기준 이상 발생했을 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상의 벌금에 처한다. 

또한 양벌규정이 적용돼 해당 법인 또는 기관도 사망자 발생의 경우 50억원 이하의 벌금, 부상자 또는 질병자가 기준 이상 발생했을 경우 10억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다만, 법인 또는 기관이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 하지 않은 경우에는 벌금이 부과되지 않는다는 내용도 포함돼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사업장은 ‘5민 미만 사업장’이다. 단, 50인 미만 사업장이거나 공사 금액이 50억원 미만인 경우는 2년의 유예기간이 더해져 2024년 1월 27일부터 적용된다.

◇ 모호한 의무… 실효성 떨어진다는 지적도

하지만 이 같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경영계는 물론 노동계도 불만의 목소리를 터뜨리고 있다. 양측의 입장은 전혀 다르지만, 중대재해처벌법에 수정 및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동일하다.

양측의 가장 기본적인 불만은 법 내용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특히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가 준수해야 할 4가지 의무가 인정되는 정도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경영계는 과도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노동계는 빠져나갈 구멍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각각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가 법 해설서 및 가이드라인을 내놓기도 했으나, 여전히 ‘적절한’ ‘충분한’과 같은 모호한 표현이 많이 등장한다. 이에 정부는 각 업종별 특성을 반영한 ‘자율점검표’를 배포하는 한편, 취약사업장 3,500여곳을 대상으로 전문가들이 직접 진단해주는 컨설팅을 진행할 방침이다.

노동계에서는 애초에 법 적용대상부터 잘못됐다는 지적 또한 제기된다. 중대산업재해가 주로 발생하는 소규모 사업장이 제외된다는 점에서다. 실제 지난해 산업재해 사망자 828명 중 317명(38.3%)의 사망자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2년의 유예기간이 추가로 부여된 50인 미만 사업장에서도 351명(42.4%)이 사망했다. 당장 법 적용대상이 아닌 사업장에서 80%의 사망자가 발생했던 것이다.

아울러 대기업 및 중견기업의 경우 총수 또는 오너일가가 대표이사를 맡지 않은 채 실질적으로는 경영에 개입하는 등의 각종 ‘꼬리자르기’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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