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LG그룹으로부터 독립 출범한 LX그룹의 지주회사 LX홀딩스는 주가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 5월 LG그룹으로부터 독립 출범한 LX그룹의 지주회사 LX홀딩스는 주가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 5월 LG그룹에서 독립해 출범한 LX그룹의 지주사 LX홀딩스가 맥없는 주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출발부터 예사롭지 않던 주가가 어느덧 3분의 1 수준까지 내려앉으면서 소액주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모습이다. 국내 주식시장이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는 측면도 간과할 수 없지만, LX그룹의 현안인 계열분리 및 승계와 맞물려 상당한 논란 및 진통이 예상된다.

◇ ‘비실비실’ 주가, 오너일가의 셈법은?

LG그룹 일가 3세 구본준 회장의 계열분리 추진 소식이 처음 전해진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이후 본격적인 준비과정을 거쳐 지난 5월 LX그룹이 공식 출범했다. 이는 ‘장자승계’ 원칙을 철저히 지켜오고 있는 LG그룹이 앞서 4세 구광모 회장 시대에 접어든 만큼 예상된 수순이었다.

LX그룹은 LX인터내셔널, LX판토스, LX하우시스, LX세미콘 등의 계열사로 구성됐고, 지주사인 LX홀딩스는 지난 5월 27일 (주)LG로부터 분할해 재상장했다. 이처럼 새로운 출발선에 선 구본준 LX그룹 회장은 ‘1등 DNA’와 ‘개척정신’ 언급하며 “국내 시장을 뛰어넘어 세계로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하지만 야심찬 새 출발과 달리 LX홀딩스의 주가는 맥이 빠진 모습이다. 분할 재상장 첫날, LX홀딩스 주가는 기준가인 2만5,300원의 절반인 1만2,650원에 시초가가 형성되며 냉혹한 시장평가를 마주했다.

심지어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LX홀딩스 주가는 석 달이 채 되지 않은 8월 하순 1만원대 아래로 떨어졌고, 이후 잠시 1만원대를 회복하기도 했으나 9월 중순부터 10월 초까지 줄곧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9,000원대마저 붕괴됐다. 11월 초 현재 주가는 9,000원대 안팎을 오가고 있다. 가뜩이나 기준가의 절반으로 출발한 주가가 반년도 채 되지 않아 3분의 1 수준까지 내려앉은 모습이다.

이처럼 주가가 맥없는 행보를 이어가면서 LX홀딩스 소액주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주식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LX홀딩스 소액주주들의 불만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상황이다.

물론 소액주주들이 주가에 불만을 표출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또한 LX그룹이 이제 막 독자행보에 나섰다는 점과 전반적인 국내 주식시장 상황 등도 간과할 없다. 다만, LX그룹의 주가를 둘러싼 논란은 계열분리, 승계 등 오너일가의 중대현안과 맞물리면서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LX그룹은 아직 LG그룹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한 상태가 아니다. LX홀딩스가 기존 (주)LG 지분율 그대로 분할 출범했다보니 구광모 회장이 LX홀딩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구본준 회장 측 일가도 (주)LG 지분을 보유 중이다. LX그룹이 계열분리에 마침표를 찍고, 특히 내부거래 규제 등에 저촉되지 않기 위해선 지분 정리가 이뤄져야 한다.

주목할 점은 바로 이 과정에서 LX홀딩스 주가가 떨어질수록 LX그룹 오너일가에게 유리한 상황이 조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LX홀딩스 주가가 떨어지면, 같은 비용으로 더 많은 LX홀딩스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지분 정리 방법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은 ‘맞바꾸기’다. 그런데 주식 보유 규모 차이와 LX홀딩스의 주가 하락으로 인해 구광모 회장이 보유한 LX홀딩스 지분과 구본준 회장이 보유한 (주)LG 지분의 가치는 10배 이상의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한 구광모 회장이 이미 충분한 지분을 보유 중이고 상속세 납부로 인해 자금 여력이 충분치 않은 만큼, 구본준 회장과의 스왑딜이 필수적인 상황은 아니다.

여기서 떠오르는 또 다른 방법은 LX그룹의 승계문제와도 연결된다. 구본준 회장의 장남인 구형모 LX홀딩스 상무는 후계자로 지목되고 있지만 LX홀딩스 지분이 0.59%에 불과하다. 그런 그가 구광모 회장과 스왑딜을 단행할 경우 단숨에 그룹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마침 구형모 상무가 보유한 (주)LG 지분 가치는 구광모 회장이 보유한 LX홀딩스 지분과 큰 차이가 없다. 또한 구형모 상무가 충분한 현금 여력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부족분을 채우는데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이 경우 LX그룹은 일가는 승계문제를 비교적 간편하게 해결하는 것은 물론 비용 또한 절감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구본준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증여받는 것에 비해 세금 부담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아울러 구본준 회장이 보유 중인 (주)LG 지분을 그룹의 향후 성장동력 확보에 투입할 길도 열리게 된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일부 소액주주는 LX그룹이 고의로 주가를 누르고 있다거나 주가를 조작하고 있다는 불만 섞인 의혹까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LX홀딩스 관계자는 “주가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봐야한다”며 “LX홀딩스는 투자지주회사가 아닌 순수지주회사로, 자회사들의 실적이나 성장성이 주가에 영향을 끼친다. 주가가 적절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소통을 적극 이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분정리 문제와 관련해선 “정확한 시점이나 방식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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