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장혜영 정의당 의원과 ′페미니즘′ 설전을 벌였다. 정치권의 잠자고 있던 ′젠더 논쟁′이 다시 불붙는 모습이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정치권에서 ‘젠더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장혜영 정의당 의원의 온라인상 설전이 불씨가 됐다. 장 의원은 최근 불거진 ‘데이트 폭력’ 사건을 언급하며 “페미니스트가 되지 않을 수 없다”고 하자, 이 대표는 “선거 때가 되니까 또 이런 저런 범죄를 페미니즘과 엮는 시도가 시작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전날(21일) 페이스북에 “유태인의 경제활동에 대한 반감,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을 거라는 선동, 전라도 비하 등등과 하등 다를 것 없는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 프레임은 2021년을 마지막으로 정치권에서 사라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전날 장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겨냥한 것이다. 장 의원은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헤어지자고 말했다는 이유로 살해당한 여성들의 참혹한 죽음이 연일 보도가 되고 있다”며 “이별을 통보했다고 칼로 찌르고 19층에서 밀어 죽이는 세상에서 어떻게 페미니스트가 되지 않을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지난 17일 30대 남성이 전 여자 친구를 살해한 사건을 언급한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같은 장 의원의 지적이 ‘성별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런 잣대로 고유정 사건을 바라보고 일반화해버리면 어떻게 될까”라며 “전 남편에게 졸피뎀을 먹여 살해하고 토막 살인한 시신을 종량제 봉투에 담아 해상에 투기한 사건을 보고 일반적인 사람은 고유정을 흉악할 살인자로 볼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애써 그가 여성이기 때문에 젠더갈등화 하려고 하지도 않고 선동하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오히려 논쟁에 기름을 부었다. 장 의원은 즉각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다”며 “이 대표님 고유정 때문에 여친한테 살해당할까봐 걱정하면서 사시냐. 여친과 헤어지며 ‘안전이별’을 검색하시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젠더 기반 폭력에 대해 관점이 없고 안티 페미 선동에만 관심이 있으니 본질을 포착 못한다”며 “본인 권력욕의 만 분의 일이라도 여성의 생명안전에 관심을 두었다면 스토킹 범죄나 교제 살인과 페미니즘을 ‘엮네’ 어쩌네 하는 무식한 소리는 차마 못하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가세했다. 그는 “공당의 대표가 그 살인의 명백한 ‘젠더적’ 성격을 부정하고 나선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이 대표는 이 끔직한 범행의 동기가 뭐라고 생각하나. ‘젠더’를 빼고 설명할 수 없는 이 범죄의 본질을 극구 부정하는 이유는 뭔가”라고 반문했다.

이러한 비판에도 이 대표는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다. 그는 최근 여경의 대응 태세 논란으로 빚어진 ‘인천 여경 사건’을 염두에 둔 듯 “경찰공무원의 직무수행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공정한 경찰공무원의 선발에 대해 조금 더 치열하게 논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