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의 첫 해가 떠오른 지난 1일, 귀뚜라미 아산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뉴시스
2022년의 첫 해가 떠오른 지난 1일, 귀뚜라미 아산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귀뚜라미그룹의 2022년 새로운 출발이 최악의 악재로 얼룩졌다. 핵심 생산거점인 귀뚜라미 아산공장이 새해 첫날부터 큰 화마에 휩싸여 심각한 피해를 입은 것이다. 가뜩이나 치열한 경쟁과 뒤숭숭한 현안으로 갈 길 바쁜 최진민 회장이 연초부터 험로를 마주하게 됐다.

◇ 새해 첫날 잿더미로 변한 공장… ‘최악의 출발’

귀뚜라미 아산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은 2022년의 첫 해가 떠오른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 1일 오전 7시 48분쯤이다. 이후 무려 11시간 20분 동안 지속된 대형 화재였다. 

이날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폭발음까지 발생하면서 아산 및 천안에서 700건 이상의 119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한때 대응 2단계를 발령했으며, 헬기 3대 등 58대의 장비와 664명을 투입해 진화에 나섰다. 인근 평택 주한미군 부대에서 차량이 동원되기도 했다. 아산시와 천안시는 주민들에게 재난문자를 발송해 안전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이처럼 새해 첫날부터 발생한 대형 화재는 귀뚜라미 아산공장 조립동을 완전히 집어삼켰고, 인근 건물까지 옮겨 붙었다. 피해면적은 무려 축구장 7개에 달하며, 소방당국이 현재까지 추산한 재산피해 규모도 85억원에 이른다. 

귀뚜라미 아산공장은 지난해 2월 설 명절을 전후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해 공장가동이 전면 중단된 바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초부터 불미스런 악재를 마주하게 된 셈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재고물량으로 영업 및 실적에 큰 타격이 없었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생산설비 재구축을 위해 필요한 비용과 생산중단 기간 등을 고려하면 귀뚜라미의 피해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귀뚜라미를 둘러싼 안팎의 상황을 감안하면 타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보일러 시장은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귀뚜라미와 최대 라이벌 경동나비엔의 경쟁구도는 무척 뜨겁다. 특히 양사는 업계 최대 화두로 떠오른 친환경 보일러는 물론, 난방매트 등 여러 부문에서 한 치의 양보 없는 각축전을 벌여오고 있다.

뿐만 아니다. 귀뚜라미그룹은 지난해 국세청으로부터 고강도 특별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바 있으며, 이후 거액의 세금 추징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앞서도 일감 몰아주기, 편법 증여 등의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귀뚜라미그룹이 또 다시 불미스런 사안으로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귀뚜라미그룹은 창업주 최진민 회장이 80대에 이른 가운데, 현재 전문경영인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최진민 회장의 자녀들이 주요 계열사 임원으로 활동 중이긴 하지만, 아직까진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는 상태다.

2022년을 최악의 악재와 함께 시작하게 된 귀뚜라미그룹이 임인년(壬寅年)에 드리운 위기와 혼란을 어떻게 타개해 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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