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기업이 지난해 적자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한성기업이 지난해 적자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크래미’ 등으로 일반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중견 수산업체 한성기업이 지난해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교롭게도 오너일가 3세 임준호 사장이 부친과 함께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이루며 승계를 본격화한 2017년 이후 실적이 눈에 띄게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다. 가뜩이나 까다로운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임준호 사장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 또 다시 적자… 한성기업의 흔들리는 실적 ‘교묘한 타이밍’

지난 4일, 한성기업은 지난해 잠정 실적을 공시했다. 이에 따르면, 한성기업은 지난해 매출액 2,515억원, 영업손실 57억원, 당기순손실 59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실적과 비교해보면 매출액은 5.5% 감소하고 영업손익 및 당기순손익은 적자전환한 실적이다.

한성기업은 2015년 2,500억원대였던 연간 매출액이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더니 2016년 3,206억원, 2017년 3,227억원에 이른 바 있다. 하지만 이후엔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2018년 2,868억원 △2019년 2,700억원 △2020년 2,661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10여년 만에 2,500억원대까지 떨어진 모습이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된다. 한성기업은 러시아에서의 합작관계 종결 여파로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던 2014년을 제외하고 대체로 꾸준하게 흑자기조를 이어왔다. 그런데 2018년 영업이익이 7억원대로 뚝 떨어지며 당기순손익이 적자전환하더니 2019년엔 82억원의 영업손실과 17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20년엔 다시 63억원의 영업이익과 2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지난해 1년 만에 다시 적자를 마주하고 말았다. 

이 같은 실적의 주요원인에 대해 한성기업 측은 “어획량 감소와 어가하락에 따른 매출감소 및 손익 악화”라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다만, 보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실적이 아니기 때문에 답변하기 어렵다”며 “추후 사업보고서 공시 이후 밝힐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전해왔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한성기업의 매출이 줄고 수익성이 흔들리기 시작한 시점이 공교롭게도 오너일가 3세 임준호 사장의 승계 행보와 맞물린다는 것이다. 임준호 사장은 2017년 3월 대표이사에 취임하며 부친 임우근 회장과 함께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구축한 바 있다. 이는 3세 시대의 개막으로 해석할 수 있을 정도로 의미 있는 행보였다. 임우근 회장이 70대에 접어드는 시점이었던 데다, 임준호 사장이 최대주주 지위 승계를 위한 준비도 이미 마친 상태였기 때문이다.

한성기업은 지금도 임우근 회장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다만, 임우근 회장의 보유 중인 16.65%의 개인 지분보다 사실상 지주사 위치에 있는 극동수산의 지분(17.59%)이 더 많다. 그런데 임준호 사장은 동생 임선민 한성수산식품 이사와 함께 극동수산 지분 100%를 나눠 갖고 있다. 임준호 사장이 53.37%, 임선민 이사가 46.63%를 보유 중이다. 또한 임준호 사장은 개인적으로도 1.58%의 한성기업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3세 시대를 본격화한 이후 이어져온 실적 하락세가 지난해 더욱 심화하면서 임준호 사장의 발걸음은 더욱 무거워지게 됐다. 가뜩이나 까다로운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실적마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성기업은 오너일가 3세 임준호 사장이 2017년 3월 각자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승계에 박차를 가한 바 있다. /한성기업 홈페이지
한성기업은 오너일가 3세 임준호 사장이 2017년 3월 각자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승계에 박차를 가한 바 있다. /한성기업 홈페이지

◇ 지배력 강화 필요한데… 극동수산도 ‘흔들’

임준호 사장이 마주하고 있는 현안으로는 지배력 강화 및 이와 관련된 극동수산의 실적 부진, 그리고 한성기업의 재무건전성 등이 꼽힌다.

먼저, 임준호 사장은 앞서 살펴봤듯 극동수산을 통해 한성기업 등 계열사들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으나 안정적인 수준은 아니다. 한성기업의 경우 극동수산과 임준호 사장의 지분 합계가 20%를 넘지 못한다. 따라서 부친의 지분을 비롯한 추가 지분 확보가 필요한데, 문제는 자금이다. 개인 자금으로는 한계가 있고, 증여 또는 상속은 세금 부담이 크다. 지분 일부를 처분해 자금을 마련하는 경우 오너일가의 지배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극동수산을 통한 지분 확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극동수산이 처음 한성기업 지분을 매입한 것은 사조오양의 적대적 M&A 움직임이 나타났던 2009년이다. 이어 2010년엔 15%대까지 공격적으로 지분을 확대했고, 2011년과 2012년을 거쳐 20%에 육박하는 지분을 확보했다.

이후 극동수산은 임준호 사장과 임선민 이사가 2015년을 기해 지금의 지분구조를 형성했다. 그리고 이때를 전후로 내부거래 비중이 급격히 늘어났다. 극동수산의 전체 매출액에서 한성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3년엔 전혀 없었지만 △2014년 82.6% △2015년 99.2% △2016년 72.7%로 치솟은 것이다. 

같은 기간 매출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2013년 303억원이었던 연간 매출이 2014년 105억원으로 뚝 떨어졌으나, 이후 △2015년 152억원 △2016년 279억원으로 빠르게 회복됐다.

하지만 이는 당시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승계용 일감 몰아주기’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특히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일감 몰아주기 문제는 더 큰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그러자 한성기업이 극동수산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37.6% △2018년 31.4% △2019년 16.4%으로 빠르게 감소했다. 문제는 실적 역시 흔들렸다는데 있다. △2017년 296억원 △2018년 231억원 2019년 102억원으로 매출이 급감했다. 

다행히 극동수산은 2020년 한성기업을 통한 매출이 전무한 가운데서도 26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다만, 아직은 승계를 위한 지분 확대에 나설 수 있을 만큼 경영이 안정된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

한성기업의 재무상태 역시 불안정하기는 마찬가지다. 한성기업은 지난해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이 343%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 3분기까지 흑자를 유지하던 누적 실적이 4분기를 기해 적자로 돌아선 만큼, 재무상태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상당하다.

이처럼 임준호 사장은 산적한 현안 속에 한성기업의 실적마저 악화되며 고심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시사위크>는 한성기업의 최근 승계 행보 및 실적 흐름과 향후 계획, 극동수산의 내부거래 변화 배경 등을 문의했으나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