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제약의 실적이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2년 연속 주춤한 가운데, 승계구도에서도 변화가 포착된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대원제약의 실적이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2년 연속 주춤한 가운데, 승계구도에서도 변화가 포착된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꾸준했던 성장세가 꺾였던 대원제약이 지난해에도 아쉬운 실적을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최근엔 오미크론 변이의 거침없는 확산세 속에 자사 제품의 품귀현상이 빚어지는 등 코로나19로 뜻밖의 수혜를 입고 있다. 이 같은 롤러코스터 행보가 앞서부터 이어져온 3세 승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주목된다.

◇ 꾸준히 성장하던 대원제약, 코로나19로 울고 웃다

국내 최초 짜먹는 감기약 ‘콜대원’으로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친숙한 대원제약은 지난 수년간 성장세를 이어왔다. 

2012년 1,381억원이었던 대원제약의 연간 매출액 규모는 △2013년 1,588억원 △2014년 1,819억원 △2015년 2,161억원 △2016년 2,407억원 △2017년 2,654억원 △2018년 2,866억원 △2019년 3,178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역시 △2012년 134억원 △2013년 155억원 △2014년 178억원 △2015년 230억원 △2016년 291억원 △2017년 252억원 △2018년 307억원 △2019년 351억원으로 역시 꾸준한 상승곡선을 그려왔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세는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진 2020년을 기점으로 방향을 틀었다. 대원제약은 2020년 3,085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소폭 하락한 수치였다. 영업이익의 경우 2019년 대비 31.3%의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며 240억원에 그쳤다.

이 같은 실적 변화는 코로나19 사태의 여파였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각종 방역조치 강화 및 외부활동 감소로 병원과 약국을 찾는 일반 환자의 수가 크게 줄어들면서 대원제약의 성장가도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된 지난해에는 매출이 성장궤도를 되찾았지만 수익성은 더욱 악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대원제약이 공시한 지난해 잠정 실적에 따르면, 3,541억원의 매출액과 194억원의 영업이익, 6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보다도 눈에 띄게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014년 이후 처음으로 200억원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다만, 대원제약의 발목을 잡으며 악재로 작용했던 코로나19 사태는 최근 호재로 탈바꿈했다. 오미크론 변이가 폭발적인 확산세를 보이면서 대원제약의 제품이 품귀 현상을 빚는 등 뜻밖의 수혜가 찾아온 것이다. 전파력은 높지만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정부의 지침도 재택치료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감기약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것이 그 배경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원제약은 최근 주가가 크게 오르기도 했다.

이처럼 코로나19 사태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대원제약은 3세 승계작업이 한창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1958년 창업주 고(故) 백부현 전 회장이 설립한 대원제약은 현재 고 백부현 전 회장의 자녀인 백승호 회장과 백승열 부회장이 형제경영 체제로 이끌고 있다. 한편으로는 수년 전부터 3세 승계 움직임도 포착된다. 

백승호 회장과 백승열 부회장은 나란히 2명의 아들을 자녀로 두고 있는데, 그 중 후계구도에서 단연 눈에 띄는 인물은 백인환 전무다. 백승호 회장의 장남인 그는 미국 국적이며, 사업보고서 등의 주주 및 임원 명단엔 ‘BAEK JONATHAN IN’이란 이름으로 기재돼있다.

2011년 마케팅팀 사원으로 입사한 백인환 전무는 2016년 상무에 이어 2019년 1월 전무로 승진했으며, 2019년 3월 부친의 지분을 일부 증여받으며 승계 행보에 박차를 가했다. 특히 그는 ‘콜대원’의 성공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을 뿐 아니라, 오너일가 3세 중 유일하게 승계 행보를 보였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내세울 만한 성과가 있는데다, 회사도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백인환 전무가 3세 시대의 주인공이 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렸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승계구도에도 변화가 포착된다. 지난해 말 대원제약의 인사 발표에 따르면, 백승열 부회장의 장남인 백인영 이사가 이사대우에서 승진했다. 또한 그는 신성장추진단이란 무게감 있는 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1989년생인 백인영 이사는 2019년 대원제약에 입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불과 2년여 만에 이사 자리까지 오른 모습이다. 이로써 당초 백인환 전무뿐이었던 대원제약의 승계구도는 백인영 이사까지 더해지면서 ‘사촌경영’ 형태를 띠게 됐다. 

공교롭게도 대원제약은 3세 승계 행보가 유의미한 변화를 맞은 이후 코로나19 사태라는 변수를 마주했다. 그리고 그 변수는 악재에서 호재로 변화하기도 했다. 이는 3세 승계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다. 대원제약의 3세 승계 행보가 향후 꾸준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코로나19 사태가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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