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국제노동기구(ILO)에서 개최한 ‘사람중심 회복을 위한 ILO 글로벌 포럼’ 제 1세션에서 연설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국제노동기구(ILO)에서 개최한 ‘사람중심 회복을 위한 ILO 글로벌 포럼’ 제 1세션에서 연설하고 있다. /청와대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한국은 코로나 위기 이전의 고용수준을 넘어섰고 질도 나아지고 있으나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를 해결해야 하는 숙제는 더욱 커졌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 ILO(국제노동기구) 본부에서 열린 ‘사람중심 회복을 위한 ILO 글로벌 포럼’ 제1세션에 화상으로 참석해 “한국은 그간의 정책 경험을 공유하고, '사람 중심 회복'을 위한 ILO(국제노동기구)의 노력과 국제 협력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위기는 곧 일자리의 위기”라며 “지난 2년, 세계는 나라마다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사투를 벌였다. 모든 나라가 전례 없이 확장적인 재정을 운용했고, 1700개의 고용·복지 프로그램을 새롭게 시행했다. 그러나 일자리 충격을 완전히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언급했다.

특히 “청년과 여성, 임시·일용직과 영세 자영업자 같은 취약계층에게 일자리의 어려움이 집중됐고, 시장 소득의 불평등이 확대됐다”며 “전 세계적으로 하루 생계비가 1.9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절대 빈곤 인구도 1억명 가량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회복 국면에서도 자산과 소득의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다”며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이 줄어들었지만, 상위 계층에게는 더 많은 부의 기회가 되고 있다. 물가 상승도 저소득층에게 더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짚었다.

또 문 대통령은 “나라와 나라 사이의 격차도 커졌다”며 “선진국에서는 일자리 사정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나아지고 있지만, 정책 여력이 부족한 개도국에서는 회복이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공급망 불안을 경험하며, 한 나라의 위기가 곧 이웃 나라의 위기로 이어진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며 "모든 나라 모든 사람이 함께 회복할 수 있도록 연대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다행히 우리는 다양한 분야에서 힘을 모으고 있다”면서 “고용과 복지 분야에서도 다자주의 정신이 발휘돼 취약 국가 지원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길 바란다”고 했다.

아울러 “개별국가 차원에서도 취약계층에 대한 특별한 지원을 이어가야 한다”며 “ILO를 중심으로 각국의 정책 경험을 긴밀히 공유하고 보다 효과적인 지원 방안을 함께 모색해 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탄소 경제 전환으로 인한 일자리의 대변화에도 함께 대응해야 한다”며 “디지털과 그린 전환을 양질의 일자리 창출 기회로 만드는 한편, 새로운 불평등을 야기하지 않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디지털 경제와 관련해 “전통적인 노사 관계와 다르고 노동자와 사용자의 구분이 어려운 플랫폼 노동이 확산되면서 노동보호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가 늘고 있다”며 “이제 ILO와 전 세계 노사정이 함께 새로운 형태의 노동까지 보호할 수 있도록 노동기준을 발전시켜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탄소중립 사회 전환과 관련해서는 “ILO는 친환경 투자와 재생 에너지 산업의 성장으로 2030년까지 1억개의 일자리가 생겨날 것으로 전망했다”며 “동시에 화석 연료 의존도가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8,0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자리의 이동 과정에서 많은 실업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며 “노동자들이 새로운 일자리로 원활히 이동할 수 있도록 지금 바로 도움이 시작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일자리의 대변화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대화를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고용형태가 다양해지면서 전통적인 노사정 구도에서 충분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다. 비전형 노동자와 미조직 노동자 등을 포함해 사회적 대화의 주체와 대상을 다양하게 발전시켜 나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문 대통령이 참석한 ILO 글로벌 포럼은 지난해 6월 109차 ILO 총회에서 채택된 ‘코로나19로부터의 사람중심 회복을 위한 글로벌 행동 요청’ 결의의 후속조치로 열렸다. 회원국의 위기극복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고 글로벌 차원의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의 이번 연설은 가이 라이더 ILO 사무총장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청와대에 따르면 라이더 사무총장은 한국이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3개 핵심 협약을 비준하고, ILO와 가장 긴밀히 협업하는 국가 중 하나이며 팬데믹 극복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입증한 국가라며 문 대통령을 초청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20년 ILO 글로벌 회담에 이어 지난해 ILO 총회에서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국가정상 연설을 했다. 이번 연설을 통해 3년 연속 ILO에서 국가정상 연설을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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