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6·1 지방선거 패널티 규정을 두고 갈등에 빠졌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의 반발을 시작으로 이준석 대표와 김재원 최고위원의 진실 공방까지 이어지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초박빙이긴 했지만 대통령 선거를 승리로 마무리 지었고 기세를 몰아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두자는 결기도 대단했다. ‘공정한 공천’을 내세우며 새로운 시도를 도입하는가 하면 공천 비리를 막기 위한 당내 기강도 다잡았다. ‘잡음 없는 공천’을 수행하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결국 잡음이 터져 나왔다. 지난 21일 국민의힘 지도부가 정한 ‘공천 패널티 조항’에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 반발 하면서다. 홍 의원은 23일 페이스북에 “27년간 당의 흥망성쇠를 함께한 내가 무슨 잘못이 있다고 벌을 받으면서까지 경선을 해야 하냐”며 재차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앞서도 “지방으로 낙향하겠다는데도 발목을 잡는다”고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패널티 조항에 따르면, 홍 의원은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25% 감점을 감수해야만 한다. 지난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것과(15% 감산) 현역 의원으로 출마하는 것(10% 감산)에 모두 해당되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당장 당내에서도 해당 규정이 노골적으로 홍 의원을 견제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최고위의 결정은 특정인을 염두에 둔 결정이라고 누가 봐도 보여진다”고 지적했다.

화살은 곧장 이번 결정에 참여한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을 향했다. 앞서 김 최고위원은 홍 의원이 출마 의사를 내비친 대구시장 출마를 공식화했다. 홍 의원은 사실상 김 최고위원이 자신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들기 위해 이러한 규정을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그가 전날 페이스북에 “심판이 자기한테 유리한 룰을 정해놓고 선수로 뛰면 승복할 선수가 세상에 어디 있냐”고 날을 세운 것도 오롯이 김 최고위원을 겨냥한 것이다.

◇ 이준석-김재원 진실 공방

두 사람 간 신경전으로 국한됐던 문제는 김 최고위원의 해명이 나오면서 확산됐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 같은 규정 ‘초안’을 가져온 것이 이 대표라고 말했다. 그는 “당 대표가 갖고 온 초안은 해당 행위자 패널티 강화 내용으로 탈당 경력자 25% 감산, 징계 경력자 25% 감산 그리고 당원자격 정지 처분 이상을 받은 징계 경력자 15% 감산 이런 내용”이라며 “(저는) 15%로 통일하자는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홍 의원의 반발과 달리 자신은 오히려 감산 폭을 낮췄다는 것이다.

전날 ‘감점제에 반대했다’고 언급한 이 대표는 즉각 발끈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는 누차 감산점을 어떤 형태든 반대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최고위원이 방송에서 제가 35% 하자고 했는데 본인이 25%로 줄였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회의록도 다 남아있고 참석한 배석자들이 전혀 그런 상황이 아니라고 얘기하는 상황”이라며 “본인이 대구시장 출마하는 상황에서 여러 오해를 사니까 당 대표에게 뒤집어씌우는 이게 무슨 상황인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곧이어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김 최고위원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최고위원이) ‘아직 (나는) 출마할 가능성이 많지 않다. 이해당사자로 보지 말아 달라’라는 언급까지 하시면서 논의에 참여하셨다”고 폭로했다. 재차 올린 글에선 ‘시‧도당위원장 회의 주요 논의사항’ 문건 사진도 공개하며 “자꾸 당 대표에게 이런 떠넘기기를 시도해서 공천에 대한 잡음을 만들지 않았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가 공개한 문건에는 현역 국회의원의 광역단체장 출마를 전면 허용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논란이 당 전체로 확산되는 가운데, 당 일각에서는 공천관리위원회에서 해당 조항을 재논의 할 가능성도 새어 나온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홍 의원을 포함해 탈당했던 분들을 나중에 다 복당을 시켰는데 25%나 죄를 지은 것처럼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는 의문”이라며 “어차피 이 부분은 공관위에서 다시 재논의를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미경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이날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최고위에서 의결을 거치며 나가기는 했지만, 공관위가 다시 구성되고 현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이후 의견을 듣고 다시 고려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