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다수 인수합병으로 북미시장 내 기반을 마련해온 LG생활건강이 인수 리스트를 추가하며 북미사업 확장 행보를 가속화했다. 사진은 지난달 20일 인수한 미국 뷰티 브랜드 ‘The Crème Shop(더크렘샵)’의 제품. /LG생활건강

시사위크=엄이랑 기자  장기간 다수 인수합병으로 북미시장 내 기반을 마련해온 LG생활건강이 인수 리스트를 추가하며 북미사업 확장 행보를 가속화했다. 올해 초 그룹 신년사에서 북미사업 확장이 중점 추진사항으로 거론된 만큼, 미래 그룹성장의 중심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달 20일 LG생활건강(이하 엘지생건)은 미국 뷰티 브랜드 ‘The Crème Shop(더크렘샵)’ 지분 65%를 1억2,000만달러(약 1,485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엘지생건은 더크렘샵에 대해 최근 미국 MZ세대 사이 높은 관심이 형성된 K-뷰티의 특성을 살려 ‘K뷰티와 현지 감성의 조화’를 이룬 브랜드라고 소개했다. 아울러 기초 및 색조화장품을 비롯해 뷰티 액세서리 등 다양한 제품으로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크램샵은 지난해 연간 매출 470억원, 영업이익 119억원을 기록한 업체다. 엘지생건의 설명대로 성장세는 높았다. 지난 2019년과 2020년 연간 매출로 각각 261억원, 291억원을 기록한 바 있는데, 특히 영업익에서 성장폭(△2019년 15억원 △2020년 67억원)도 컸다.

엘지생건은 ‘글로벌 명품 뷰티 회사’라는 목표를 위해 북미시장 확대를 필수 조건으로 보고 있다. 올 초 차석용 부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중점 추진사항으로 ‘북미시장 중심 해외사업 확장’을 제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엘지생건은 △피지오겔 북미사업권(2020년)을 비롯해, △뉴에이본(2019년) △보인카(알틱 폭스, 2021년) 등 북미 현지 업체를 인수하며 시장 확대 기반을 지속 마련해왔다.

인수를 통한 북미시장 확대 전략은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2019년 2,765억원을 기록했던 북미 매출은 이듬해(5,276억원)와 지난해(5,163억원) 2배 가까이 상승했다. 지난해 기준 전체 해외매출(2조6,547억원)에서 비중은 19.4%다. 

이 같은 엘지생건의 행보는 그룹성장 외에도 중국 시장 의존도를 줄이는데 효과를 볼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엘지생건의 해외실적 대부분은 중국에 치중돼있다. 지난해 중국시장 매출은 1조3,297억원으로 전체 해외매출 내 비중은 49.9%에 이른다. 특히 돌발 변수발생이 잦은 중국 시장의 특성상 중국에 상응하는 시장 개척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박은정 유안타증권 투자분석가는 지난 3월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올 1분기 실적은) 전분기에 이어 면세매출 감소가 이어짐에 따라 화장품 부문의 이익 추정치 하향이 불가피하다”며 “면세매출 감소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기조 및 최근 중국 내 신규 확진자 증가 추세로 지역 봉쇄, 통관 강화 등에 따른 영향으로 판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엘지생건은 먼저 아시아에서 큰 성공을 거둔 대표제품 ‘후’에 북미 소비자가 선호하는 향과 용기 디자인을 적용해 전면에 내세울 방침이다. 아울러 인수를 통해 확보한 글로벌 브랜드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보인카의 헤어케어 브랜드 ‘알틱폭스(Arctic Fox)’ 인수 당시, 해당 업체가 보유한 디지털 역량을 바탕으로 온라인 채널 강화를 예고한 바 있다. 

마찬가지로 오프라인 채널에서 활약상이 돋보인 더크렘샵의 강점 역시 북미시장 공략에 활용될 전망이다. 더크램샵은 미국 내 1,200여개의 매장을 보유한 화장품 멀티숍 ‘Ulta Beauty(얼타뷰티)’와 조제약을 비롯해 화장품·생필품을 판매하는 드럭스토어 체인 ‘CVS’ 등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서 강점을 보여 왔다. 아울러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자사 쇼핑몰을 육성하고 아마존 등 디지털 채널에서의 성장을 준비해온 점에도 기대를 내비쳤다.

엘지생건 관계자는 <시사위크>에 보낸 입장문을 통해 “크렘샵이 보유한 K뷰티 헤리티지와 현지 마케팅 및 영업역량을 활용해 미주 사업을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며 “아울러 글로벌 M&A를 통해 확보한 다수 브랜드로 전략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 이들의 인지도를 기반으로 데일리 뷰티 사업의 글로벌 확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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