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홍 회장이 이끄는 대양그룹이 불미스런 사건·사고가 잇따르며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뉴시스
권혁홍 회장이 이끄는 대양그룹이 불미스런 사건·사고가 잇따르며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국내 골판지업계 1위의 위상을 자랑하는 중견그룹 대양그룹이 올해도 잇단 불미스런 사건·사고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업계에서 입지전적 인물로 추앙받는 권혁홍 회장의 경영 철학이 더욱 얼룩지고 있는 모습이다.

◇ 또 다시 발생한 안전사고… 노조탄압은 항소심서도 ‘철퇴’

지난 23일,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관계자들은 고용노동부 청주지청 앞에서 현수막을 들고 기자회견에 나섰다. 이들이 기자회견에 나선 이유는 최근 대양판지 청주공장에서 발생한 사고 때문이다.

노조에 따르면, 대양그룹 계열사 대양판지 청주공장에서는 지난 10일 기계를 점검하던 근로자가 손목 인대 및 신경이 손상되는 큰 사고를 당했다. 

노조는 이러한 사고를 부른 것이 대양판지의 심각한 안전불감증이라고 지적한다. 해당 근로자가 작업 전 기계 가동 중단을 요구했지만, 공장장이 이를 외면하고 작업 강행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노조는 또한 “사고 발생 8개월 전 해당 사업장의 위험요인을 방치하는 공장장 등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이에 고용노동부 청주지청은 현장점검을 통해 약식명령과 시정명령 처분을 내렸다”며 “하지만 이후 사측은 시정명령을 이행한 것처럼 허위보고했고, 청주지청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시켰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고용노동부의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혐의로 대양판지 대표 및 공장장을 재차 고발한 상태다.

대양그룹의 안전불감증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은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에는 대양판지 장성공장에서 근로자가 기계에 끼이는 사고를 당해 중상을 입었고, 올해는 새해 첫날부터 광신판지 안산공장에서 끼임 사고로 인한 사망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일련의 사고들은 노조 측의 적극적인 문제제기 움직임 속에 거듭 발생해 더 큰 씁쓸함을 남긴다. 노조의 지적을 받아들이고 개선에 나섰다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다.

대양그룹의 씁쓸한 민낯은 노조가 기자회견을 연 다음날에도 드러났다. 이번엔 광주지방법원에서다. 광주지법 형사2부는 이날 대양판지 임직원 6명에 대한 항소심에서 이들 모두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각각 선고했다. 5명에 대해선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형을 선고했으며, 1명에 대해서만 건강 악화를 고려해 기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240시간이었던 것을 징역 1년 3개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80시간으로 감경했다. 

이 같은 판결은 대양판지에서 자행된 노조탄압 사건에 따른 것이다. 대양판지는 2020년 3월 금속노조 산하 노조 결성 움직임을 감지하고 회사에 우호적인 노조, 소위 ‘어용노조’를 선제적으로 설립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사측의 지시를 받아 청주공장 관리자를 중심으로 꾸려진 1노조는 노조설립총회도 하지 않는 등 절차를 무시한 채 허위로 설립신고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측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3노조까지 설립하도록 했으며, 절차상 문제가 드러나 관계당국의 수사가 이뤄지고 고용노동부로부터 설립신고 취소 처분이 내려졌음에도 곧장 4노조를 설립하기까지 했다.

이렇게 마구잡이로 설립된 어용노조는 실제 노조의 정상적인 활동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활용됐다. 어용노조 조합원이 더 많다는 이유를 들며 금속노조 산하 노조와의 교섭을 거부한 것이다.

하지만 대양판지의 무소불위 행태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노조의 고발을 접수한 고용노동부 및 검찰이 즉각 수사에 착수했고, 어용노조 설립 과정에서의 절차적 하자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결국 1노조 설립이 이뤄진 시점으로부터 1년 만인 지난해 3월 이를 주도한 임직원 6명이 기소되기에 이른 바 있다.

지난해에는 대양판지 장성공장의 폐수 무단배출이 적발되기도 했다. 최근 기업들의 최대 화두로 여겨지고 있는 ESG경영과 거리가 먼 행보가 여러 부문에 걸쳐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대양그룹의 이 같은 행보로 인해 업계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자랑하는 권혁홍 회장의 경영철학 역시 얼룩지고 있다. 권혁홍 회장은 1960년대 20대의 젊은 나이로 업계에 발을 들여 골판지 업계 1위 기업을 일궈낸 입지전적 인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일련의 사건·사고들은 대양그룹의 슬로건인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은 물론, ‘안전 우선’을 가장 먼저 앞세운 경영이념과도 거리가 먼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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