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가 줄줄이 가격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인상요인을 최소화하라며 압박에 나섰다./ 뉴시스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말 주요 식품업체들의 가격인상 발표를 시작으로 도미노 인상 행렬이 현실화됐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인상요인을 최소화하라며 압박에 나섰다.

◇ 식품업계 ‘도미노’ 가격 인상

지난 1일 hy는 일부 제품에 대해 가격을 인상했다. ‘야쿠르트 라이트’는 200원에서 10%, ‘쿠퍼스 프리미엄’은 2,500원에서 12.5% 인상됐다. ‘야쿠르트 프리미엄 라이트’와 ‘멀티비타 프로바이오틱스’는 각각 100원씩 오른다.

지난 15일에는 오리온이 전체 60개 생산제품 중 파이‧스낵‧비스킷 등 16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15.8% 인상한다고 밝혔다. 주요 제품별로는 △초코파이 12.4% △포카칩 12,3% △꼬북칩 11.7% △예감 25.0% 등 가격이 오른다.

가격인상 흐름은 내달에도 이어질 예정이다. 팔도는 내달 1일부로 라면 가격을 평균 9.8% 인상한다고 밝혔다. 인상 품목은 라면 12개 브랜드다. 주요 제품별로는 △팔도비빔면 9.8% △왕뚜껑 11.0% △틈새라면빨계떡 9.9% 등에서 가격이 오른다.

오뚜기도 내달 10일부로 라면 가격을 평균 11.0% 인상한다. 대형마트 판매가 기준으로 △진라면 15.5% △진비빔면 10.3% △진짬뽕 8.4% △컵누들 7.8% 등 가격이 조정된다.

◇ 정부 “예의주시 하겠다” 경고에… 식품업계 ‘주춤’할까

이번 가격 인상에 대해서 식품업계들은 다른 방도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스낵 등 과자류를 주요 제품으로 판매하는 오리온은 지난해부터 주요 원재료 가격이 급등했고 제품생산 시 사용하는 에너지 비용도 90%이상 오르는 등 원가 압박이 가중돼왔다고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매출 신장에 힘입어 이익 감소를 방어해왔으나 하반기부터 수익성이 큰 폭으로 저하되고 있어 지난 9년간 동결했던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농심‧팔도가 라면 가격을 인상하자 오뚜기도 지난해 8월 13년 만에 가격 조정을 한 이후 1년 2개월만에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원재료값 상승에 고환율이 지속되고 물류비 등 국내외 제반비용이 급등해 가격을 조정하게 됐다”며 “이번 가격 조정에도 오뚜기라면 가격은 주요 경쟁사보다 낮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식품업계 가격인상 흐름에 사실상 경고장을 날리면서 제동을 걸고 나섰다. 

지난 19일 열린 ‘민생물가 점검회의’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소관 부처를 중심으로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식품업계의 잇따른 가격인상에 대해 “농식품부를 중심으로 식품물가 점검반을 통해 동향을 일일 모니터링하고 업계와 가격안정을 위한 협의도 적극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이어서 “지금도 많은 경제주체들이 물가상승 부담을 감내하고 있다”며 “가공식품 업계에서도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인상요인을 최소화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추 부총리가 이러한 발언을 한 데엔 식품업계의 가격인상 움직임이 민생부담을 가중시키고 물가안정기조의 안착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됐다. 그동안 정부는 10월에 물가가 최고치를 찍고 이후부터 꺾일 것이라고 예상해왔다. 이 시점에서 식품업계가 지속적으로 가격을 인상할 경우 물가 하락폭이 예상보다 작아질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식품업계 가격인상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경고한 만큼 앞으로 추가적인 움직임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식품업계 내에선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부담을 개별 기업에게만 주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터져나오고 있는 분위기다.

◇ 엇갈리는 평가… 정부 대책은?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과 정부의 질책에 대한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대기업 영업수익률과 관련해서 부정적인 상황이 아니다”라고 짚었다. 이어 “소비자가 원하는 건 원자재 조달 등에서의 혁신을 통해 가격을 낮추고 품질을 향상하는 건데, 중소상공인도 아니고 대기업이 이 시기에 가격을 인상하는 건 책임감이 부족한 모습”이라고 짚었다.

또한 이 교수는 정부가 직접적으로 제재를 가하기 전에 대기업이 스스로 가격을 조정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대기업도 사회를 구성하는 큰 부분인데 자발적으로 가격 인상을 억제하는 책임 있는 경영이 바람직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에서는 시장의 가격 결정 과정에 정부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적 제재가 필요한 부분 외에서 기업을 향한 압박은 부당하다는 시각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부담은 전 세계적으로 있는데 기업에게만 가격 인상을 억제를 강요할 수는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식품업계 가격인상이 소비자에게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란 지적도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최근 정부의 질책에 식품업계서도 불만어린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향후 정부가 어떻게 조율해 나갈 것인지에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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