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식품업계가 가공식품 가격을 줄줄이 인상하고 있다.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 지적도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 가공식품 코너./ 뉴시스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최근 식품업계가 가격 인상을 줄줄이 단행하고 있다. 식품업계에선 원재료값 인상 때문에 불가피하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소비자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라면·스낵·음료 등 가공식품 가격 인상 줄줄이

농심은 지난 24일 라면과 스낵 출고가를 내달 15일부터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라면 26개는 평균 11.3%, 스낵 23개는 평균 5.7% 오른다. 대표 제품으로는 △신라면 10.9% △너구리 9.9% △새우깡 6.7% 등이 인상된다. 농심이 작년부터 라면‧스낵 가격을 인상한 것에 이어 올해도 인상 결정을 내린 데에는 고물가‧고환율로 인한 원가 부담 심화가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오뚜기도 굴소스 등 수입 소스류 가격을 인상했다. 지난해부터 국제곡물‧유가 등 원료 가격 상승으로 인해 오뚜기가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하고 있는 가운데 대형마트에 이어 편의점을 통해 판매하는 수입 소스류 가격도 내달 1일부터 10% 가량 인상할 전망이다.

하림은 닭가슴살(갈릭‧블랙페퍼 100g) 등을 포함한 주요 제품들에 대해 8% 이상 가격을 올렸다. 빙그레가 유통하는 프랑스의 ‘래핑카우포션 플레인’ 등도 15% 가격이 인상되고, 동원의 체다치즈는 20% 인상될 예정이다. 요구르트 등의 음료 가격도 상승한다. hy는 내달 1일부터 ‘야쿠르트 라이트’ 등 일부 제품에 대해 가격을 인상한다.

또한 서울우유가 목장경영 지원금으로 낙농가에 지원한 30억원에 대해 업계는 사실상 원유가격 58원 인상으로 해석하고 있다. 소비자 구매가격이 원유가격의 10배 정도가 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서울우유의 제품 가격은 580원 오를 것으로 분석된다. 이 외에 외식업계도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중식 프랜차이즈 홍콩반점0410과 리춘시장도 각각 지난 23일과 25일부터 주요 메뉴 가격을 평균 12% 인상했다.

라면과 스낵에 이어 유가공품, 음료 등까지 가격이 연이어 오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 가공식품 물가 상승압력 지속될 것… “근본적 대응책 부족해”

올해 상반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영향으로 국제곡물 가격엔 상승압박이 지속돼왔다. 국제곡물 가격의 국내 수입물가 반영에는 3~6개월이 소요된다. 이에 하반기에도 곡물 수입물가 상승압력은 지속될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8월에 발간한 ‘원재료 수입가격 상승의 가공식품 물가 영향’에 따르면 국제곡물 등 수입원재료를 많이 이용하는 업종별 평균 원재료비 제조원가 비중이 53.8%~78.4%로 집계됐다. 또한 이번 2분기 가공식품 부류별 물가상승이 △사료 18.7% △제분 17.8% △조미료 및 유지 10.1% △제당및전분 9.0% 등의 상승률을 보임에 따라 국제곡물가의 상승은 가공식품 물가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에서는 원재료 수급 및 물가 여건이 가장 중요하다며 정부의 지속적인 대응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 5월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주로 구매하는 식품에 대해 할당 관세를 한시적으로 인하 또는 면제하는 등 물가 안정을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다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국제곡물 수급 악화와 가격 급등에 대비해 정부가 안정적 확보와 물가 영향 최소화를 위한 정책 수행 중에는 있으나 세제 및 금융지원 이외의 근본적 대응책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어 현 상황에 대해 글로벌 공급망 위기‧기후변화 등으로 향후 국제곡물 시장의 위기는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전망되며 국내 가공식품 산업의 생산활동‧물가에 영향이 크므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 업계 도미노 인상 이어지나… 소비자 부담은↑

식품업계들은 원재료 가격 인상을 이유로 들면서 줄줄이 제품 가격인상을 결정했다. 다만 이런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들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결국엔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국제곡물가 인상 등 원재료 가격 인상으로 불가피했다”며 “부득이하게 결정을 내린 것이고 여러 요인들에 대해 최대한 감내하면서 최소한도로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따가운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주요 업체들의 가격 인상 결정으로 다른 업체의 도미노 인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격 인상 외에 다른 대안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실제로 식품 관련해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로 국제곡물과 식재료 가격이 많이 올랐으니 가격인상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대기업들의 경우에는 가격인상을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가격인상 요인이 있다고 해서 중소 자영업자도 아닌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대기업이 앞장서는 것은 문제”라며 “이는 가격인상 흐름에 편승해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다른 방향의 물자조달을 통해 더 저렴한 방법을 찾아보는 등 가격 인상을 억제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며 “이번 가격인상은 대기업이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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