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정부가 지난 6일 정부 조직을 18부·3처·19청·6위원회(46개)로 바꾸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공약했던 여성가족부(여가부) 폐지안도 담겨 있다.

그러나 정부조직법은 국회에서 의결을 통해 개정된다. 169석의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협조가 필수다. 게다가 민주당은 여가부 폐지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설득보다는 ‘압박’에 나선 모양새다. 

◇ 윤 대통령 “여가부 폐지, 사회적 약자 보호 강화 ”

윤 대통령은 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회견)에서 ‘여가부 폐지 등 정부조직법 개정은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통과 가능성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국회 상황에 대해서 제가 예측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면서도 “여가부 폐지라고 하는 건 여성, 가족, 아동,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보호를 더 강화하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당위를 제시했다. 

이어 “소위 말해서 어떤 권력 남용에 의한 성비위 (피해자)에 대해서도 ‘피해호소인’이라고 (칭)하는 그런 시각에서 완전히 탈피하자(는 것)”이라며 “그리고 여성에 대한 보호를 더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취재진의 질문은 ‘정부조직법 개편에는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여소야대 지형에서 정권을 잡은 윤 대통령이 국정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야당의 수적 우세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조직법 뿐 아니라 예산안, 국무총리 및 대법관, 헌법재판관 등 주요 직책 등은 국회 표결이라는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이 취임 초에 ‘협치’를 강조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예상이 나왔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협치는 먼 이야기가 됐고, 국회는 여야 간 대결만 난무하고 있다. 게다가 민주당은 여가부 폐지를 반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대선 공약을 실천하려면 민주당의 협조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여가부 폐지가 ‘여성에 대한 보호를 더 강화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당위를 제시했다. 여성은 ‘사회적 약자’라는 인식에 바탕한 발언이다. 정부조직법 개편에도 보면 여가부는 폐지되고 해당 업무는 복지부에 신설되는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로 이관된다. 이 역시 여성은 여전히 남성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존재란 인식을 고착화시킬 것이란 지적이 있다. 

이같은 인식은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 브리핑에서도 드러난다. 안 수석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정부 조직개편안은 생애주기 관점의 정책 연계, 사회적 약자에 대한 통합적 지원정책 추진 체계를 제대로 정립하는 것, 그리고 젠더 갈등 해소 및 실질적 양성평등사회 구현을 보다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협조’ 대신 ‘압박’ 선택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야당의 협조를 바란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지 않았다. 당위성을 설명하며 야당을 압박했다. ‘피해호소인’ 사례를 꺼내들면서 말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 역시 이에 대해 “여가부가 양성 간의 갈등을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부추기는 방식으로 정치적인 판단을 했던 잘못된 행태들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라고 주장했다. 

‘피해호소인’은 지난 2020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비위 사건 당시 논란이 됐던 말이다. 민주당 인사들은 당시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칭했는데, 이를 두고 큰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이 단어는 일각에서 피해자의 피해를 부정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단어는 다른 진영에서 민주당의 성 인식에 대한 비판·조롱이 나올 때마다 소환돼 왔다. 민주당 입장으로서는 아픈 기억이자 약점이다.

윤 대통령은 과거 민주당이 비판받았던 지점을 지적했다. 이는 협조를 구하기보다는 국민 여론으로 야당을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더 크게는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 여가부의 문제를 지적해 대선 후보 당시 ‘여가부 폐지’에 마음이 움직였던 일부 지지층의 여론을 하나로 모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공세는 오히려 민주당의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런 공세적 태도는 여가부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할 공간을 없애고, 진영 대결로 변질시킬 수 있다. 앞서 해외 순방 중 ‘이XX’ 발언 논란은 대통령실에서 ‘날리면’이라고 해명하자 ‘바이든’으로 들었던 이들과 ‘날리면’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의 진영 대결로 번진 바 있다. 여가부 폐지 역시 같은 길로 갈 공산이 크다. 

한편 윤석열 정부가 여가부 폐지를 정치적으로 소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인수위원회에서 정부조직 개편을 정기국회에 맞춰 논의하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를 발표한 시점이 하필 여러 논란이 겹쳐 지지율이 떨어졌을 때라 이같은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시간을 쓴 것이 정치적인 고려’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이를 부인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與 '피해 호소인' 지칭 논란…"용어 혼용" vs "피해 인정 않는 것"(종합) / 뉴시스, 2020년 7월 15일 
https://newsis.com/view/?id=NISX20200715_0001096487&cID=10301&pID=10300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