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지역·단지별 전월세전환율 살펴봐야…
자신의 현금흐름 및 향후 금리인상 추이도 고려해야"

최근 금리인상 여파로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이 늘고 있다./뉴시스
최근 금리인상 여파로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이 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로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수요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행이 올해 연말까지 3.5%까지 금리를 올리겠다고 예고한 상황에서 미 연준(FED)이 내년 초까지 5%까지 금리를 끌어 올릴 것이라는 시장전망치가 나오면서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월세 전환 결정 전 향후 금리인상 추이, 월세를 부담할 수 있는 현금흐름 상태, 지역‧단지별 전월세전환율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금리인상 여파로 서울‧경기 지역,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 가속화

최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건설동향브리핑’에 따르면 올해 8월 누적 기준 서울 아파트의 전세가격은 0.71% 하락한 반면 월세가격은 1.44% 올랐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올해 1월까지 꾸준히 상승했으나 2월 들어서 32개월만에 처음으로 0.11% 떨어진 뒤 8월에는 최대 0.25%까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건설연구원에 따르면 이같은 월세의 상승세는 지난 2016년 통계 집계 이후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또 2018년 8월 73.7%를 차지했던 전세거래는 올해 8월 61.7%로 감소했다. 지난 6월의 경우 전세와 비전세(월세‧준월세‧준전세 포함)거래의 비중은 56 대 44 수준까지 올라왔다.

수도권 역시 서울과 마찬가지로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이 가속화됐다. 18일 부동산 정보 제공업체 ‘만렙’이 경기도부동산포털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 1~9월까지 경기도 아파트 월세거래량은 35%나 증가했다.

이날 기준 올해 1~9월 누적 기준 경기도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총 23만8,708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전세거래량은 14만538건으로 작년 13만3,841건에 비해 5.0% 늘어난 반면 월세 거래량은 9만8,170건으로 나타나 지난해 7만2,402건 대비 35.6% 급증했다.

경기도 여러 지역 중 평택은 월세 거래량이 지난해 1~9월 4,010건에서 올해 1~9월 7,523건으로 무려 87.6% 폭증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부동산 업계는 금리인상 여파로 매매·전세보다 상대적으로 목돈이 필요하지 않은 월세 수요가 더욱 몰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또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깡통전세’ 이슈도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금리인상 시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기에 세입자들이 여러 요인을 고민한 뒤 월세 전환을 결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 우병탁 팀장 “매달 내는 월세 유지 등 현금흐름 요소 최우선 고려 필요”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 부동산팀장은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분들은 급격한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과 이로 인한 보증금 확보 어려움 등으로 월세 전환을 결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전세와 다르게 월세는 보증금이 적어 신경써야 할 부분이 적다”면서도 “다만 매달 내야 하는 월세와 연체에 따른 계약해지 등 자신의 현금흐름 부문을 최우선 고려해 전환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병탁 팀장은 “월세 전환시 향후 금리인상 지속 여부, 경기 상황, 전월세전환율 등도 고려해야할 부분”이라고 충고했다.  

그는 “금리 5% 기준 이자보다 월세가 싸기에 전세에서 월세로 몰리고 있는 상황”이라며“전월세전환율이 금리 5% 보다 낮은 수준이기에 월세로 전환하는 수요가 늘고 있는데 신규 공급이 없는 한 월세 가격도 점점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만약 금리 5%에 비해 전월세전환율이 높은 수준이면 월세 전환으로 인한 이득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시 지역 및 단지별 전월세전환율을 살펴봐야 한다. /뉴시스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시 지역 및 단지별 전월세전환율을 살펴봐야 한다. /뉴시스

◇ 김효선 수석위원 “지역·동일 단지별 전월세전환율 파악 후 월세 전환 결정해야”

김효선 NH농협은행 올백자문센터 부동산수석위원은 “기존 전세 세입자가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는 대부분 금리인상으로 인한 전세자금대출 이자 부담 때문”이라며 “월세 계약시 통상 2년씩 계약하기에 이 기간 동안 금리인상 시기가 계속될 지 여부를 먼저 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뒤이어 “전세보증금은 법률로 보장하는 부분이 많지만 월세보증금은 법률 보장 요소가 미미해 잘 살펴야 한다”며 부연했다.

또한 그는 “전세가격이 낮아지는 만큼 월세보증금과 월세는 점점 오르는 상황”이라며 “주변시세별, 동일 단지별 월세 가격도 살펴봐야 한다. 특히 동일 주택별·지역별 전월세전환율이 계속 변화하기에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현재 전월세전환율 한도는 기준금리 3%에 대통령령으로 정한 이율 2%를 더한 5% 수준인데 지역·동일 단지별 전월세전환율이 이보다 높으면 월세 전환시 얻는 이익이 적고 낮으면 월세 전환이 유리하다”고 진단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여러 경제적 요인을 살펴볼 때 추가 금리인상은 1년 동안 이어질 수 있어 내년에도 월세 전환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전월세전환율은 보증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의 비율을 뜻한다. 주택의 전월세전환율은 대출금리와 경제여건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한 비율(10%)과 한국은행 기준금리에 대통령령으로 정한 일정 이율(2%)을 더한 것 중 작은 것을 한도로 하고 있다. (*주택 전월세전환율 한도 : MIN[한국은행 기준금리+2%, 10%])

◇ 김성환 부연구위원 “내년에도 금리인상 기조 지속 예상… 월세 전환시 고민해야”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현 상황에 대해 “그동안 국내에서는 전세 선호도가 상당했으나 최근 계속된 금리인상으로 이자부담이 늘면서 ‘전세보다 월세가 유리하면 넘어갈 수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기에 앞서 향후 금리추이가 어떻게 될지, 월세 전환 후 상황에 따라 다시 전세로 전환하는 것이 용이할 수 있을지 등을 판단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시장에서 전세 선호도가 높았던 이유는 월세에 비해 주거안정성이 높았기 때문인데 금리인상 시기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없으므로 본인 판단 하에 집주인과 협의해 월세 계약시기를 정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김성환 부연구위원은 “지난 2020년 8월 계약갱신청구권이 시행되자 시장은 계약만료시기인 올해 8월 전세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오히려 전세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월세 전환이 급증했다”며 “지금 새롭게 계약하는 분들도 향후 2년 간 지금처럼 전세로 갈지 아니면 월세로 전환할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파악했다.

다만 그는 “정책적인 요인 및 시장 컨센서스(전망치) 등을 살펴볼 때 금리인상 기조는 내년 1년 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신중히 판단 후 월세 전환을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 건설동향브리핑 877호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2022년 10월 17일

- 올해 1~9월 경기 아파트 월세 거래량 9.8만여건, 전년대비 35.6% 상승 / 경제만렙 2022년 10월 19일

-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 부동산팀장 인터뷰

- 김효선 NH농협은행 올백자문센터 부동산수석위원 인터뷰

-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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