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인 고용률은 긍정적인 편임에도 청년 취업시장은 춥기만 하다. 대학을 막 졸업하고 취업시장에 뛰어든 청년층은 일자리 부족에 따른 취업난이라는 인식이 대다수다. 사진은 부산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서 한 구직자가 채용공고를 살피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대학을 막 졸업하고 취업시장에 뛰어든 청년층은 ‘경력직 선호’라는 벽에 가로막힐 때가 많다. 청년들은 취업난을 호소하고 있지만, 일부 기업에서는 오히려 구인난이라며 한숨이 늘고 있다. 관련 전문가들은 이를 구조적 문제라 분석한다.

◇ 기업은 구인난, 청년은 취업난… ‘왜’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지난 23일 전국 4년제 대학 재학생 및 졸업(예정)자 2,46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대학생 취업인식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15일부터 30일까지 설문지 응답 방식으로 실시됐다. 

조사결과, 대학생 10명 중 7명(65.8%)은 사실상 구직을 단념한 상태인 것으로 분석됐다.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고 답한 대학생은 16.0% 수준이다.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이유로 청년들은 ‘자신의 역량‧기술‧지식 등이 부족해 더 준비하기 위해(49.5%)’라고 가장 많이 응답했다. 그 다음으로는 ‘일자리 부족’이 38.8%로 뒤따라 눈길을 끌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경제활동인구 2,909만3,000명 중 실업률은 2.4% 수준으로, 수치로 따지자면 ‘완전고용’에 가깝다. 하지만 실제 취업시장의 목소리는 이와 다른 실태를 말하고 있다. 청년들은 일자리 부족 등으로 취업난을 호소하고 기업들은 구인난을 토로한다.

문제가 발생하는 지점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대기업에는 구직자가 몰린다. 하지만 대기업은 교육비용 절감 등의 이유로 경력직을 선호하는 추세다.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은 경력을 쌓아야 하지만 기회가 적다. 한편 중소기업에는 인력이 모이지 않는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 노동력조사에 따르면 빈 일자리 22만6,000개 중 21만9,000개가 300인 미만 사업체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 취업시장 내 괴리 커… “선순환 위한 정부 노력 필요”

대학생 취업인식도 조사결과에 따르면 취업준비 과정의 어려움에 대해 ‘경력직 선호 등에 따른 신입채용 기회 감소’라는 답변이 28.2%로 가장 많았다. 이어 △원하는 근로조건에 맞는 좋은 일자리 부족(26.0%) △체험형 인턴 등 실무경험 기회 확보 어려움(19.9%) 등의 답변이 집계됐다.

지난 9월 전경련이 실시한 ‘2022 하반기 대기업 신규채용 계획 조사’ 결과에서도 대기업계에 경력직 선호 현상이 확산되고 있음을 뒷받침한다. 해당 조사는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응답기업 121개사)을 대상으로 지난 8월 동안 온라인 조사 방식으로 실시됐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기업 10곳 중 6곳(62.0%)은 올해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신규채용 계획이 없다고 응답하면서, 대졸 신규채용 시 채용인원 10명 중 4명(35.8%)을 경력직으로 뽑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올해 상반기(29.7%)보다도 6.1%p(퍼센트포인트) 늘어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대기업-중소기업 간 이중구조가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근로조건 등 처우가 달라 취업시장에 새로 뛰어드는 청년층의 선호도가 극명하게 갈리는 등 구조적 문제가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학생들이 취업을 희망하는 기업은 △대기업(20.4%) △중견기업(19.0%) △공사 등 공기업(17.8%) 등으로 조사됐다. 청년층의 대기업 선호 현상이 계속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실제로 취업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중소기업(28.3%)으로 가장 높아 취업 희망 기업 선호도와는 괴리가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김유빈 연구위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사실 기업 입장에서는 청년이든 다른 연령대든 누구를 채용하게 되면 경력직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신입을 훈련시키기 위해 시간적 금전적 비용이 드니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법”이라고 우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에 일자리가 많이 비어있는 이유는 청년들이 원하는 근로조건을 맞추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이는 기업 자체의 생산성이 낮기 때문일 수도 있고 △원·하청과의 관계에 걸쳐 있다면 지급 단가가 적정하게 책정돼있지 않거나 △제조업 등 전통적 업종에 청년층 선호도가 떨어지는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5월 청년(만18~34세) 구직자 1,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중소기업 희망도가 증가하고 있으나 그 이유가 대부분 ‘빠른 취업’과 ‘빠른 업무능력 체득’에 있었다. 중소기업 취직을 고려하지 않는 이유는 ‘낮은 연봉수준’과 ‘과도한 업무로 일-여가 병행 불가’ 등 근로조건과 관련된 것이 다수였다.

전문가들의 이런 분석은 청년층이 중소기업을 희망하게끔 근로조건을 맞출 수 있게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하나의 해결방법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중소기업에 임금이나 신입교육 등에 대한 비용 지원을 하면서 청년층이 중소기업에서 관련 경력을 쌓을 수 있게 만드는 식이다.

김유빈 연구위원은 “청년 채용공제와 같이 근로조건 상향에 관한 정부 지원이나 근로시간 단축 등의 정부정책들이 사실 중소기업에 대한 유인책이었다”면서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제도들이 많이 흔들리고 있어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경력직 선호 △중소기업의 인력난 △청년층의 취업난으로 요약되는 취업시장 내 공급과 수요 간 괴리가 커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를 선순환으로 바꾸기 위한 정부의 고민이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다.

 

 

근거자료 및 출처

 

- 2022년 대학생 취업인식도 조사 / 전국경제인연합회, 2022년 10월 23일

https://www.fki.or.kr/main/news/statement_detail.do?bbs_id=00034698&category=ST
 

- 2022년 하반기 대기업 신규채용 계획 조사 / 전국경제인연합회, 2022년 9월 4일

https://www.fki.or.kr//main/news/statement_detail.do?bbs_id=00034594&category=ST


- 청년구직자 10명 중 7명 “중소기업 취업 고려” / 중소기업중앙회, 2022년 6월 14일

https://www.kbiz.or.kr/ko/contents/bbs/view.do?mnSeq=207&seq=152419#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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