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서울노인복지센터 공동 프로젝트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늙기 시작한다. 누구도 예외일 수는 없다. 문제는 인생의 황혼기를 어떻게 보내는가 하는 점이다. 대한민국은 해외의 어느 나라보다도 빠른 속도로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혼자 살게 되는 노인 1인 가구의 수도 빠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더 이상 독거노인을 안타까운 시선으로만 바라보고 지나칠 수 없는 일이다. <시사위크>에선 독거노인의 현상황을 짚어보고 서울노인복지센터와 함께 대처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코로나19로 인해 단절된 독거노인들. / 뉴시스
코로나19로 인해 단절된 독거노인들. / 뉴시스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전세계를 휩쓴 코로나19 팬데믹은 노인들의 일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신종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일상을 공유하던 지인들을 만날 수 없게 된 것은 물론이고, 매일 가던 동네 복지관에도 방문할 수 없게 만들었다. 특히 집 안에 고립된 채 혼자 시간을 보내야만 했던 독거노인들에게 최근 2년여의 시간은 ‘외로움과의 전쟁’ 그 자체였다.

실제 ‘코로나19가 독거노인 삶의 변화에 미치는 경험에 관한 연구’(박지현·이미혜, 한국거버넌스학회, 2021)에서는 “1인 노인가구가 코로나19로 인해 일상화된 외로움 속에 노출됐다"며 “고립된 생활로 인해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되고 이를 극복할 힘을 점점 상실하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 독거노인 사각지대 최소화

서울노인복지센터는 이러한 독거노인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스마트폰’에서 찾았다. 70대 이상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80%를 넘어서는 만큼,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비대면 시대에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자 한 것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삼성전자가 지원하는 ‘나눔과 꿈’이라는 사업의 일환으로, 서울노인복지센터는 저소득 독거노인의 일상생활 및 자기관리 역량 강화를 위한 스마트 복지 시스템을 구축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가속화된 ‘디지털 전환 시대’에 사회적 지지망이 없는 1인 노인 가구들이 온라인 플랫폼의 힘을 빌려 복지관과 쌍방향 의사소통을 가능하도록 만들어 냈다.

도시락 플랫폼을 사용하는 어르신의 모습 / 서울노인복지센터
도시락 플랫폼을 사용하는 어르신의 모습 / 서울노인복지센터

스마트 복지 시스템의 대표적인 예로는 ‘도시락’이 있다. ‘도전하는 시니어의 즐거운 배움의 맛’이라는 뜻을 지닌 ‘도시락’은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제공하고 있는 노인 맞춤형 온라인 교육시스템이다. 2021년 4월 개설된 이후 요리, 미술 등 취미와 관련된 강의부터 교양, 정보화 등 100개가 넘는 온라인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한 실시간 수업으로 어르신과 교사 간의 쌍방향 소통은 물론, 함께 수업을 듣는 구성원들과의 소속감을 느끼게 했다. 독거노인들의 외로움을 달래는데 적잖은 효과를 불러왔다.

이용자 중심 어플 ‘나비’도 눈여겨볼 만하다. ‘비상하다’라는 의미를 지닌 영단어 navigate의 앞부분을 따서 만든 ‘나비(navi)’는 어르신이 더 이상 수동적인 존재가 아닌, 주도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하는 데 발판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기존에는 사회복지사에게 일일이 묻거나 복지관 내부에 설치된 게시판을 통해서만 제공되는 서비스 내용과 일정을 확인할 수 있다. ‘나비’가 생겨난 이후로는 어플을 통해 자신이 수강하고 있는 서비스의 일정은 물론, 복지관 이용 시간, 개인 건강 수치까지 한눈에 보고 관리할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건의 창구도 개설해 즉각적인 피드백이 가능하게 설정, 복지관과 이용자가 소통할 수 있게 만들었다. 사회복지사는 취약 계층 어르신을 손쉽게 관리할 수 있고, 어르신은 개인이 원하는 대로 일상을 구성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인 셈이다.

이에 멈추지 않고 서울노인복지센터는 ‘나비’를 보다 더 편리한 이용자 중심 어플로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추후 클라우드 서비스를 기반으로 개개인이 선호하는 프로그램 추천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키워드 중심 검색에 어르신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 노인들의 편견을 지우다

일각에서는 ‘스마트폰에 서툰 어르신들이 어플을 잘 이용할 수 있을까’하고 의문을 던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나비’의 경우, 10월 31일 기준 서울노인복지센터 이용자 3,309명 중 2,903명이 사용하고 있다. 서울노인복지센터를 이용하는 80% 이상의 어르신이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나비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와 설명을 듣고 있는 어르신의 모습 / 서울노인복지센터
나비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와 설명을 듣고 있는 어르신의 모습 / 서울노인복지센터

서울노인복지센터를 이용하는 어르신들이 스마트폰을 잘 다룰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다양한 노인들의 욕구를 반영한 세분화된 정보화 교육에 있었다. 현재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는 스마트폰의 기본 기능을 익히고 카카오톡 사용법을 알려주는가 하면, 나에게 맞는 교통편(지하철, 버스, 택시 등)을 활용해 가고 싶은 길을 찾아보는 방법 등 구체화된 정보화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노인복지관의 ‘스마트폰 교육’이란 포괄적인 개념으로 제공되고 있는 정보화 교육 서비스와 차별화 된다.

코로나19가 발현한 이후 ‘비대면’이 사회 깊숙이 스며든 만큼, 발로 뛰는 사회복지서비스의 제공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노인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뒤엎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1인 가구의 어려움을 해소한 서울노인복지센터의 사례가 의미 있는 이유다. 어르신의 눈높이에 맞춘 정보화 교육과 온라인 시스템의 활용은 빠르게 발전하는 디지털 시대 속에서 ‘외로움과의 사투’를 벌이는 독거노인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다.

근거자료 및 출처
2012~2022 스마트폰 사용률&브랜드, 스마트워치, 무선이어폰에 대한 조사
2022.06.30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박지현·이미혜 ‘코로나19가 독거노인 삶의 변화에 미치는 경험에 관한 연구’
2021.12 한국거버넌스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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