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서울노인복지센터 공동 프로젝트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늙기 시작한다. 누구도 예외일 수는 없다. 문제는 인생의 황혼기를 어떻게 보내는가 하는 점이다. 대한민국은 해외의 어느 나라보다도 빠른 속도로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혼자 살게 되는 노인 1인 가구의 수도 빠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더 이상 독거노인을 안타까운 시선으로만 바라보고 지나칠 수 없는 일이다. <시사위크>에선 독거노인의 현상황을 짚어보고 서울노인복지센터와 함께 대처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독거노인’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서는 ‘1인 노인 가구’로 용어를 바꿔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한 홍송이 교수. / 홍송이 교수 제공
‘독거노인’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서는 ‘1인 노인 가구’로 용어를 바꿔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한 홍송이 교수. / 홍송이 교수 제공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동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홍송이 교수는 ‘독거노인’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서는 ‘1인 노인 가구’로 용어를 변경하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노인 1인 가구의 빠른 증가 만큼, 다양화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제도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시사위크>는 홍송이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대한민국 독거노인에 대한 인식 개선 방법을 비롯해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한 복지시스템 현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미래 노인 1인 가구가 될 수 있는 독자들을 위해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홍송이 교수는 “‘개인 관리’를 잘하는 것이 필요하다. 혼자서도 잘 살 수 있고, 잘 사는 사람들도 많다”며 “요즘 대부분의 부모는 자식이 나를 부양할 것이라 생각 안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관리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후를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 자신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중요하다. 요리하고, 집 정리하고 생존을 위해 필요한 스킬은 성인이 되면 다 배워야 하는 것이다. 지금부터 혼자 살 수 있는 ‘자력’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독거노인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아직 차가운 상황이다. 독거노인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차가운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독거노인’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 게 1990년대다. 과거에는 누구나 결혼을 해야 하고 자식을 낳아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나. (부모와 자식으로 이뤄진) 가족이라는 개념에 대한 고정 관념이 있었다. 노인이 되면 자식의 돌봄을 받는 게 당연하고, 그렇기에 과거엔 장남과 장녀의 역할이 중요했다. 자식이 없는 노인이 적었기에 독거노인의 수도 적었다. 그렇기에 ‘자식 없는 불쌍한 노인’이라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박히게 되었다.

또 노인이라고 하면 병약하고 의존적인 존재로 생각하지 않나. 하지만 현재 노인의 수가 워낙 많아지고 있고, 그에 따라 다양성도 증가하고 있다. 예전과 다르게 경제력도 갖추고, 교육수준도 갖추고 활동적이고 건강한 독거노인들도 많아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혼자 사는 노인에 대한 편견이 너무 심하기에 ‘독거노인’이라는 단어를 없애고 ‘노인 1인 가구’로 용어 사용을 변화시켜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한국에서 독거노인의 수가 빠르게 증가한 이유는 무엇인가.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핵가족화로 인해 가족 부양의 의미가 줄어들면서 독거노인의 수는 증가하고 있다. 누구나 독거노인이 될 수 있고, (독거노인의 증가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초고령 사회로 접어드는 나라에 대부분 나타나는 현상이다. 초고령 사회는 전체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초고령 사회까지) 5년도 채 남지 않았다. 

의료기술 등의 발달로 인해 사람의 수명이 증가하는 만큼 어떤 나라가 고령화 사회가 되느냐보다 언제 고령화 사회가 되느냐가 문제다. 따라서 사회적인 제도가 인구학적 변화를 대응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초고령 사회까지 남은 5년 안에 어떤 준비가 되어있느냐가 중요하다.” 

한국 사회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5년 내에 그에 맞는 사회변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 뉴시스
한국 사회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5년 내에 그에 맞는 사회변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 뉴시스

- 한국은 증가하는 노인에 대한 준비가 어느 정도로 돼 있다고 보여지나.
“소외될 수 있는 취약 노인들을 품고 갈 수 있는 세심한 제도들이 필요한데, 그런 것들을 우리가 잘 대비하고 있는가를 살펴봤을 때 그렇지 않다. 초고령 사회로 너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노인들을 위한 제도들은 너무 지연되고 있다. 인구학적 변화와 사회적인 제도들이 잘 맞지 않아 발생하는 차이가 너무 크다. 그 차이에서 취약계층 노인들은 고립되는 것이다. 고립과 관련해서 노인 1인 가구들은 더 위험하다. 

예를 들어 자식 등과 교류가 활발하면 가족들로부터 도움을 받거나 사회의 변화에 따라잡을 수 있는 기회들이 생기게 된다. 독거노인의 경우 그런 것이 없다. 빈곤하고 건강도 좋지 않다고 한다면 정말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는 케이스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혼자 죽음을 맞이하는 고독사가 반복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다.”

- 고독사를 막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 존재하나.
“사실 고독사는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많다. 고독사는 주위의 관심이 중요하다. 주민센터 공무원이나 사회복지사가 돌아다닌다고 해도 한계가 존재한다. 아무리 집이 개인적인 공간이라고 하더라도 고지서는 배달 될 것이다. 빅데이터를 활용하거나 주변의 관심을 이용한다면 고독사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문제다.

사실 빅데이터 활용이 더 빠르게 고독사를 알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기를 3일 동안 안 쓰고 생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 않나. 한국전력공사 데이터를 확인하면 이런 데이터들을 확인할 수 있고, 위험 상황을 미리 인지할 수 있다. 물론 현재 빅데이터를 사회복지 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다. 다만 고독사에 포커스를 맞춘 것이 아니고, 취약계층이나 아동학대 관련해서 많이 활용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잘 활용한다면 고독사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통장, 반장 등과 같은 민간조직을 잘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역사회보장협의회도 있다. 또 통장, 이장, 부녀회 등 지역에서 활동하는 분들은 민간단체에 가입돼 있다. 공공시스템에 의해서만 취약계층을 발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구에서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위험에 노출된 어르신을 파악해 구청에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명예사회복지공무원’으로 위촉하고 있으나 활성화가 안 되고 있다. 소정의 활동비 지원이나 명예사회복지공무원으로서의 활동을 인정하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형식적으로 몇명 명예사회복지공무원으로 위촉했다고 하는 형태로는 제대로 시스템 작동이 어렵다.”

노인에게 단순하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삶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일자리 개발도 필요하다. / 뉴시스
노인에게 단순하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삶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일자리 개발도 필요하다. / 뉴시스

- 노인의 일자리 사업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일자리 사업의 경우, 노인들의 다양성을 고려한 고품질의 일자리 개발이 필요해 보인다. 2002년 WHO(세계보건기구)에서 활동적 노화(Active Aging)의 차원에서 노인에게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해서 국내 노인 일자리 사업이 시작됐다. 그 당시에 노인 일자리 사업이 화단 가꾸기, 청소 등 단순노동이 많았다. 심지어 잘 들여다보면 노인의 건강에 해로운 일자리도 많았다. 

국내 노인 빈곤이 높고 국민연금 수준도 높지 않아 경제적 자립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생존을 위해 일해야 하는 노인들을 위한 일자리는 물론, 경제적 생산성에 국한되지 않고 노인의 삶의 가치를 좀 더 높이고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일자리 개발이 필요하다. 

일자리를 만들어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단편적인 생각도 중요하지만, 세금을 감면해 주는 것도 굉장히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사회에 어떠한 부분에 기여했기에 세금을 면제받았다’는 점에서 경제적인 이익뿐 아니라 사회적 인정도 동시에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원봉사 100시간을 하면 본인이 내는 재산세를 깎아주는 것 등이다. 실제로 자원봉사를 하는 노인에게 세금 감면을 해주는 나라들이 있다.”

- 노인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사회복지 제도의 현주소는 어떤 상태이며,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볼 지점은 무엇인가.
“전제조건이 ‘취약계층’이어야 사회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혼자 산다는 것이 경제력과 상관없이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지 않나. 이런 것을 어떻게 커버할 것인가가 문제다. 1인 노인 가구의 다양한 욕구를 포괄할 수 있는 제도의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개인의 노후준비도 문제다. 우리는 아직까지 노후준비하면 노후자금만 생각한다. 은퇴를 하면 일없이 20년 이상을 살아야 한다. 엄청난 ‘시간 부자’들이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으면 독거노인을 비롯해 노인문제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2017년 전국노인실태조사’ 때부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노인들의 무위(無爲)다. 무위 노인들 대부분이 텔레비전만 보다 잠드는 게 일상이다. 

어느 정도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생계비만 마련되면 경제적 수준은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무위’하면 외로워 죽는다. 노인이 되면 객관적인 건강보다 정신건강을 포함한 주관적인 건강이 사망률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내가 주관적으로 행복하다고 생각하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어떤 사람들을 만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어떤 일을 하며 보내는지가 중요한 문제다. 85세 이상 ‘후기 노인’이 되면 약을 안 먹는 노인은 거의 없다. 89% 이상이 노인성 질환을 하나 이상 지니고 약을 먹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을 유지하는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다. 핵심은 시간의 활용이다. 아무 일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 노년기를 잘 보내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
“가구의 수와 상관없이 노년을 풍요롭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중장년 때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 중장년을 잘 보내려면 청년을 잘 보내야한다. 각 인생 주기별 기본적인 발달과업을 잘 이뤘을 때 노인은 좋은 성적표를 받게 된다. ‘노년기를 잘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질문에, 아이러니하지만 노년기에 노년을 준비할 수 없다고 답하는 게 맞다. 

사실 노인복지라고 말하는 많은 것들이 중장년에 이뤄져야 한다. 노년을 잘 보내기 위한 이른 준비가 필요한 셈이다. 

취약계층을 위한 프로그램부터 보편적인 대상자들을 위해 여가를 잘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많아져야 한다. 노인 개인의 입장에서 시간을 잘 활용한다는 이야기는 뭔가에 기여하는 것이다. 시간을 쓰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 않나. 시간을 본인을 위해 쓸 수도 있지만 사회를 위해서도 쓸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에는 제도적 마련이 필요하다. 노인들의 재능을 잘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사회적으로 만들어야한다. 노인을 생산적으로 이해하려고 하고, 여전히 유용한 사회구성원으로 활용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것에 기반한 제도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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