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공공기관 유휴자산 매각 계획에 한국철도공사 소유의 용산정비창 부지가 포함됐다. 지난 7월 서울시는 용산정비창 개발 구상안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개발하는 과정에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뉴시스
정부의 공공기관 유휴자산 매각 계획에 한국철도공사 소유의 용산정비창 부지가 포함됐다. 지난 7월 서울시는 용산정비창 개발 구상안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개발하는 과정에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조윤찬 기자  공공기관 유휴부지 매각을 둘러싸고 정부와 시민단체 간의 입장차가 팽팽하다. 특히 용산정비창 부지 매각을 놓고 공방이 뜨겁다. 정부의 공공기관 유휴자산 매각 계획에 한국철도공사 소유의 용산정비창 부지가 포함됐다. 지난 7월 서울시는 용산정비창 개발 구상안도 발표했다. 빈곤사회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해당 부지 개발 과정에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용산정비창 부지’ 매각 놓고 들썩

정부는 공공기관 혁신 국정과제의 3대 혁신과제로 △공공부문 생산성 제고 △자율책임경영 및 역량강화 △민간-공공기관 협력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생산성 제고문제 관련해 기재부는 지난 7월 29일 ‘새정부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기재부는 중점 과제들 중 하나로 불필요한 자산을 매각하는 것을 제시했다. △기관의 고유기능과 연관성이 낮은 토지·건물 △과도한 직원 복리후생 용도 등 보유 필요성이 낮은 자산 △사업계획 변경·지연 등으로 2년 이상 미사용 중인 유휴자산 등이 대상이다.

정부는 2027년까지 총 14조5,000억원의 자산효율화를 추진한다. 11일 기재부는 어떠한 자산을 매각할지 발표했다. 그중 비핵심 부동산 부문에서 유휴 부동산만 9조4,000억원을 차지했다. △철도공사 용산역세권 부지 △마사회 서초부지 △공무원연금 도로부지 △보훈복지 건제사업단 부지 등이다.

하지만 공공기관 유휴부지를 매각하려는 움직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빈곤사회연대는 ‘용산정비창 개발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공공토지인 용산정비창 매각 계획을 철회하라고 규탄성명을 냈다. 공공기관의 민영화 수순이며 민간 투기세력과 기업 등 부동산 권력의 시대를 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은 <시사위크>와의 전화통화에서 “민영화로 가는 수순이다. 공공자산 매각 중에 상당 부분이 부동산 매각이다. 정부는 유휴부지라고 잘 사용하지 않는 땅이라고 표현하지만 도심 한가운데 있는 핵심 부동산”이라고 말했다.

이원호 위원장은 도심권 주택 문제로 공공토지가 줄어드는 것을 꼽았다. 그는 “저렴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공공 토지를 계속 매각해오다 보니까 공공이 보유한 토지가 30%정도 밖에 안 된다. 적기에 저렴한 주택이나 공공시설을 지으면 전반적인 부동산 안정화 효과를 줄 수 있다. 하지만 민간 개발 중심으로 되면 공공이 개입할 여지가 너무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도심 내에 공공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공공기관의 유휴부지를 적극 활용하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20년 5월 국토교통부는 ‘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 방안’을 통해 국·공유지인 중구 청사부지, 해군복지단과 코레일 부지인 용산정비창, 오류동역, 오류동 기숙사 부지 등을 사용해 공공주택을 건설할 것을 밝힌 바 있다. 용산정비창 일대에 1만호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당시 구체적인 임대주택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 서울시, 용산정비창 부지 70% 상업시설로 개발 구상

서울시는 과거 민간 PFV방식이 금융위기 등 외부환경 변화에 대처하기 어려웠던 점을 기억해 SH공사와 코레일이 ‘공동사업시행자’(지분율 코레일 70%, SH공사 30%)로서 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뉴시스
서울시는 과거 민간 PFV방식이 금융위기 등 외부환경 변화에 대처하기 어려웠던 점을 기억해 SH공사와 코레일이 ‘공동사업시행자’(지분율 코레일 70%, SH공사 30%)로서 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뉴시스

이런 가운데 지난 7월 26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구상’을 발표했다. 50만㎡에 달하는 용산정비창 일대에 융복합 국제도시, 녹지생태도시, 입체교통도시, 스마트 도시 특징을 모두 갖춘 곳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일자리와 연구개발(R&D), 회의장․전시장(MICE)부터 주거, 여가‧문화생활 기능까지 이뤄지는 ‘직주혼합’ 도시로 조성된다.

서울시는 2023년 상반기까지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2024년 하반기 기반시설 착공, 2025년 앵커부지 착공을 목표로 추진할 계획이다.

오세훈 시장에게 용산정비창 개발은 오랫동안 실행하지 못한 사업이다. 2006년 해당 구역을 도시환경정비사업 지구를 지정하고 나서 개발보상에 반발하는 주민들의 농성과 대치하는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2009년에는 철거민 농성 중 경찰과 다툼 끝에 화재가 발생해 경찰 1명과 철거민 5명이 사망했다.

참사가 벌어진 이후 2013년에는 용산정비창 개발 시행사 드림허브가 부도를 맞아 서울시의 사업은 중단됐다. 드림허브는 PFV(프로젝트금융회사) 형태로 설립돼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지만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착공은 계속 미뤄졌었다.

이러한 자금조달이 어려웠던 과거를 참고해 서울시는 안정적으로 사업이 추진되도록 계획했다. 서울시는 민간 PFV방식이 금융위기 등 외부환경 변화에 대처하기 어려웠던 점을 기억해 SH공사와 코레일이 ‘공동사업시행자’(지분율 코레일 70%, SH공사 30%)로서 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공공이 기반시설을 먼저 조성하고 민간이 단계적으로 개발하게 되는 방식이다.

아울러 용산정비창 일대 70%는 업무와 상업 등 비주거 용도로, 기반시설율은 40%로 해 도로·공원·학교 등을 건설하기로 계획했다. 공공주택 보다는 국제업무지구로서 도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국제 업무 기능에 초점을 맞췄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개발구상 발표자리에서 “평균 용적률이 1,200% 내외고 초고층 건물은 용적률 1,500% 이상 줘서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이전 정부는 1만호 주택 공급을 발표했는데, 서울시는 어떤 계획이냐는 기자 질문에는 “6,000호 정도 배치하기로 국토부와 합의했다”고 답했다. 문재인 정부의 1만호 공급 계획보다는 후퇴한 규모다.

◇ 공공주택 공급 가뜩이나 부족한데… 시민단체 “공공성 강화해야”

주거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공공주택 공급이 강조되지만 진행하기 어려워지면 공공 토지가 부족한 것이 하나의 이유가 된다.

이원호 위원장은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이 민간 토지를 통해 진행되기 때문에 청년들에게 비싼 임대료를 지불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임대료가 시세 대비 80%가 돼 청년들이 문제제기 하면 서울시나 정부는 공공 토지가 없어서 공공임대주택으로 못하고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용산정비창) 50만㎡되는 넓은 토지가 있는데 이것을 매각하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원호 위원장은 유휴부지에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울시 공공임대주택 비율이 평균 6~7%되는데 용산의 경우 공공임대주택 비율이 3%도 안 된다”고 부연했다. 그는 공공임대주택 비중이 많아지면 취약계층 주거문제 뿐만 아니라 주택시장 가격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용산정비창 개발 계획을 2023년 상반기까지 수립하기로 했다. 이원호 위원장은 시민들과 논의할 수 있는 공론장을 마련해야 된다고 밝혔다.

그는 “도시계획에는 시민의 참여가 중요하다. 지금은 소수 전문가들과 관료들이 다 결정하고 발표한다”며 “서울시의 계획이 필요하다면 시민들한테 설득하기 위한 논의 과정도 필요하고 어떤 개발을 원한다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그런 자리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용산입체도시추진팀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전화통화에서 “부지 30%를 주거용도로 사용한다. 그렇게 봤을 때 6,000호가 적정 수준으로 나왔다. 법은 그 안에서 임대주택을 25%로 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의 주변 집값 상승 우려에 대해서는 “이미 토지거래 허가구역을 지정해놨다”고 밝혔다. 이전 정부에서 주택 1만호를 공급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당시 정확히 임대주택을 얼마나 공급할지 세부계획을 밝히지 않았었다”고 전했다.

현재 용산 정비창 부지 주변지역은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용산 정비창 부지와 약간의 인근 지역 합해서 77만㎡다. 그러나 이 중 개발되는 용산정비창 일대 50만㎡가 상당 부분 차지해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한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 남는다.

 

근거자료 및 출처

공공기관 혁신계획 중 자산효율화 계획 확정

2022.11.11 기획재정부

「새정부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확정

2022.07.29 기획재정부

서울시, 10년째 방치 '용산정비창' 미래 新중심지 국제업무지구로 재탄생

2022.07.26 서울특별시

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 방안

2020.05.06 국토교통부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공고

2022.05.13 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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