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도 공공임대주택 예산이 올해 보다 줄었다. 이에 빈곤사회연대가 예산 확대를 요구하면서 국회 앞에서 농성하고 있다. 21일 이원호 집행위원장과 인터뷰했다./조윤찬 기자
2023년도 공공임대주택 예산이 올해 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빈곤사회연대가 예산 확대를 요구하면서 국회 앞에서 농성하고 있다. 지난 21일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조윤찬 기자

시사위크|여의도=조윤찬 기자  정부가 2023년 예산안에서 취약계층용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삭감할 움직임을 보이자 이와 관련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반발한 37개 단체로 구성된 ‘내놔라 공공임대 농성단’(이하 농성단)이 국회 앞에서 예산을 확대하라면서 천막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기존의 공공임대주택 중심 공급 보다는 공공분양주택을 함께 공급하는 정책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반발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 “공공임대주택 예산 삭감 반대”... 천막 농성 이어가는 시민단체

국회정문 옆에 금속노조, 민주노총, 빈곤사회연대 천막이 나란히 설치돼 인도를 차지하고 있다./조윤찬 기자
국회정문 옆에 금속노조, 민주노총, 빈곤사회연대 천막이 나란히 설치돼 인도를 차지하고 있다./조윤찬 기자

21일 오후 빈곤사회연대 관계자를 만나기 위해 여의도를 방문했다. 국회 정문 주변에는 여러 단체의 천막이 설치돼 있었다. 국회 정문 옆에는 금속노조, 민주노총, 내놔라 공공임대 농성단 천막이 나란히 설치돼 인도를 차지하고 있다.

농성단 천막은 “반지하 재난불평등 참사 잊었나”, “집부자는 감세 무주택자 예산은 삭감 이게 공정인가”라는 문구가 있는 현수막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추운 겨울을 날 수 있게 비닐로 천막을 감싸 따뜻하게 만들었다.

천막에 붙어 있는 영등포구청장의 계고장을 보니 자진 철거하라는 안내와 과태료 등의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계속 농성하겠다고 한다. 이날 천막을 지킨 빈곤사회연대는 민주노총, 불교인권위원회,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49개 단체로 구성됐다.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은 취약계층 공공임대주택 예산이 줄은 대신 비싼 분양주택 예산을 늘리는 것은 주택 구매가 가능한 계층에게 정부의 예산이 집중되는 거라고 지적했다./조윤찬 기자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은 취약계층 공공임대주택 예산이 줄은 대신 비싼 분양주택 예산을 늘리는 것은 주택 구매가 가능한 계층에게 정부의 예산이 집중되는 거라고 지적했다./조윤찬 기자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은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예산이 기존 정부 약속대로 되려면 장기간 농성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농성은 10월 17일부터 시작해 이날자로 5일째를 맞았다. 농성단은 12월 국회에서 예산안이 확정될 때까지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농성단은 민주당과 국민의힘 당대표와 원내대표한테 면담 요청서를 보낸 상태다. 예결위 의원들에게도 면담 요청서를 보내 면담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년원가주택과 역세권 첫집 예산이 늘어난 것에 대해 이 위원장은 “분양형이나 혹은 주택 구매자금 대출이나 이렇게 분양 공급 관련된 예산은 3조원 이상 늘어났다. 배분의 문제에서 실제로 취약계층 공공임대주택 예산이 줄어든 대신 비싼 분양주택 예산을 늘리는 것은 주택 구매가 가능한 계층에게 정부의 예산이 집중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빈곤사회연대에서 계산한 한국 공공임대주택 재고율은 5.5%다. 공공임대주택 재고율은 국내 총 주택에서 공공임대주택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이 비율로 주거안전망 지원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 작년 9월 국토교통부는 공공임대주택 재고율이 8% 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8%에서 분양형으로 전환되는 주택 등을 빼면 5.5%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유럽 복지국가들은 이 수치가 20%가 넘는다면서 이를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럽 복지국가들로 프랑스나 영국,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덴마크 등이 있다. 이런 나라들은 공공임대주택이 20% 전후이고 네덜란드는 30%가 넘는다. 유럽에서는 사회주택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오스트리아는 사회주택 비율이 국가 전체에서 21% 정도 된다. 오스트리아 수도 비엔나는 50%가 사회주택”이라고 전했다.

유럽 국가들을 본받을 이유들이 더 있냐고 묻자, 이 위원장은 “공공임대주택 비율이 중요한 이유는 민간의 전월세 시장을 안정시키는 역할 때문이다. 전체 주택시장에서 공공임대가 30%일 때 민간의 전월세 임대 가격을 통제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데 한국의 경우 조금밖에 없으니까 민간 임대 시장에 영향을 못 미친다”고 답했다.

이어 “임대주택 공고가 나면 경쟁률이 굉장히 높다”면서 “서울시 주거실태 조사를 보더라도 서울의 많은 세입자들이 공공임대주택을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물량이 적으니까 경쟁률이 항상 높다. 공공임대주택을 혐오시설처럼 말하면서 공급을 반대하는 주장이 나오는데 주로 아파트 소유한 분들이 자기 동네 임대주택 들어오면 집값 떨어진다고 하면서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 취약계층 임대주택 늘린다더니… 공급계획 달성 여부 의문↑

지난 7월 20일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주거분야 민생 안정 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전세가격, 금리 상승으로 무주택 서민의 부담이 높아지고 저소득층의 주거비 부담이 심각한 상황인 것이 배경이다. 대책들 중 공공임대, 공공주택, 민간임대주택, 취약계층용 공공임대주택 등의 주택 공급을 확대할 것이란 내용이 기대를 모았다.

공공임대주택은 취약계층뿐만 아니라 일부 일반가구에서도 선호한다. 작년 6월 발간된 ‘2020년 서울시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공공임대주택 입주 의향이 있다고 답한 비율이 일반가구에서는 46.9%, 주거 안전 취약계층은 84%로 나타났다.

취약계층용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지난 문재인정부 때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28만7,000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더 많은 33만8,000호를 2023년부터 2027년까지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8월 30일 국토부가 발표한 2023년 예산안은 이러한 공급계획이 달성될 수 있을지에 의문을 낳았다. 주택도시기금 예산안이 33조3,085억원으로 책정됐는데 이는 올해(35조6,419억원)에 비해 2조3,334억원이 감소한 금액이다. 내년 주택도시기금 가운데 공공임대주택 예산은 16조8,836억원이며 올해 22조5,281억원에서 5조6,445억원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재부가 8월에 발표한 ‘2022~2026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주요내용’을 보면 주거안전망 부문에서 쪽방·반지하 거주자의 이주를 지원하고 전세사기 예방을 위한 보증가입비 및 피해자 긴급대출을 신규 지원하는 것에 재원배분 방향을 정했다. 이에 따라 기재부는 주거안전망 예산을 2022년 9조9,000억원에서 2023년에는 11조8,000억원으로 증액했다.

아울러 정부는 취약계층 보다는 국정과제를 반영해서 ‘청년원가주택’과 ‘역세권첫집’에 집중했다. 정부는 1조1,000억원을 증액해서 ’2027년까지 청년원가주택 30만호, 역세권 첫집 20만호 총 50만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대신 무주택 저소득층에 공급하는 행복주택·국민임대·영구임대 예산을 1조7,247억원 감액했다. 2022년에는 4조1,123억원인데 2023년 예산은 2조3,877억원이 됐다. 이에 언론과 시민사회에서 ‘이러한 예산안으로는 취약계층용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기존 약속을 지킬 수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 국토부 “공공분양주택·공공임대주택 함께 공급”… “구체적 계획 연말에 발표”

비판에 대해 국토부는 2021년부터 2022년까지 한시 도입된 공공전세 사업이 종료되기 때문에 1조9,000억원이 줄었고, 행복주택·국민임대·영구임대 예산은 작년부터 통합공공임대 주택으로 유형이 통합되면서 신규 공급물량이 없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앞으로 공공분양주택과 공공임대주택을 함께 공급하도록 정책 기조를 전환해 공공임대주택 위주 공급에서 벗어나겠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해서 전체 공공주택을 이전 정부보다 확대 공급하고 취약계층용 공공임대주택은 이전 정부보다 부족하지 않게 공급할 것이라 했다. 지난 7월에는 이전 정부 보다 취약계층 공공임대주택을 확대 공급하겠다는 내용이었지만 ‘부족하지 않게’로 표현이 변화됐다.

이에 대해 이원호 위원장은 “행복·국민·영구가 통합공공임대로 유형을 통합해서 공급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기로 됐다. 그러면 통합공공임대 예산이 늘어나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면서 “통합한 만큼 예산 배정을 하고 물량 계획을 세웠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신규 공급 계획을 못 세웠으면 매입 물량을 늘리면 되는데 매입임대 주택도 줄였다”고 말했다.

이어 “전체 공공주택이 늘어난다고 했지만 그 안에 분양 주택은 팔려서 개인 소유가 되기 때문에 공공성이 없다”면서 “공공임대주택이 얼마나 많아지냐가 중요하다. 또 정부가 취약계층용 공공주택을 줄이지 않겠다고 하는데 예산이 줄어들었는데 어떻게 물량이 줄지 않겠냐”라고 지적했다.

한편, 국토부는 구체적인 계획은 연말에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정부에서 어떻게 계획을 짜야 되는지를 처음 하는 것이 연말이다. 어떻게 공급하겠다는 내용들을 아직 한 번도 발표한 적이 없다. 구체적인 내용들을 담을 때 저소득 계층과 취약계층에 대해 부족하지 않도록 염두에 두고 공급계획을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예산이 부족해진 거 아니냐는 (국회나 언론의) 지적에 대해선 연말에 준비해서 답변하겠다”고 말하고 12월 확정되는 예산안이 나오는 시기 전후에 2023년뿐만 아니라 2027년까지 중장기 공공임대 전체 그림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 주거분야 민생안정 방안/ 국토교통부 발표자료, 2022년 7월 20일

http://www.molit.go.kr/USR/NEWS/m_72/dtl.jsp?id=95086977

 

“따뜻한 나라, 역동적 경제, 건전한 재정” 2023년 예산안/ 기획재정부 발표자료, 2022년 8월 30일

https://www.moef.go.kr/nw/nes/detailNesDtaView.do?menuNo=4010100&searchNttId1=MOSF_000000000060824&searchBbsId1=MOSFBBS_000000000028


23년 국토교통부 예산안 55.9조원 편성/ 국토교통부 발표자료, 2022년 8월 30일

https://www.korea.kr/news/pressReleaseView.do?newsId=156523063

 

- 공공임대주택의 질적향상과 비정상거처 가구 지원 등 취약계층의 주거상향에 적극 투자할 계획입니다./ 국토교통부 발표자료, 2022년 8월 30일

http://www.molit.go.kr/USR/NEWS/m_72/dtl.jsp?id=95087131

 

- 취약계층을 위해 충분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겠습니다./ 국토교통부 발표자료, 2022년 10월 4일

http://www.molit.go.kr/USR/NEWS/m_72/dtl.jsp?id=95087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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