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집값 하락으로 공시가격 실거래가격 역전”
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 “부동산공시가격법 개정 및 법적용어 정리 필요”
조정흔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위원 “공시가격, 일관성 있는 정책 지표돼야”

22일 국토부가 개최한 공시가격 관련 공청회 발제자로 나선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뉴시스
22일 국토부가 개최한 공시가격 관련 공청회 발제자로 나선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뉴시스

시사위크|양재=김필주 기자  국토교통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22일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 서울 강남지사 지하2층 대강당에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공청회’를 열고 실거래가와 공시가격간 역전문제, 과도한 국민 부담 증가, 가격균형성 개선 차원에서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현실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발제자로 나선 유선종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 하락 추세인 최근 부동산 시장상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경우 공동주택 일부에서 보이고 있는 공시가격의 실거래가격 역전 문제가 가격민감도가 낮은 단독주택‧토지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시세 급락으로 인해 공시가격이 실거래가격을 앞서고 있고 종합부동산세 납부 대상자도 증가하고 있다”며 “이러한 여건 등을 고려해 2022년 수준의 공시가격 현실화율 동결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해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시행 전인 2020년 수준으로 현실화율을 조정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2022년 현실화율 수준으로 단순 동결하는 대안은 균형성이 개선되지 않는다고 판단돼 2022년 대비 유형별로 균형성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유선종 교수에 따르면 현실화 계획 시행 전인 2011년부터 2020년까지 공동주택 및 단독주택의 평균 공시가격 변동률은 각각 3.02%, 4.39%로 집계됐다.

이에 반해 현실화 시행 후인 2021년 공동주택‧단독주택의 평균 공시가격 변동률은 19.05%, 6.80%로 확대됐다. 2022년 공동주택‧단독주택의 평균 공시가격 변동률은 17.20%, 7.34%로 나타났다.

2023년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2년 수준으로 하향 조정할 시 공동주택과 표준주택의 현실화율은 각각 72.7%, 60.4%로 예상됐다. 하지만 2020년 수준으로 수정해 환원하면 공동주택 및 표준주택의 현실화율은 각각 69.0%, 53.6%로 더 낮아진다.

국토교통부장관은 ‘부동산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 규정에 따라 매년 1월 1일 기준으로 공동주택(아파트‧연립주택‧다세대주택 등)에 대한 주택 공시가격을 결정한다.

또한 주택 공시가격은 지방세(재산세‧취득세 등), 국세(양도소득세‧증여세‧상속세 등), 국민주택채권,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등의 부과기준이 된다.

때문에 공동주택 등의 현실화율이 하향 조정되면 재산세 등의 부담도 줄게 된다.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를 두고 각계 전문가들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뉴시스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를 두고 각계 전문가들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뉴시스

◇ 공시가격 현실화 관련 전문가들 비판 이어져… “공시가격 일관성 있는 정책 지표로 활용돼야”

한편 이날 국토부의 공시가격 현실화율 조정을 두고 각계 전문가들이 열띤 토론을 펼쳤다.

토론자로 공청회에 참석한 김경기 MBN 기자는 “정부가 현실화율을 2022년 수준에서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는 것에 대해 충분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2023년에 2020년 현실화율을 적용하는 것은 내년에도 집값이 하락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과연 올해의 부동산 시장 상황이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지 이에 대한 판단이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예상과 달리 내년에 집값이 오름세로 전환한다면 오히려 현실화율을 낮춤으로써 세금부담까지 줄어들게 된다”며 “이는 결국 시장에 ‘집을 사야 할 때’라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수연 제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공시가격이 시세를 초과한다는 것은 둘 중에 하나가 잘못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런데 우리는 현실화율만 자꾸 이야기하는데 사실 2020년 현실화율 로드맵이 가능했던 이유는 과거 공시가격 오류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동일 방식으로 적용해야 하는데 정치 영역으로 분류되면서 고가주택에 따로 적용하는 등 균등성이 깨지게 됐다”며 “또한 그간 학계에서 부동산공시가격법을 개정해 공시가격을 재산정하고 법적 용어도 새롭게 정리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정부는 현실상 어려움을 이유로 개정에 난색을 표했다”고 꼬집었다.

조정흔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위원은 “부동산공시법상 시세에 대한 정의가 없다”면서 “적정가격으로 평가하게만 하고 있지 시세반영률을 어떻게 적용할 지에 대한 내용은 없다”며 현행 법상 허점을 문제삼았다. 

또 “공시가격은 적정가격으로 정의돼있는데 적정가격을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한 정부 논의는 없다”며 “불필요하게 시세반영률, 공정시장가액비율 등을 자꾸 적용해서 안정성 없이 자꾸 왔다갔다(공시가격 조정)하면서 교통정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정흔 위원은 “보유세만 기준으로 공시가격을 판단해 논란이 되고 있다”며 “공시가격이 재산세 등 여러 제도에 활용되고 있으나 공시가격은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인 지표로서 국가의 장기적인 부동산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즉 정권이 바뀌거나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 올랐다 내렸다 조정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남영우 국토교통부 토지정책관은 “오늘 발제한 제안들은 정부의 최종 발표 내용이라긴 보다는 새로운 의견을 추가 취합하는 과정이라 생각된다”며 “앞서 1차 공청회 때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서 발제한 내용 중 상당 부분을 수용했으나 국민들의 부담 덜기 위해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해 이번 2차 공청회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뒤이어 “오늘 도출된 의견은 향후 부동산공시위원회 심의를 거쳐서 정부가 공식적으로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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