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런던, 양사 독점은 맞지만… 영국항공·버진애틀랜틱 취항 전망
미주노선 독과점 문제는 뉴욕·LA·샌프란시스코… 美 항공사 노선 증편 필요
제3국 항공사 인천∼미주 취항 이원5자유는 최후의 수단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과 관련해 영국 경쟁시장청(CMA)에 이어 미국 법무부도 추가 검토 입장을 밝혔다. / 뉴시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과 관련해 영국 경쟁시장청(CMA)에 이어 미국 법무부도 추가 검토 입장을 밝혔다. /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대해 영국과 미국 경쟁당국에서 연이어 ‘합병 유예’를 선언하며 추가 검토에 나섰다. 겉으로 드러난 합병 유예 이유는 ‘노선 독과점’이다. 일각에서는 합병 승인에 지장은 크지 않을 것이며 약간의 독과점을 해소하고 합병 시기를 조율하기 위해 합병 유예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영국 경쟁 당국인 경쟁시장청(CMA)은 인천∼런던 히드로 노선의 독과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해당 노선은 현재 대한항공이 주 7회(하루 1편), 아시아나항공이 주 4회(월·수·금·토요일 각 1편) 운항 중이며, 외국 항공사는 취항을 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해당 노선의 독과점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추가로 제시하라는 게 CMA 측의 의견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측은 이러한 문제와 관련해 내년 초 또는 내년 하절기 스케줄이 시작되는 시점부터 영국 국적 항공사인 버진 애틀랜틱 항공이 인천∼런던 노선에 취항해 독과점을 해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버진 애틀랜틱 항공은 지난 9월말 글로벌 항공 동맹인 ‘스카이팀’에 내년부터 합류하기 위해 신규 회원으로 가입했다. 버진 애틀랜틱 항공이 스카이팀에 합류하게 되면 대한항공과 공동운항(코드셰어) 방식으로 한국에 취항할 가능성이 높다. 코드셰어란 두 개 이상의 항공사가 1개의 노선에 공동으로 취항해 1개의 항공기로 운항하는 것을 뜻한다. 주로 공항의 슬롯이 부족하거나 항공 동맹체 사이에서 이뤄진다.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이 대표적이다. 두 항공사는 시애틀·디트로이트·애틀랜타·미니애폴리스 등 미주 노선에 대해 코드셰어를 체결하고 있다. 특히 해당 4개 노선은 대한항공을 통해 예매한 항공편임에도 실제 운항은 델타항공에서 맡아서 운항을 하는 대표적인 노선이다. 반대로 인천에서 샌프란시스코·워싱턴·시카고·댈러스포트워스·호놀룰루를 오가는 항공편은 델타항공을 통해 예매한 후 대한항공을 이용할 수 있다.

버진 애틀랜틱 항공이 이러한 방식으로 인천∼런던 노선에 취항을 한다면 대한항공을 통해 한국인 여객을 다수 유치할 수 있어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라서 취항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셈이다. 허브 공항도 런던 히드로 공항과 맨체스터 국제공항 두 곳으로, 영국이 우려하는 독과점을 해소할 수 있다.

특히 맨체스터 국제공항은 영국 북서부 지역의 관문 공항이며, 맨체스터 지역은 영국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도시로 손꼽히는데, 버진 애틀랜틱 항공이 인천에 취항한다면 신규 노선을 개척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여기에 영국항공(브리티시 에어웨이)에서 코로나19로 국제선 여객이 급락해 단항했던 인천∼런던 노선에 재취항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영국항공은 과거에도 한국 노선의 항공 수요 급감으로 인해 1998년 인천∼런던 노선에서 철수한 바 있는데, 상황이 나아지자 2012년 12월 복항을 했다. 결국 인천∼런던 노선의 수요가 늘어난다면 다시 취항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스타얼라이언스 소속인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과 합병 시 소속 항공동맹을 탈퇴하고 대한항공이 속한 스카이팀으로 이적할 것으로 보인다. / 뉴시스
스타얼라이언스 소속인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과 합병 시 소속 항공동맹을 탈퇴하고 대한항공이 속한 스카이팀으로 이적할 것으로 보인다. / 뉴시스

현재 인천에서 미주 노선을 취항하고 있는 국내 항공사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그리고 최근 에어프레미아까지 3개 항공사가 존재한다.

대한항공이 취항한 미국 노선은 뉴욕·로스앤젤레스(LA)·샌프란시스코·시애틀·애틀랜타·시카고·라스베이거스 등 11개 지역이다. 여기에 북미 국가 캐나다 밴쿠버와 토론토 노선도 취항 중이다. 뉴욕이나 LA 노선처럼 이용객이 많은 지역에는 현재 주 14회(하루 2편), 샌프란시스코나 애틀랜타, 워싱턴 노선은 주 7회(하루 1편) 운항을 이어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뉴욕·LA·샌프란시스코·시애틀·호놀룰루 5개 지역에만 취항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미주 노선에서 각각 LA가 주 14회(하루 2편), 뉴욕과 샌프란시스코가 주 7회(하루 1편), 호놀룰루 주 5회, 시애틀 주 4회 운항 중이다. 또한 최근 에어프레미아가 인천∼LA 노선 취항에 성공해 현재 해당 노선을 주 5회 운항 중이다.

이 중에서 현재 미국 법무부 측의 독과점 지적 노선은 뉴욕과 LA,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노선으로 보인다.

인천∼뉴욕과 LA 노선은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외에 델타항공이 각각 주 14회(하루 2편)를 운항 중이며, 싱가포르항공·유나이티드항공·타이항공·코파항공 등 4개사가 아시아나항공과 코드셰어를 체결해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를 이용해 취항 중이다.

인천∼샌프란시스코 노선에서는 유나이티드항공이 주 7회(하루 1편) 운항 중이며, 델타항공이 코드셰어를 통해 대한항공 항공기로 주 7회(하루 1편) 취항 중이다.

이 상태 그대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이뤄진다면 통합항공사의 인천발 미국 노선 운항편은 △뉴욕 주 21회(하루 3편) △LA 주 28회(하루 4편) △샌프란시스코 주 14회(하루 2편) 등이다. 미국 항공사들의 경우 델타항공이 인천∼뉴욕·LA 노선에 각각 주 14회(하루 2편), 유나이티드항공이 인천∼샌프란시스코 노선에서 주 7회(하루 1편) 운항을 해 운항편이 많게는 2배 차이를 보인다.

해당 3개 노선을 제외한 인천∼시애틀 노선은 양사가 합병을 하더라도 주 9회 운항을 해 현재 주 15회 운항을 하고 있는 델타항공과 비교해도 적으며, 디트로이트나 댈러스포트워스, 라스베이거스, 시카고, 애틀랜타, 워싱턴 노선은 아시아나항공이 취항하지 않아 영향이 없다. 캐나다 밴쿠버와 토론토 노선도 현재 대한항공과 에어캐나다만 취항 중이라 합병과 연관이 없다.

이러한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미국 국적 항공사가 뉴욕·LA·샌프란시스코 3개 지역에서 인천을 오가는 항공편을 늘릴 필요가 있다. 현재 델타항공을 제외한 다른 미국 항공사에서 취항 중인 인천 도착 노선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아메리칸항공은 댈러스포트워스∼인천 노선에 주 7회(하루 1편) 운항 중이며, 유나이티드항공은 샌프란시스코∼인천에 주 7회(하루 1편) 운항하고 있다.

인천∼LA 노선도 2009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연간 100만명 내외의 여객 수요가 입증된 만큼 에어프레미아 외에 다른 항공사들의 추가 취항 가능성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 또한 인천∼뉴욕 노선의 경우 코로나19 이전 2019년까지 매년 수요가 조금씩 증가세를 보였으며 2019년 한 해 동안 총 78만2,760명이 이용했다. 인천∼샌프란시스코 노선 역시 매년 수요가 증가세를 보이면서 2019년 기준 약 74만명의 여객이 항공편을 이용했다. 사실상 3개 노선의 경우 수익이 보장된 노선이라고 할 수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인천∼LA 노선에 베트남 국적 항공사가 취항을 추진하고 있다고 하지만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베트남 항공사가 인천∼LA 노선 운항에 나서려면 우리나라와 베트남 정부가 항공회담을 통해 이원권(항공협정을 체결한 두 국가의 항공사가 자국에서 출발해 서로의 국가를 경유한 뒤 제3국으로 운항할 수 있는 권리)을 배분해야 해 불발 가능성이 크다는 게 항공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미국 항공 시장의 경우 자유경쟁 체제가 잘 구축돼 있지만 아직 항공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 우리나라는 항공 이원권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이다. 베트남 국적 항공사에 항공 이원5자유 권리를 제공하게 되면 베트남에서 인천을 거쳐 미국으로 취항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가격 경쟁에서 국내 항공사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일각에서 거론되는 항공 이원5자유는 국가 항공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어 최후의 수단으로 이용을 해야 하는 것이지 현재 단계에서 논의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며 “현재로서는 에어프레미아에서 항공기 대수를 늘려 미주 지역의 다른 노선에도 취항하거나 미국 항공사에서 인천 노선 증편이 서로에게 더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11개 도시에 취항 중인 대한항공은 현재 주당 좌석 수 기준으로 44.24%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아시아나항공은 22.4%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어 두 항공사가 합병할 경우 한국∼미주 노선 시장점유율은 66.64%에 달한다. 이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반독점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미국 등 특정 시장에 대한 운항권 일부를 양도하기로 합의하고 합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근거자료 및 출처
영국 경쟁시장청(CMA),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유예
2022.11.14 영국 정부 발표
인천국제공항 여객 출발 시간표
2022.11.23 인천국제공항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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