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서울노인복지센터 공동 프로젝트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늙기 시작한다. 누구도 예외일 수는 없다. 문제는 인생의 황혼기를 어떻게 보내는가 하는 점이다. 대한민국은 해외의 어느 나라보다도 빠른 속도로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혼자 살게 되는 노인 1인 가구의 수도 빠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더 이상 독거노인을 안타까운 시선으로만 바라보고 지나칠 수 없는 일이다. <시사위크>에선 독거노인의 현상황을 짚어보고 서울노인복지센터와 함께 대처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경제적 약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은 독거노인 / 뉴시스
경제적 약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은 독거노인 / 뉴시스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자식 대학 등록금, 결혼자금 그리고 부모 병간호비를 내고 나면 현실적으로 노후 준비를 하기란 쉽지 않다. 더군다나 독거노인의 경우 홀로 생계를 온전히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경제적 약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나라에서 저소득 어르신들에게 연금을 주고 있지만, 연금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쉽지 않다. 지난 7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월평균 연금 수령액은 69만원으로, 한국 고령층이 생각하는 적정 생활비인 월 172만원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경제적으로 부담되는 독거노인들에게 ‘노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구직을 희망하는 고령층은 68.5%로 지난해보다 0.4% 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생활비가 필요해 취업을 희망한다는 응답이 57%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일하는 즐거움’(34.7%), ‘무료해서’(3.7%)가 차지했다.

2022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 / 통계청
2022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 / 통계청

◇  노인 일자리의 현실

‘노동’이 필수가 된 현실 속에서 노인들이 일자리를 찾기란 쉽지가 않다. 올해 초 발표된 ‘중·고령층 재취업의 특징 및 요인 분석과 시사점’(한국경제연구원 유진성)에 따르면, 중·고령층이 퇴사 이후 1년 이내 재취업한 비율은 45.3%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5~54세의 경우 퇴사 후 1년 내 임금근로자로 재취업하는 비율은 53.4%였으나, 55~74세의 재취업률은 32.8%에 불과했다. 

산업별 형태에서도 확연한 차이가 드러났다. 30~49세는 ‘교육서비스’, 50세 이상은 ‘농업’에 많이 종사하는 반면, 56~79세는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이 38%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계속해서 ‘도소매· 숙박음식업’(17.1%), ‘전기·운수·통신·금융업’(10.2%)이 뒤를 이었다. 

직업별 분포를 보면 ‘단순노무종사자’가 24.6%로 가장 높았으며, ‘기능·기계조작 종사자’(22.8%), ‘서비스·판매종사자’(22.2%) 순으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종합해 보면 저소득층 노인의 경우 나라에서 제공하는 공공서비스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단순 노무를 통해 소득을 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저소득 어르신에게 공공일자리가 중요한 생계 수단 중 하나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 이석환 연구위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현재 노인 일자리는 공공형, 사회서비스형, 민간형으로 구분돼 운영되고 있다”며 “공공형 일자리가 전체 사업의 76%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 공익활동형이 전체 노인일자리의 72%를 차지하고 있으며, 민간형 일자리는 18.1%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노인의 빈곤, 사회적 고립이 노인 세대 진입과 동시에 발생하는 이벤트가 아니라는 점에서 중장년 일자리 정책과의 연계 방안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노인 일자리 사업은 질적 개선과 성과측정방식 개선에 관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단순히 일자리 수, 취업자 수 등에 주안을 두는 방식에서 사회적 가치 실현 즉 빈곤 완화 등에 초점을 둔 성과측정 고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시니어 구직난 해결법 

어르신들의 구직에 대한 실질적 어려움은 자신에게 적합한 맞춤형 취업 정보를 찾지 못하는 데 있다. 국가에서 제공하는 노인 일자리라고 하면 대부분 30시간 일하고 27만원을 받는 ‘공익형 일자리’를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에서 운영 중인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사업’ 안에는 공익형 일자리 외에도 △노인의 경력과 활동 역량을 활용해 지역사회 돌봄, 안전 등 사회적 도움이 필요한 영역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서비스형’(월 70만원/60시간) △참여자 인건비를 일부 보충 지원하고 추가 사업소득으로 연중 운영하는 ‘시장형사업단’ △수요처의 요구에 의해 일정 교육을 수료하거나 관련된 업무 능력이 있는 자를 해당 수요처로 연계해 근무기간에 대한 일정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취업알선형’ 등 다양한 유형이 있다. 

서울노인복지센터 부설기관인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조용태 과장은 “어르신들의 경우 27만원을 받는 공익형 일자리는 대부분 알고 계신다. 반면 지자체 및 자치구 등 지역 특성에 따라 운영되는 지자체 특화형 등 새로운 유형의 일자리는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라면서 “일자리를 찾는 전화를 하거나 직접 방문하시는 어르신에게 공공일자리의 다양한 유형을 알려주고, 개인의 역량과 매칭되는 경우 그에 맞는 공공일자리를 소개시켜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일자리뿐만 아니라 경비원, 청소원, 도보 배달원 등 민간일자리의 경우도 상담을 통해 매칭시켜 드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취업 정보 교육을 듣고 있는 어르신들의 모습 / 서울시 어르신 취업지원센터 제공
취업 정보 교육을 듣고 있는 어르신들의 모습 / 서울시 어르신 취업지원센터 제공

실제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일자리 정보 제공을 실시해 시니어들의 구직난 해소에 일조하고 있다. 먼저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는 올해 ‘2023 공공일자리 훑어보기’ 프로그램을 신규 기획해 현 취업시장 현황과 분야별 공공일자리 정보 제공 및 지원하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공공일자리 취업 지원을 희망하는 고령 구직자들이 꼭 알아야 할 정보부터 우대사항을 비롯해 돌봄, 안전, 교통, 디지털 등 분야별 공공일자리 탐색을 통해 개인에게 최대한 맞는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시니어의 내일을 위한 일자리 정보지 ‘내:일찾기’를 통해 주간 일자리 정보를 3,200여명에게 제공하고 있으며, ‘시니어 일자리 캐스터’라는 일자리 해설 동영상을 제작해 구직 활동 중인 어르신들에게 매주 메신저로 전달해 드리고 있다. 특히 ‘시니어 일자리 캐스터’의 경우 취업공고문을 한눈에 파악하기 어려운 어르신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돕는 것은 물론, 댓글을 통해 질문도 할 수 있어 온라인 소통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시니어 일자리 캐스터’는 네이버TV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채널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김슬기 대리는 “바리스타 취업을 희망한 60대 여성분이 계셨다. 지역에서 (어르신을 채용해) 운영하는 카페가 1~2개이다 보니 바리스타 취업 경쟁률이 높은 편”이라며 “‘시니어일자리캐스터’ 동영상을 보고 성동구청 출자기관인 성동미래일자리 주식회사에서 운영하는 카페에 지원해 지난 8월 취업에 성공했다고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60대 남성분은 카카오톡으로 제공해 드리는 ‘내:일찾기’를 통해 취업 정보를 보고 지원해 다음 달부터 출근한다고 연락을 주셨다”며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별도 일자리 사업인 ‘보람 일자리’로, 서울에 위치한 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를 지원하는 업무를 하시게 되셨다”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다양한 노인 일자리 사업들이 온라인을 통해 구직 공고를 내다보니, 온라인 기기 사용을 어려워하는 혹은 스마트 기계를 소지하지 않고 있는 고령층 구직자들은 정보 소외를 경험하기 십상이다. 어르신들에게 최대한 좋은 일자리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사회복지사들이 매주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구직 공고를 살펴보고 취업 정보 콘텐츠를 제작하는 이유다.

근거자료 및 출처
2022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
2022.07.26 통계청
중·고령층 재취업의 특징 및 요인 분석과 시사점 
2022.02.25 한국경제연구원
2022년 상반기 지역별고용조사 취업자의 산업 및 직업별 특성
2022.10.18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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