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주지훈이 영화 ‘젠틀맨’으로 관객 앞에 선다. / 콘텐츠웨이브  
배우 주지훈이 영화 ‘젠틀맨’으로 관객 앞에 선다. / 콘텐츠웨이브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주지훈이 영화 ‘젠틀맨’(감독 김경원)으로 돌아왔다. 영화는 ‘암수살인’(2018) 이후 4년 만이다. 오랜만에 관객 앞에 서는 그는 “나를 필요로 한다면 응할 가치가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젠틀맨’을 향한 애정과 자신감을 드러냈다.  

‘젠틀맨’은 성공률 100% 흥신소 사장 지현수(주지훈 분)가 실종된 의뢰인을 찾기 위해 검사 행세를 하며 불법, 합법 따지지 않고 나쁜 놈들을 쫓는 범죄 오락 영화다. OTT 서비스 ‘웨이브’의 영화 펀드 첫 투자 작품이자 오리지널 영화로,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로 평단의 주목을 받은 신예 김경원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극 중 주지훈은 지현수를 연기했다. 지현수는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아 달라는 의뢰인과 함께 향한 어느 펜션에서 괴한의 습격을 받아 쓰러진 뒤, 졸지에 의뢰인을 납치한 용의자가 되는 인물이다. 납치 사건의 누명을 벗기 위해 검사로 위장, 실종된 의뢰인을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주지훈은 카리스마와 능청스러움, 특유의 섹시한 매력으로 캐릭터를 완성해냈다. 특히 한층 자연스럽고 편안한 연기로 극을 이끌며 주연배우로서 제 역할을 다한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그는 ‘젠틀맨’ 출연 이유부터 촬영 과정 및 비하인드까지 솔직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젠틀맨’에서 흥신소 사장 지현수를 연기한 주지훈. / 콘텐츠웨이브  
‘젠틀맨’에서 흥신소 사장 지현수를 연기한 주지훈. / 콘텐츠웨이브  

-영화는 ‘암수살인’ 이후 오랜만이다. 개봉 소감은. 
“다시 제작보고회도 하고 관객도 눈앞에 있고 하니 너무 반갑더라. 이렇게 즐거울 일인가 싶었다. 하하. 요즘 시기에 영화를 개봉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코로나19도 그렇고 여러모로 영화계가 힘든데 개봉을 할 수 있다니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그동안 촬영은 계속했다. 오픈할 작품들이 많다.”

-스타일시한 연출이 돋보였다. 배우는 어떻게 봤나.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웠다. 당연히 모든 영화가 장단점이 있지만, 처음 감독님이 어떻게 만들고 싶고 이런 정서를 담고 싶다고 이야기한 게 다 담긴 것 같다. 그래서 감독님에게 고마웠다. 첫 장편 연출이었는데 마지막 한 컷까지도 공을 들인 게 느껴졌다. 쉽지 않았을 거다.”

-어떤 정서를 담고 싶다고 했나. 
“한국영화에서는 레퍼런스가 없었다. 히어로물은 아닌데 어느 정도 판타지는 있다고 생각했다. 힘없는 자들이 거대한 악을 이겨내려고 하는 게 영화적이고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잖나. 그것 자체가 판타지라고 생각하는데, 이 이야기를 땅에 붙이려고 했다. 전체적인 톤 앤 매너를 가져갈 때 캐릭터나 연기 톤도 그렇게 보이고자 했다. 불가능한 것들을 이뤄내는 구성원이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조금은 빈틈이 있는 인물들로 그렸으면 했다. 그렇게 큰 거부감 없이 피부로 이해할 수 있게 하자고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런 지점이 잘 담긴 것 같다.”

-직접 박성웅을 설득했다고. 
“설득은 아니고 추천이다. 처음에 (박)성웅이 형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여러 이유로 거절을 했다. 내가 따로 연락은 안했다. 부담되잖나. 시나리오로 승부하는 거지. 그러다 대화를 하게 됐고 다시 시나리오를 보고 결정해 줬다. 겉모습이나 말투는 비슷하지만 다른 사람으로 느껴졌다. 미묘한 게 더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미묘한 게 느껴졌다. 어떻게 보면 뻔한 빌런일 수 있었다. 그렇기에 등장만으로도 드라마가 생기는, 존재만으로도 아우라를 뿜어낼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고 배우 박성웅이 딱 떠올랐다. 그래서 추천했다.” 

주지훈이 작품을 향한 확신을 드러냈다. / 콘텐츠웨이브  
주지훈이 작품을 향한 확신을 드러냈다. / 콘텐츠웨이브  

-그만큼 확신이 있었던 것 같은데 어떤 점에 끌렸나.  
“내용이 재밌었다. 반전도 있고. 이야기가 꽤나 많은데 술술 넘어갔다. 시나리오를 왔다 갔다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감독님이 글을 열심히 잘 썼더라. 그리고 애초에 예산이 얼마인지 알고 있었고 그 사이즈에 딱 맞게 신경 쓴 것도 다 보였다. 한정된 예산이 있는데 무리하게 욕심을 내면 어설프게 나올 수밖에 없다. 감독님이 그런 것까지 다 신경 쓴 게 느껴졌다. 또 이런 규모의 작품이 많이 나오는 게 영화계 발전에 좋은 거라고 알고 있다. 그동안 감사하게도 스케줄이 다 차 있어서 못한 작품들도 있는데, 이번에는 충분히 나를 필요로 한다면 응할 가치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1인 3역에 가까울 정도로 각 상황에 따라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 어떤 고민을 했나. 
“이야기를 이해하고 따라가야 하는 지점이 있는 작품이라 장면의 이해를 돕기 위해 외부적인 요소가 필요했다. 외적으로 보여줘야 하는 부분도 많았는데 클리셰적이기도 해서 고민이 많았다. 이걸 어떻게 조금이라도 담을 수 있을까 해서 메이크업을 아예 안 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검사의 집에 가서 슈트를 입고 머리 스타일을 바꾸고 고급 승용차에 탔지만, 얼굴은 거친 느낌을 담아내고 싶었다.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얼굴이 달라 보인다는 것은 감정이 읽히는 거니까 분장도 하고 여러 외부적인 도움을 받았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있다면. 
“이야기가 뒤집힐 때. 대부분의 영화는 은유적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가 어떤 장르에서 갑자기 직설적으로 바뀔 때가 있다. 들켰을 때 혹은 과거를 이야기할 때 표현 자체가 직설적이잖나. 능글거리다가 갑자기 확 다운이 된다. 목소리도 바뀐다. 또 케이퍼무비 특성상 어느 정도 정보 전달이 필요하잖나. 그럴 때 관객이 튕겨져 나갈까봐 어떻게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현장에서도, 찍어놓고도 너무 직설적이지 않나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때마다 감독님이 이렇게 편집할 거고 어떤 음악이 사용될 것인지 이야기를 해줬다. 여전히 직설적으로 보이는 부분이 걱정되긴 한다. 부디 관객이 튕겨 나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물의 서사가 다소 부족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반전에 대한 힌트를 조금씩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었는데. 
“어떤 사람은 ‘관객을 속이면 안 돼’라고 하고, 누군가는 ‘영화니까 어때’라고 좋게 표현하기도 한다. 감독님의 관점은 이렇게 트릭을 써서 그 트릭으로 인해 더 큰 카타르시스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 같다. 나도 그런 지점에서 동의가 됐다. 실제 시민 영웅들도 순간 동해서 어떤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잖나. 지현수도 처음에는 그렇게까지는 마음이 아니었는데, 하다 보니 ‘더 혼내줘야겠다’까지 간 거라는 설명이 나오긴 한다.” 

한층 깊어진 주지훈. / 콘텐츠웨이브  ​
한층 깊어진 주지훈. / 콘텐츠웨이브  ​

-박성웅이 간담회에서 ‘연기를 대충 하는데 그게 다 계획이었다’고 칭찬했다. 그만큼 여유로워졌다는 의미인 것 같은데.  
“사회 분위기가 좋아진 것 같다. 권위가 사라졌다고 해야 할까. 예전보다 선후배나 배우와 기자 사이 관계가 더 편안해진 것 같다. 예전에는 배우도 폼 잡고 기자도 ‘나 기잔데’ 이런 게 있었잖나. 그런 분위기가 바뀌다 보니 나도 여유가 더 생긴 것 같다. 의견을 나누는 게 편해지는 걸 보면서 달라지고 있구나 생각이 든다. 그런 분위기 덕에 모든 작업물이 수작일 수 없지만 전반적으로 수준이 올라가고 있지 않나 싶다.”

-배우 개인의 위치나 역할의 변화도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주변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저 사람이 나를 밉지 않게 보니까 아이디어가 나오면 낼 수 있는 거다. 제작자, 감독, 동료 배우들 다 포함해서 좋은 선배들에게 그런 것들을 느끼고 배웠기 때문에 변화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도 후배들에게 잘 넘겨주려고 한다. 나도 후배들에게 낯을 가릴 수 있잖나. 그래도 일부러 더 다가가려고 한다. 그 친구들도 얼마나 어렵겠나. 나도 겪었잖나. 더 풀어주려고 하고 조금 더 칭찬해 주려고 하고 노력한다. 나도 그런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배우로서도 인간으로서도 변모할 수 있었다.” 

-‘K-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 시작은 넷플릭스 ‘킹덤’이었다. 포문을 연 배우로서 어떻게 지금 이 시기를 바라보고 있나. 느끼는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사랑을 받으니 너무 행복하더라. ‘피랍’ 촬영 때 모로코에 갔는데, 아프리카잖나. 지나가는데 한국말을 하더라. 너무 놀랐다. 20대 초반에 프랑스 파리에 가고 영국에 갔을 때 사람들이 ‘니하오, 곤니찌와’ 했는데, 이제는 먼 아프리카에서도 한국말을 한다. 그것은 우리를 알아본다는 거잖나. 한국인인 것을 구분할 줄 아는구나, 그게 바로 문화의 힘이구나 느꼈다. 누군가 우리나라 말로 친절하게 대해주니 훨씬 마음이 편하고 즐길 수 있게 되더라. 덜 이방인인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 뭐 하나 허투루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고무적인 ‘파이팅’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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