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보험 표준약관’ 개정, 2023년 1월 1일 발생 사고부터 적용
형평성 높이고 합리화… 경상환자, 과잉 진료 불가능

금융감독원이 지난 26일, 내년부터 개정된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시행을 알렸다. / 게티이미지뱅크
금융감독원이 지난 26일, 내년부터 개정된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시행을 알렸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주요 손해보험사(이하 손보사)가 내년 1월 1일부터 자동차보험료를 소폭 낮추는 대신 경상환자의 과잉치료를 막고 과실과 책임 형평성을 맞추는 방향으로 약관을 개정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4대 손보사와 메리츠화재·롯데손해보험·한화손해보험 등 7개 손보사들이 내년 자동차 보험료를 2%가량 내리는 것으로 결정했다.

손보업계의 자동차 보험료 인하 배경에는 보상 기준 개정이 일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6일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내년 1월 1일부터 변경된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을 적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는 ‘경상환자 치료비 과실책임주의’ 도입이 포함됐다.

내년 1월 1일부터는 개정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시행에 따라 교통사고로 척추 염좌나 단순 타박상 등 상해등급 12∼14급의 경미한 부상을 입은 운전자는 대인배상Ⅰ(의무보험) 한도를 초과하는 치료비 중 과실 부분을 본인 보험이나 자비로 처리해야 한다.

과실과 책임의 형평성도 개선될 전망이다. 금감원은 경상환자의 대인배상Ⅱ 치료비 중 본인과실 부분은 본인보험(자기신체사고 또는 자동차상해)이나 자비로 처리하도록 약관을 바꾸기로 했다.

일례로, 그동안 과실비율이 80%인 가해자의 치료비가 500만원이고, 과실비율 20%인 피해자는 치료비가 50만원인 경우 모든 치료비 전액을 각각 상대방 보험사가 지급해야 했다. 이 경우 피해자 보험사의 손실이 더 큰 상황이 발생해 그간 형평성 문제로 꾸준히 지적됐다.

이에 내년부터는 이러한 부분을 과실비율에 따라 다르게 적용, 과실비율 80%의 가해자 치료비 중 80%는 가해자 보험사에서 부담하고 나머지 20%만 피해자 보험사에 청구할 수 있도록 개정된다. 반대로 과실비율 20%의 피해자 치료비에 대해서도 피해자 보험사는 20%만 부담하고 나머지 80%는 가해자 보험사가 지급해야 한다.

다만, 피해자 보호를 위하여 차량운전자를 제외한 보행자(이륜차·자전거 포함)는 본인 과실이 있더라도 현행과 같이 치료비를 전액 보장한다.

또한 4주를 초과하는 병원 치료를 원할 때는 진단서를 추가로 제출해야 하며, 진단서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에는 초과분에 대한 치료비 보상을 받을 수 없다. 대신 추후 진단서를 제출하면 제출일부터 추가 치료 종료일까지 발생한 치료비를 인정받을 수 있다.

이는 경상환자들의 과잉 진료를 뿌리 뽑기 위한 조치다. 그간 사고 발생 시 진단서 등 입증자료를 제출하지 않더라도 기간 제한 없이 치료하고 보험금을 청구하는 것이 가능했다.

뿐만 아니라 의도적으로 상급병실에 입원해 보험금을 부풀리는 것도 불가능해졌다. 상급병실 입원료 인정 대상에서 ‘의원급’을 제외하고 ‘병원급’만 인정하기로 한 것이다. 일부 의원의 경우 상급병실만 설치돼 입원 환자들에 대해 고가의 상급병실 입원료를 청구하는데, 이는 그간 손보사의 부담으로 작용해 이러한 문제를 막기 위해서다.

당국과 보험업계는 우선 사고 접수부터 치료비 본인 부담금이 확정될 때까지 바뀐 제도 내용에 대한 소비자 유의사항을 알림톡 등으로 안내할 예정이다. 보험사 간 연결된 ‘자동차보험 수리비 견적시스템(AOS)’에는 과실 조회 서비스를 추가해 양측 보상직원의 과실비율 협의 업무를 원활하게 할 전망이다.

또 향후 교통사고 과실비율 분쟁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손보협회에서 운영하는 과실비율 분쟁심의위원회(분심위)의 심의 대상을 확대, 보험금 지급 전에도 심의 청구가 가능토록 했다.

이밖에도 자동차보험에서 보장하는 수리비와 견인비, 친환경차량 대차료 인정 기준 등도 마련됐다. 특히 대물 배상 시 견인비용도 약관에 명시되면서 피해자와 보험사 간 견인비용 관련 분쟁이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등 친환경 차량의 대차료, 감가상각 기준도 마련된다.

금감원 측은 “경상환자 등에 대한 보상체계 합리화를 통해 과잉진료 감소와 이에 따른 국민 보험료 부담 완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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