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는 사업내용이나 재무상황, 영업실적 등 기업의 경영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제도로, 공평할 공(公)에 보일 시(示)를 씁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알아야 할 정보라는 의미죠.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개씩 발표되는 공시를 보면 낯설고 어려운 용어로 가득할 뿐 아니라 어떠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공시가 보다 공평한 정보가 될 수 있도록 시사위크가 ‘공시 일타강사’로 나서봅니다.

태광산업이 흥국생명으로부터 흥국화재 주식을 매수했습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 28일, 태광산업은 ‘특수관계인으로부터 주식의 취득’을 공시했습니다. 흥국생명으로부터 흥국화재 주식 1,270만7,028주를 사들였다는 겁니다. 지분율로는 19.5%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태광산업은 이 같은 주식 매수에 주당 3,876원씩 총 492억5,200만원을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식 취득도 꼭 공시해야 하는 사안일까요?

상장사는 경영과 재무 등 모든 부분에 걸쳐 중요한 사안을 신속·정확하게 공시해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번처럼 특수관계인으로부터 주식을 취득하는 것 역시 경영 및 재무적 측면에서 상당히 중요한 결정입니다. 기업의 미래를 좌우할 큰 의미를 지닌 투자일수도 있고, 인수·합병 등으로 이어질 소지도 있기 때문이죠.

더욱이 이번 주식 매수는 계열사를 통해 계열사 주식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이는 일종의 내부거래로, 공정거래법상 이사회 의결 및 공시를 거치도록 명시돼있습니다.

특히 태광산업의 이번 주식 취득은 전후상황과 맞물려 더욱 남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요.

태광산업이 이런 결정을 내린 배경은 무엇일까요?

앞서 <공시 일타강사>를 통해서도 다뤘듯([공시 일타강사] 태광산업 주주들이 뿔난 이유), 태광산업은 최근 한바탕 홍역을 치른 바 있습니다. 같은 태광그룹 소속인 흥국생명에 대한 자금 지원을 검토하고 나섰다가 주주들의 반발 및 비판 여론에 부딪혀 이를 철회했던 겁니다.

일련의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흥국생명은 지난달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가 거센 파문에 휩싸였고, 결국 이를 철회하며 금융권으로부터 4,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급히 조달했습니다.

이후 지난 8일, 태광산업이 흥국생명이 실시하는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자금 지원에 나설 것이란 보도가 나왔습니다. 이에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태광산업에 조회공시를 요구했고, 태광산업 측은 검토 중이라는 사실을 인정했죠.

그러자 이번엔 태광산업이 거센 파문에 휩싸였습니다. 엄연한 상장사인 태광산업을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일가를 위해 동원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건데요.

이러한 지적이 제기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태광산업과 흥국생명은 같은 태광그룹 소속이긴 하지만, 서로 어떠한 지분관계도 없습니다. 무엇보다 흥국생명은 이호진 전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지분 100%를 보유 중인 비상장사입니다. 사실상의 개인회사로 볼 수 있죠. 태광산업 입장에선 최대주주가 같다는 것 외에 어떠한 연결고리도 없는 기업에 자금 지원을 하는 셈이었습니다. 태광산업의 일반주주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정이었죠.

특히 태광산업을 상대로 주주행동주의를 전개해온 트러스톤자산운용(이하 트러스톤)은 이러한 결정을 연일 강하게 규탄하고 나섰습니다. 경제개혁연대,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등의 단체는 물론, 언론의 비판 여론도 거셌고요. 결국 태광산업은 흥국생명 유상증자 참여를 전면 백지화하기에 이르렀죠.

그런데 불과 2주 만에 흥국생명이 보유 중이던 계열사 주식을 매수하고 나선 겁니다. 물론 유상증자 참여와는 다른 성격이지만, 끝끝내 흥국생명에 자금을 건네준 모습인데요. 흥국생명 지원을 위해 우회로를 택했다는 평가에 무게가 실립니다.

이에 대해 태광산업 측은 지분법 이익 증가 등 투자이익이 기대돼 흥국화재 지분을 늘린 것이고, 부당지원 등과 관련해서는 법적인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어떤 식으로든 이호진 전 회장 일가 개인회사가 친 사고의 뒷수습에 동원됐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근거자료 및 출처
태광산업 ‘특수관계인으로부터 주식의 취득’ 공시
2022. 12. 28.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26조
2022. 12. 29. 현재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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