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이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행동에 직면한 가운데,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가 트러스톤자산운용 측 손을 들어주는 의안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 뉴시스
태광산업이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행동에 직면한 가운데,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가 트러스톤자산운용 측 손을 들어주는 의안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올해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행동에 직면한 태광산업의 부담이 커지는 모양새다. 소액주주 측이 요구한 검사인 선임이 법원으로부터 받아들여지고, 기업지배구조 전문연구소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 역시 소액주주 측 손을 들어주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앞서도 소액주주의 반발에 부딪혀 계열사 자금지원을 철회한 바 있는 태광산업이 이번 정기주주총회에서 어떤 결과를 마주하게 될지 주목된다.

◇ ‘전방위 공세’ 트러스톤…  정기주총 결과 ‘주목’

올해 정기주주총회 시즌 최대 화두는 ‘주주행동’이다. 최근 들어 더욱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는 주주행동이 거침없이 확산하면서 적잖은 상장기업들이 긴장감에 휩싸였다.

태광그룹 핵심계열사인 태광산업도 그중 하나다. 주주행동주의 펀드의 대표주자 중 하나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이하 트러스톤)은 2021년 6월 보유 중인 태광산업 지분이 5%를 넘기면서 처음 이를 공시했으며, 지난해 12월 보유목적을 ‘일반투자’에서 ‘경영권 영향’으로 변경하고 본격적인 행동에 나선 바 있다.

트러스톤이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기 시작한 계기는 태광산업이 제공한 측면이 컸다. 태광산업은 지난해 12월 흥국생명에 대한 유상증자 참여를 검토하고 나섰다가 큰 파문에 휩싸였다. 당시 흥국생명은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조기상환)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 큰 파장을 일으킨 뒤 이를 철회했으며,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자금조달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태광산업은 흥국생명과 같은 그룹 계열사이긴 해도 지분관계 등은 전혀 없었다. 이에 사실상 오너일가 개인회사인 비상장 계열사가 일으킨 문제의 수습을 상장사에게 떠넘긴다는 반발 및 비판이 제기됐다. 트러스톤이 태광산업 지분 보유목적을 변경한 것도 바로 이때다. 이와 함께 트러스톤은 자금 지원의 불법성 문제를 제기하고 법적대응 방침을 시사하기도 했다. 

결국 태광산업은 흥국생명에 대한 유상증자 참여 검토를 철회했다. 하지만 트러스톤은 이후에도 태광산업이 지닌 여러 문제를 지적하며 각종 행동을 실행에 옮겼다. 특히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는 주주제안을 제출하고 의안상정 가처분신청까지 제기했다. 

이 같은 가처분신청은 태광산업 측이 주주제안 3건의 안건 상정을 수용하면서 일부 취하됐고, 태광산업 측이 수용하지 않은 이사 선임 관련 안건은 법원에서 기각 결정이 내려졌다. 

트러스톤의 공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트러스톤이 요청한 검사인 선임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또한 트러스톤은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를 통해 태광산업의 지닌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매년 주요 상장 대기업들의 정기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평가해 의결권 행사를 권고해오고 있는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의 발표도 태광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지난 24일 발표한 태광산업 정기주주총회 의안 분석 결과를 통해 회사 측이 상정한 안건 대부분에 반대를 권고했다.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회 신규선임 후보자 2명에 대해선 각각 법령 위반 가능성과 독립성 훼손 우려를 이유로 반대를 권고했고,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에 대해선 독립적 보수심의 기구가 부재하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또한 임원 퇴직금 규정 변경의 건에 대해선 “공고상으로는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 없다”고 유보 결정을 내리면서 “다만, 회사가 구체적인 내용을 공고하지 않았다는 것 자체를 반대 사유로 검토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반면, 트러스톤의 주주제안에 대해선 찬성을 권고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트러스톤의 주주제안으로 상정된 주식분할 관련 안건에 대해 “소액투자자의 접근성 제고 및 거래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태광산업과 트러스톤이 각기 다른 금액을 제시한 현금배당 관련 안건과 자사주 취득 관련 주주제안 안건에 대해선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기존에도 정기주주총회 안건 중 임원 선임 및 정관변경 안건을 주로 다뤄오고 있다.

이처럼 트러스톤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며 전방위 공세에 나선 가운데,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의 의안 분석‧평가 발표까지 나오면서 태광산업은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부담이 한층 커지게 됐다. 특히 정기주주총회 이후에도 한동안 갈등 및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표대결이 펼쳐질 태광산업의 정기주주총회는 오는 31일 개최된다.

 

근거자료 및 출처
태광산업 ‘주주총회 소집공고’ 공시
2023. 3. 23.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태광산업 ‘소송 등의 판결‧결정’ 공시
2023. 3. 24.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태광산업 주총의안 분석
2023. 3. 24.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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