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간의 왕래가 적어진 요즘 세상에서 이웃의 존재감을 느끼는 방법이 하나 있다. 바로 층간소음이다. 층간소음을 통해 이웃의 존재를 인식하게 됐지만 오히려 불편과 분노, 고통을 부른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거주 비율이 높은 한국 사회에서 층간소음으로 인한 분쟁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시국을 겪은 지난 2년간 재택근무, 재택학습 빈도가 높아지며 더 많은 분쟁이 발생했다. 이에 <시사위크>는 층간소음 피해 상황과 입법으로 해결 가능한지 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지난 2일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는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을 개정하고 시행했다. 이번 개정을 위해 한국환경공단은은 ‘실생활 층간소음 노출 성가심 반응 연구’를 진행했다. /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2일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는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을 개정하고 시행했다. 이번 개정을 위해 한국환경공단은은 ‘실생활 층간소음 노출 성가심 반응 연구’를 진행했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조윤찬 기자  2023년부터 강화된 층간소음 기준이 시행된다. 정부는 이번 개정으로 분쟁조정 절차에서 층간소음 피해가 인정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층간소음 피해자들이 분쟁조정을 통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소음 기준을 낮췄다. 

◇ 한국환경공단, 청감실험 통해 층간소음 기준 마련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는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이하 공동주택층간소음규칙)을 2일 개정하고 시행했다. ‘공동주택층간소음규칙’ 제2조는 층간소음을 사람이 뛰거나 걸을 때 발생하는 ‘직접충격 소음’과, 텔레비전·음향기기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공기전달 소음’ 두 가지로 정의했다.

개정된 것은 직접충격 소음의 ‘1분간 등가소음도’ 기준이다. 주간인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는 39dB, 야간인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는 34dB이 초과되면 안 된다. 이전에는 주간에는 43dB, 야간에는 38dB이었다. 4dB을 강화한 기준이다.

현행 직접충격 소음 기준은 2005년 6월 이전 사업승인 받은 공동주택의 경우 다른 주택과 달리 5dB이 높은 기준이 적용된다. 개정된 주간 소음 기준이 39dB이지만 노후 공동주택 주간 소음 기준은 44dB이다. 정부는 2025년부터는 41dB로 단계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표승범 공동주택문화연구소 소장은 <시사위크>와의 전화통화에서 “예전에 지은 건물은 바닥 슬라브 두께가 20cm 이하 건물들이 많다. 규제가 강화되면서 24cm 이상의 슬라브를 만들도록 했다. 소음 측정 기준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국토부·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 동안 발생한 충간소음 가운데 가장 많은 원인은 ‘뛰거나 걷는 소리’(67.7%)이고 악기 소음은 1.4%였다. 정부는 공기전달 소음 비중이 낮기 때문에 이번 개정안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에 개정한 층간소음 기준을 만들기 위해 한국환경공단은 지난 2019년 12월부터 2020년 6월까지 기간 동안 ‘실생활 층간소음 노출 성가심 반응 연구’를 진행했다. 환경부 관계자에 따르면 LH 내에 마련된 청감실험실에서 층간소음 실험이 실시됐다. 정상청력자 20대~60대 100명(평균 연령 36세)이 실험 대상이었다. 실험은 층간소음 음원을 들려주고 피시험자의 반응을 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한국환경공단은 실험을 위해 층간소음 음원을 제작했다. 환경부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환경공단은 어린이가 제자리에서 단발 뛰기·여러 번 뛰기, 의자에서 뛰어내리기를 한 소음과 성인의 보행 소음을 녹음했다.

실험결과 1분 등가소음도 기준 43dB은 성가심 비율이 약 30%, 39dB은 성가심 비율이 13%로 나타났다. 38dB이 되면 성가심 비율은 10%로 낮아진다. 두 부처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소음으로 인한 성가심 비율을 10% 이내로 관리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험 결과와 WHO의 권고를 바탕으로 정부는 ‘1분간 등가소음도 기준’을 주간 39dB, 야간 34dB로 정했다.

◇ 분쟁조정에서 층간소음 피해 인정 늘어날 전망

층간소음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원한다면 환경부의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신청하면 되고, 원만한 대화를 원하면 국토부의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에 신청하면 된다. 분쟁조정제도는 소송 절차보다 간단하게 피해사실을 입증해주고 적은 비용으로 조정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해준다.

분쟁조정 과정에서 층간소음 피해를 입증하려면 환경부의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나 지자체 기관 등의 소음측정 결과가 있어야 한다.

국토부와 환경부는 이번 개정으로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서 층간소음 피해를 인정받을 수 있는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전화통화에서 “소음 측정 기준이 낮아졌기 때문에 피해가 인정되는 경우들이 전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분쟁조정 신청 전에 이웃사이센터에서 층간소음을 측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 관계자는 “공공기관에서 측정한 자료여서 위원회에서 그 자료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 분쟁조정 신청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이웃사이센터에서 미리 측정하고 온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손해배상 금액이 얼마인지 판단하는 기관이다. 소음 기준이 안 넘는다고 해서 손해배상이 인정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웃사이센터 측정을 했지만 기준 이내임에도 (손해배상을) 신청하는 당사자들이 있다. 하지만 소음이 기준을 안 넘는데 손해배상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설명했다.

환경부 관계자에 따르면 소음 측정 기관이 현장 조사할 때 층간소음을 유발하는 세대의 동의를 구하고 일정을 조율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서울시는 현장조사 인력이 충분하다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지방의 경우 소수의 인력으로 현장조사 업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일정을 잡고 소음 측정하기까지 한 달이 넘게 걸릴 수 있다.

◇ 정부, 소음 측정기 무료 대여 서비스… “서로 기분만 상할 것”

층간소음 갈등이 형사사건으로 비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신속한 갈등해결이 중요하다. 하지만 실제 층간소음 담당 기관이 현장조사를 하려면 장기간이 소요되는 문제가 있다. 이에 정부는 공동주택 공동체에서 빠른 중재가 이뤄지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한국환경공단은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소음측정기 무료대여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갈등이 커지기 전에 공동체 내에서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다. 국토부와 환경부는 올해 이러한 서비스를 지자체 협력을 통해 확대할 방침이다. 소음측정기 무료대여 서비스는 관리사무소가 있는 공동주택만 이용 가능하다. 또한 이렇게 측정한 결과는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사용할 수 없다.

환경부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재 한국환경공단에서 소음측정기를 빌려주고 있다”며 “관리사무소에 택배로 보내준다”고 말했다. 그는 “택배가 상당 기간 걸리는 불편함이 있고 소음측정기가 부족해 다른 사람들이 대여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자체와 협력해 소음측정기가 필요하면 수시로 주민센터에 와서 대여하고 반납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하는 시범사업을 구상했다. 갈등이 커지기 전에 관리사무소 단계에서 빠른 중재가 가능하도록 지원하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다. 개인들이 측정하면 갈등이 유발될 수 있으니까 관리사무소에서 대여하고 양 세대 간 동의하에 측정하는 것으로 했다”고 덧붙였다.

환경부 관계자는 관리사무소가 없는 공동주택에 소음측정기를 대여해주는 것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소음측정기 대여 관련해 표승범 공동주택문화연구소 소장은 <시사위크>와의 전화통화에서 “소음 측정으로 객관화를 하고 대화를 하라는 방안이다. 그러나 관리소장이 측정하면 전문성도 떨어지고 입주민들이 승복을 안 할 수 있다. 측정하기 전에 이미 이웃 간 갈등이 심해져 있기 때문에 만약 기준치가 넘지 않는다고 결과가 나오면 서로 기분만 더 상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층간소음 기준 강화에 대해선 “기준을 강화하면 결국 분쟁의 소지를 더 크게 한다. 입주민 공동체가 친밀함을 강화하는 방향이 아니라 측정치에 의해 법적인 분쟁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공동주택 층간소음 개선 방안’에서 500세대 이상 단지는 입주민들이 ‘층간소음관리위원회’를 구성해 갈등을 중재하도록 하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표승범 소장은 “대화 능력이 있는 입주민들이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육성해야 한다. 주민 리더를 양성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공동주택 층간소음 기준, 실생활 고려 4dB씩 강화

2023.01.01 환경부 발표자료

공동주택 층간소음 생활 불편 줄인다

2022.08.23 환경부 발표자료
한국환경공단, 실생활 층간소음 노출에 따른 성가심 반응에 관한 연구 입찰 공고
  한국환경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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