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는 사업내용이나 재무상황, 영업실적 등 기업의 경영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제도로, 공평할 공(公)에 보일 시(示)를 씁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알아야 할 정보라는 의미죠.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개씩 발표되는 공시를 보면 낯설고 어려운 용어로 가득할 뿐 아니라 어떠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공시가 보다 공평한 정보가 될 수 있도록 시사위크가 ‘공시 일타강사’로 나서봅니다.

세원그룹 핵심 계열사인 세원정공과 세원물산은 최근 나란히 오너일가 2세로부터 비상장계열사 주식을 무상으로 넘겨받았습니다. / 그래픽=권정두 기자
세원그룹 핵심 계열사인 세원정공과 세원물산은 최근 나란히 오너일가 2세로부터 비상장계열사 주식을 무상으로 넘겨받았습니다. /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 13일, 코스피 상장사인 세원정공과 코스닥 상장사인 세원물산은 나란히 ‘주요사항 보고서(타법인 주식 및 출자증권 양수 결정)’를 공시했습니다. 두 기업은 자동차부품 부문 중견그룹인 세원그룹의 주요 계열사인데요. 같은 제목의 두 공시는 내용에 있어서도 중요한 부분이 일치했습니다. 해당 주식거래가 오너일가와 ‘공짜’로 이뤄졌다는 겁니다.

이렇게 이례적인 주식거래가 이뤄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두 공시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세원정공은 김상현 전 세원정공 대표와, 세원물산은 김도현 전 세원물산 대표와 주식거래를 했습니다. 두 사람은 김문기 세원그룹 회장의 두 아들, 즉 오너일가 2세입니다. 세원정공은 에스엔아이 주식 39만주(지분 기준 39%)를, 세원물산은 에스엠티 주식 47만7,000주(지분 기준 47.7%)를 넘겨받았죠. 에스엔아이와 에스엠티는 모두 세원물산의 비상장계열사이자, 두 오너일가 2세의 개인회사입니다.

주목할 점은 주식거래대금이 없었다는 겁니다. 두 거래 모두 오너일가가 무상으로 주식을 넘겨준 거죠. 비상장사인 두 회사의 거래주식 가치는 EY한영회계법인을 통해 산정했는데요. 에스엔아이가 약 838억원, 에스엠티가 약 926억원으로 적지 않은 규모였습니다.

굉장히 이례적인 이러한 주식거래의 배경엔 다소 불미스런 일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세원그룹은 김문기 회장과 김도현·김상현 전 대표가 2018년 12월 나란히 기소됐습니다. 혐의는 ‘일감 몰아주기’였죠. 

그 혐의의 중심엔 에스엔아이와 에스엠티가 있었습니다. 각각 2008년과 2010년에 설립된 두 회사는 높은 내부거래 비중 속에 가파르게 성장했을 뿐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두 오너일가 2세에게 배당금을 안겨주는가 하면 그룹의 핵심인 세원정공·세원물산 지분을 사들여 최대주주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이에 일감 몰아주기를 활용한 2세 승계작업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았고, 결국 재판을 받기에 이른 겁니다.

2021년 나온 1심 판결에서 세 사람은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김문기 회장이 징역 4년, 김도현·김상현 전 대표는 각각 징역 2년을 선고받았죠. 다만, 세 사람 모두 법정구속되진 않았습니다.

이후 항소심에 돌입한 세원그룹 오너일가는 지난해 3월 세원정공 및 세원물산 경영에서 일제히 물러난 바 있습니다. 이는 향후 현실화할 수 있는 공백을 미리 대비하는 한편, 선처를 호소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됐는데요. 이번 주식거래 역시 같은 차원으로 해석됩니다.

효과가 있었던 걸까요. 공시 다음날 이뤄진 항소심에서 김도현 전 대표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김상현 전 대표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으며 1심과 달리 실형을 면했습니다. 반면, 김문기 회장은 1심과 같은 징역 4년을 선고받았고, 법정구속까지 됐습니다.

결국 세원그룹에서 이뤄진 ‘공짜 주식거래’의 진짜 거래대금은 ‘죗값’이었습니다. 다만, 세원그룹 오너일가가 온전히 죗값을 치르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근거자료 및 출처
세원정공 ‘주요사항 보고서(타법인 주식 및 출자증권 양수 결정)’ 공시
2023. 1. 13.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세원물산 ‘주요사항 보고서(타법인 주식 및 출자증권 양수 결정)’ 공시
2013. 1. 13.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세원정공 ‘횡령·배임 사실 확인’ 공시
2023. 1. 18.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세원물산 ‘횡령·배임혐의 진행사항’ 공시
2023. 1. 18.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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