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차기 회장 후보 선정에 난항을 겪자 ‘권한대행 체제 전환’을 선택했다. / 전국경제인연합회
재계 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차기 회장 후보 선정에 난항을 겪자 ‘권한대행 체제 전환’을 선택했다. / 전국경제인연합회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재계 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차기 회장 후보 선정에 난항을 겪자 ‘권한대행 체제 전환’을 선택했다. 회장 직무대행으로 김병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이 내정됐다. 

◇ 후임 회장 후보 못 찾은 전경련, 6개월간 권한대행 체제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은 김병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을 전경련 미래발전위원장 겸 회장 직무대행으로 내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전경련은 오는 23일 정기 총회에서 김병준 회장을 직무대행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전경련은 입장문을 통해 “현재 전경련은 비상 상황으로 대대적인 혁신과 변화가 선행돼야 할 시점”며 “신망 받는 회장을 모시기에 앞서 객관적인 시각으로 전경련을 진단하고 조직의 변화를 이끌어낼 구원투수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병준 내정자는 풍부한 경험과 학식뿐만 아니라 전경련이 지향하는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신념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경련을 과도기적으로 맡아 혁신을 이끌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지난달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후임 회장 후보를 물색해왔다. 이웅렬 코오롱 명예회장을 회장후보추천위원장 겸 미래발전위원장으로 선임하고 차기 회장 선정 절차에 착수했지만 마땅한 후보를 찾지 못했다.

전경련 측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윤 삼양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구자열 LS그룹 이사회 의장 등을 후보로 물망에 올렸지만 이들은 모두 제안을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후보를 넓혀서 다른 재계 주요 총수에게도 제안을 했으나 모두 거절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주요 총수들이 회장직 제안을 줄줄이 거절한 이유는 뭘까.

우선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전경련의 위상이 크게 추락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당시 사태의 후폭풍으로 삼성·현대차·LG·SK 등 4대그룹이 전경련을 탈퇴하면서 전경련은 경제계 대표 단체로서 위상이 크게 위축됐다. 국정농단 사태 이전 600곳이 넘던 회원사는 현재 420여개로 줄었다. 전경련은 문재인 정부 시절 주요 정부 행사에서 제외되면서 사실상 패싱 굴욕을 겪기도 했다. 그 사이, 대한상공회의소는 재계 단체로서 입지를 넓히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에도 전경련의 위상 회복이 요원한 것도 재계 총수들의 회장직 제안 고사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됐다. 당초 재계 안팎에선 기업 친화 기조를 보여온 윤석열 정부 출범에 따라 전경련 위상도 다시 회복될 것이란 기대가 일었다. 그러나 전경련이 지난해 말 대통령-경제단체장 만찬, 지난달 아랍에미리트 순방(UAE) 등 주요 행사에서 배제됐고 이를 놓고 재계에선 전경련과 현 정부와의 관계도 원만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했다. 

◇ 4대그룹 빠진 후 위상 추락… 현 정부와 관계도 ‘글쎄’

회장 직무대행으로 김병준(사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이 내정됐다. / 뉴시스
회장 직무대행으로 김병준(사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이 내정됐다. / 뉴시스

한 재계 관계자는 “재계 4대그룹이 빠져 있는 상황에서 전경련 재건이 제대로 진행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현 정부에선 어느 정도 여력은 갖고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이렇다 할 비전이 보이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인식이 재계 총수들의 회장직 제안 고사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을 보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커진 위상도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관계자는 “현재는 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재계 소통채널이) 돌아가고 있다”며 “이중으로 뭔가를 하기보다는 현 상황대로 유지하는 게 낫다는 판단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후임 회장 후보를 찾지 못한 전경련은 권한대행 체제를 선택했다. 회장 권한대행으로 내정한 김병준 회장은 비경제인 출신이다. 그는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를 지내다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 대통령 정책특보 등을 역임했다. 박근혜 정권 말에 국무총리로 내정되기도 했으나 임명되지는 못했다. 이후 여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을 거쳐 윤석열 대통령 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을 지냈다. 

현 정부와 인연이 깊은 인사인 만큼 이번 인사를 놓고 뒷말이 적지 않다. 현 정부와 코드 맞추기 인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그는 경제 관련 경력도 전무하다. 한시적 회장직 수행이라고 하지만 재계 단체 수장으로서 자격이 적절치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편 전경련은 김병준 회장 권행대행 체제를 6개월간 운영하면서 내부 혁신과 후임 인선 절차를 동시에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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