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이 오는 22일 한국경제인협회로 기관명을 바꾸고 새롭게 출발한다. / 뉴시스
전국경제인연합회이 오는 22일 한국경제인협회로 기관명을 바꾸고 새롭게 출발한다. /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의 임시총회 개최가 임박하면서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임시총회에선 기관명 변경이 확정됨과 동시에 새로운 회장 추대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경련은 이를 통해 추락한 위상 회복을 노리고 있다. 다만 위상 회복을 위해선 삼성·SK·현대자동차·LG 등 4대그룹의 재가입이 절실하다. 전경련 측은 4대그룹에 재가입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으나 재가입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 한국경제인협회로 기관명 교체… “초심으로 돌아가겠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오는 20일 임시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날 총회 안건으론 기관명 변경과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 흡수 통합, 차기 회장 선임안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4일 전경련 이사회와 한경연 임시 총회에선 한경연 해산 및 전경련 흡수 통합 등의 정관변경 안건이 의결됐다. 이달 총회에서 전경련은 한경연 흡수통합을 최종 확정한 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라는 새로운 간판을 달고 탈바꿈할 예정이다.

한경협은 지난 1961년 전경련이 설립될 당시 사용했던 명칭이다. 전경련은 1968년 현재의 명칭으로 변경한 지 55년 만에 출범 당시 명칭으로 기관명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전경련 측은 “초심으로 돌아가 국가와 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전경련은 대표적인 경제단체로서 재계 맏형 역할을 해왔으나 2016년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리면서 기관 신뢰가 크게 흔들렸다. 당시 사태의 후폭풍으로 삼성·SK·현대자동차·LG 등 4대그룹 등 주요 회원사들이 줄줄이 탈퇴하면서 경제계 대표 단체로서 위상도 크게 위축됐다. 국정농단 사태 이전 600곳이 넘던 전경련 회원사는 현재 420여개로 줄어든 상황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엔 주요 정부 행사에서 제외되면서 패싱 굴욕을 겪기도 했다. 특히 최근 몇년간 대한상공회의소가 재계 단체로서 위상을 넓히면서 전경련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전경련은 지난해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위상 회복을 노려왔다. 다만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한동안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수장으로 둔 대한상공회의소가 재계 소통 창구로서 입지를 공고히 다진 가운데 전경련은 새로운 회장 찾기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전경련은 허창수 전 회장 사퇴 후 마땅한 후보를 찾지 못하다가 직무대행 체제를 선택했다.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으론 지난 2월 김병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이 발탁됐다. 김 직무대행은 비경제인 출신으로 현 정권과 인연이 깊은 인사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았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낸 바 있다.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 체제 출범 후 전경련은 쇄신 작업을 추진해왔다. 한경연 흡수 통합 및 기관명 변경도 이러한 쇄신 방안의 일환이다. 여기에 전경련은 최근 잇달아 경제사절단을 꾸려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동행하는 등 경제단체로서 위상 회복도 노려왔다.

다만 위상 회복이 이뤄지기 위해선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바로 4대그룹의 재가입이다. 전경련 측은 지난달 19일 4대그룹(삼성·SK·현대자동차·LG)에 한경협 가입 요청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진다. 

◇ 4대그룹 재가입 가능성 글쎄

4대그룹은 전경련 소속이던 시절, 회비의 70% 가량을 부담했다. 앞서 4대그룹 회원 탈퇴로 전경련은 재정적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은 바 있다. 4대그룹이 회원사로 복귀한다면 재정을 강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재계 맏형으로서 상징성도 회복할 수 있게 된다. 

다만 4대그룹이 회원사로 복귀할 지는 미지수다. 4대그룹 측은 전경련 복귀에 신중한 입장이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18일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열린 준법위 정기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전경련 복귀 관련 질문을 받고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준법위를 만든 것은 정경유착 고리를 끊고 준법경영을 철저히 하라는 의지의 표명이 아니겠냐”며 “그것에 맞춰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이 위원장은 “전경련 스스로 확고한 발상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같은 게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은 기존의 사고의 틀을 깨는 혁신적 생각을 뜻한다. 이 위원장의 발언은 전경련이 정경유착 우려를 해소할만한 확고한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SK그룹의 경우, 수장인 최태원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의 수장을 맡고 있는 만큼 곧바로 재가입을 결정하기엔 어려움을 있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현대차와 LG그룹 측도 전경련 재가입 여부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이달 총회 전까지 4대그룹의 회원사 복귀 여부가 결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은 지난달 28일 일본 경제동우회와 만찬 간담회에서 4대그룹 재가입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고 “4대그룹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데드라인(마감시한)을 정해두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 직무대행의 임기는 이달 22일 만료된다. 전경련은 이달 총회에서 차기 회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차기 회장 후보로는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전경련의 쇄신 의지가 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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