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희원이 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로 글로벌 시청자 앞에 섰다. / 넷플릭스
배우 김희원이 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로 글로벌 시청자 앞에 섰다. / 넷플릭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감독 김태준)는 평범한 회사원이 자신의 모든 개인 정보가 담긴 스마트폰을 분실한 뒤 일상 전체를 위협받기 시작하며 벌어지는 현실 밀착 스릴러다. 

모든 개인 정보와 사생활을 담고 있는 스마트폰을 잃어버린 후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들을 그리며 현실 공포를 선사, 호평을 얻고 있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저격하며 흥행 순항 중이다. 

매력적인 캐릭터 설정도 흥미를 끄는데, 그중에서도 연락이 끊긴 아들을 범인으로 의심하고 쫓는 형사 지만은 범죄 스릴러 영화에 꼭 등장하는 형사 캐릭터에 흥미로운 설정을 더해 완전히 새로운 인물로 탄생, 이 영화만의 차별화된 재미를 더한다. 

지만은 야산에서 발견된 변사체 살인 사건 현장에서 연락이 끊긴 아들의 흔적을 발견한 후, 불길한 직감으로 추적을 이어간다. 집념의 형사와 이중적인 부성의 서늘함으로 극에 또 다른 긴장감을 불어넣으며 장르적 재미를 배가한다. 

지만은 배우 김희원을 만나 더욱 입체적인 캐릭터로 완성됐다. 그동안 쌓아온 내공과 강렬한 연기로 복잡다단한 인물인 지만을 내밀하게 빚어내 극의 깊이를 더했다. 어딘가 의심스러운 미스터리한 면모부터 서늘한 카리스마, 그 안에 숨겨둔 부성애까지 폭넓게 소화하며 몰입도를 높인다. 

김희원은 초반 투자에 어려움을 겪었던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를 위해 1년을 기다렸다고 했다. 신예지만 누구보다 열정적이었던 김태준 감독을 향한 ‘믿음’과 작품을 향한 ‘확신’ 때문이었다. 지난 22일 <시사위크>와 만난 그는 “무조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기다렸다”며 웃었다. 

신선한 형사 캐릭터를 완성한 김희원. / 넷플릭스
신선한 형사 캐릭터를 완성한 김희원. / 넷플릭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플릭스패트롤 기준 넷플릭스 영화 전 세계 2위에 올랐다. 기분이 어떤가. 

“아쉽다. 1위가 아니라.(웃음) 극장 개봉을 생각하고 촬영한 다음에 넷플릭스로 가게 돼서, 아무래도 작은 화면에서 보니 아쉬움이 남기도 하지만, 그래도 되게 재밌게 봤다.”

-지만 캐릭터가 굉장히 흥미로웠다. 

“이 영화를 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장르의 영화에는 보통 형사가 나오고 사건을 추적해서 결국엔 잡는다. 대부분 그렇다. 그런데 범인이 아들이라고 오해를 한다는 설정이 되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연기할 때도 형사라는 것보다 권위주의적이고 고지식한 아버지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했다. 아버지로서 아들을 쫓아가는 부분이 재밌었다.”

-지만을 표현하는데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지만은 아들이 사람을 죽였다는 것을 처음에는 믿지 못한다. 상상해 봤을 때 그걸 한 번에 믿는 부모는 없을 것 같다. 그러다 내가 키운 환경이 그렇게 만들었나, 내가 너무 사랑을 못줬나 하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지만은 아들에게 권위주의적이었고 폭행도 일삼았다. 그래서 아이가 비뚤어졌구나 생각한다. 아들의 잘못이 오로지 아들의 탓만은 아니구나 나에게도 잘못이 있구나 하는 자책감을 많이 생각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화가 난 느낌을 갖고 연기를 했다. 또 되도록 한 표정으로 하고자 했다. 그리고 웃지 않았다. 한 번도 안 웃었다. 인상도 많이 쓰지 않으려고 했다. 감정 변화 없이 그냥 계속 짜증이 나 있는 상태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연기할 때 나도 모르게 뭔가 나오려고 하면 그것을 안 하는 게 힘들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어려운 지점이었다.”

김희원이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고 했다. / 넷플릭스
김희원이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고 했다. / 넷플릭스

-임시완에게 직접 제안을 했다고. 

“임시완이 성실하게 연기를 열심히 하는 친구라서 평상시에도 좋은 후배라고 생각했다. 극 중 준영이 프로그램도 심어야 하고 똑똑해야 할 것 같았다. 컴퓨터도 잘하고. 임시완이 보면 되게 똑똑해 보이잖나. 똑똑한 범죄자에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그램을 되게 잘 깔 것 같았다. 하하. 배우가 배우에게 대본을 주는 게 쉬운 것은 아니다. 같이 하면 좋은데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오랜만에 만나서 편안하게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뭐 하나 갖고 왔는데’ 하면서 시나리오를 건넸다. 쑥스럽더라. 혹시 마음에 안 드는데 괜히 나 때문에 거절을 못할 수도 있으니 그런 생각하지 말고 일단 보라고 했다. 처음에는 스케줄이 안 맞아서 거절을 했다. 그런데 하기로 한 작품이 밀리면서 할 수 있게 됐다고 나중에 연락이 왔다. 그렇게 하게 됐다.”

-김태준 감독은 어땠나. 

“자기 일을 굉장히 열심히 한다. 영화를 하려다가 연기가 꽤 됐다. 1년 정도 밀렸는데, 그 시간을 기다렸다. 그 시기에 전화통화를 몇 번 했는데 영화가 되든 안 되든 콘티를 그리고 있다고 하더라. 영화가 들어갈지 안 들어갈지도 모르는데 콘티를 엄청 열심히 그리더라. 그래서 무슨 사전처럼 콘티북이 나왔다. 너무 성실하게 준비하는 모습에서 신뢰가 갔다. 그렇게 많이 준비를 하다 보니 현장에서도 흔들림이 없었다. 신인감독 같지 않았다. 보통 현장에서 헤매기도 하는데, 이 친구는 준비한 대로 딱딱 해내더라.”

-1년을 기다릴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나.   

“이야기 자체가 너무 현실성 있게 다가왔고 형사가 나오는데 아들이 범인이라고 오해하는 부분도 신선했다. 신선한 부분이 꽤 많았다.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내가 상대방이 되는 거잖나. 스마트폰을 100% 조정할 수 있다면 내가 그 사람이 되는 게 어렵지 않더라. 그런 지점이 굉장히 섬뜩했다. 시나리오가 되게 좋은데 왜 투자가 안 될까 그런 생각이 있었다. 무조건 될 것 같았다. 안 될 것 같은데 기다리진 않는다.(웃음)”

쉼 없는 행보로 대중과 만나고 있는 김희원. / 넷플릭스
쉼 없는 행보로 대중과 만나고 있는 김희원. / 넷플릭스

-‘사일런스’ ‘하이파이브’ ‘무빙’ ‘한강’ 등 공개를 앞두고 있는 작품도 많다. 쉬지 않고 일을 해오고 있는데. 

“놀면 뭐 하나 할 것도 없는데.(웃음) 연기하는 게 재밌다. 이 작품 저 작품을 대본이 오면 이건 이거대로 재밌고 저건 저거대로 재밌다. 또 누군가 나를 찾아준다는 게 감사한 일이잖나. 그래서 힘들어도 ‘아 그래 하자’하면서 계속 그렇게 되는 것 같다. 무명일 때 일이 많이 없었잖나. 그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심하다. 그래서 다음 작품이 잡혀있지 않으면 마음 편히 쉬지를 못한다. 나이를 점점 먹으면서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든다. 그래서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신구 선생님이나 이순재 선생님처럼 하고 싶은데 건강이 될까 싶기도 하고 내가 선배님 정도 연배가 됐을 때 날 찾아줄까 하는 싶다. 그 연배에 활동하는 분이 많지 않잖나. 언젠가는 일이 없어지는 날이 반드시 올 거다. 90세가 되면 90세 역할하면 된다고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위기감을 느낀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도 그렇고 배우라는 직업이 누군가 찾아줘야 하는데 언제 안 찾아줄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연기하는 게 재밌다고 했다. 어떤 재미를 느끼나. 

“여러 의미가 있는데, 연기가 없었다면 과연 내가 행복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 우선 현장에 가면 너무 즐겁다. 사람들과 일을 하면서 나누는 이야기들도 좋고 현장에 있는 게 행복하고 재밌다. 캐릭터를 생각하고 그런 과정은 물론 피곤하다. 배우가 변신해야 한다고 하지만 변신도 한계가 있잖나. 매번 어떻게 변하겠나. 그나마 조금은 다르게 하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그것을 생각해내고 현장에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으면 짜증도 나고 그런다. 그런데 그런 아이디어가 생기고 막상 연기를 할 때는 또 재밌고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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