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차태현이 영화 ‘멍뭉이’(감독 김주환)로 관객 앞에 선다. / 키다리스튜디오
배우 차태현이 영화 ‘멍뭉이’(감독 김주환)로 관객 앞에 선다. / 키다리스튜디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차태현이 영화 ‘멍뭉이’(감독 김주환)로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천만’ 관객을 사로잡은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 이후 오랜만에 스크린 행보에 나서는 그는 “엄청 고민하고 최선을 다해 만든 작품”이라며 ‘멍뭉이’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오는 3월 1일 개봉하는 ‘멍뭉이’는 견주 인생 조기 로그아웃 위기에 처한 민수(유연석 분)와 인생 자체가 위기인 진국(차태현 분), 두 형제가 사랑하는 반려견 ‘루니’의 완벽한 집사를 찾기 위해 면접을 시작하고, 뜻밖의 운명적인 만남을 이어가는 영화다. 

영화 ‘청년경찰’ ‘사자’를 연출한 김주환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아, 완벽한 집사를 찾기 위해 여정을 떠나게 된 두 형제가 하나에서 여덟이 돼버린 강아지들과 함께 웃고 울고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극 중 차태현은 민수의 친형 같은 사촌 형 진국을 연기했다. 진국은 어딘가 못 미덥고 철없어 보이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인물로, 드립 커피에 대한 자부심을 내세우며 시작한 카페 창업이 실패해 경제적 위기를 겪는 주름진 인생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차태현은 깊은 고민에 빠진 동생 민수를 망설임 없이 돕는, 정 많은 진국을 특유의 재치와 현실감 넘치는 연기로 소화한다.

차태현이 엇갈리는 평가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 키다리스튜디오
차태현이 엇갈리는 평가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 키다리스튜디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차태현은 “시나리오를 봤을 때 깔끔하게 넘어가 좋았다”며 “반전이 있거나 해피엔딩을 위한 설정이 시나리오 자체에 없었다. 간결하고 깔끔했다”고 떠올렸다. 또 “‘청년경찰’을 너무 재밌게 봐서 김주환 감독과 일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전혀 없었고 (유)연석이도 있어서 고르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고 ‘멍뭉이’를 택한 이유를 밝혔다. 

다만 영화가 공개된 후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특히 반려견 루니의 집사를 찾아 나서는 민수의 ‘피치 못할’ 사정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차태현은 “주인공이 집사를 찾는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지만, 결국은 그렇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그런 설정을 넣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결혼 전에는 반려견을 계속 키웠고 결혼하면서 안 키운 상황이라 영화 속 상황이 충분히 공감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려인만을 위한 영화가 아니니까 갭을 줄이는 게 중요했다”며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있어서도 훈계 같은 느낌을 주지 않으려고 했고 코믹한 부분도 잘 담기고자 했다”고 중점을 둔 부분을 밝혔다. 

통제가 전혀 되지 않은 동물들과의 촬영이 쉽지만은 않았다는 그는 강아지들의 컨디션에 모든 것을 맞추고 배려한 김주환 감독 덕에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고 했다. 

“동물과 아이가 나오는 영화가 정말 힘들다. 둘 다 해봐서 아는데, 통제가 전혀 안 된다. 김주환 감독도 애초부터 그걸 인정하고 아예 컨트롤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해서 믿음이 갔다. 당연히 상업적인 것도 생각하면서 만들었겠지만 동물에 대한 애정이 컸고 촬영할 때도 그들의 컨디션에 맞췄다. 충분히 욕심낼 수 있었을 텐데 과감히 포기하고 선택과 집중하는 것을 보면서 참 진심이구나 싶었다.”

강아지들과의 호흡에 대해서는 “(친해지기 위한) 노력은 없었다”며 “나를 보고 도망가지만 않으면 됐다. 나랑 또 너무 친하면 안 됐다. 처음 보는 사람인데 꼬리를 흔들면 난처하잖나”며 웃었다. 

‘멍뭉이’로 호흡을 맞춘 차태현(왼쪽)과 유연석. / 키다리스튜디오
‘멍뭉이’로 호흡을 맞춘 차태현(왼쪽)과 유연석. / 키다리스튜디오

진국은 유기견 센터에서 퍼그 토르와 운명적인 첫 만남을 한다. 차태현 역시 “토르와의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진국에게도 중요한 장면이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전형적인 코미디신인데 엄청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기 때문에 톤을 유지하는 게 고민이었다”며 “김지영(유기견 센터장 역) 누나가 진정성을 잘 보여줘서 다행히 잘 완성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번 영화를 통해 유기견 센터에 처음 가봤다는 그는 “촬영을 위해 섭외한 장소니까 그 센터는 환경이 그래도 나았을 것 아닌가. 그런데도 굉장히 열악하고 악취도 심했다”며 “안 좋은 곳은 대체 어느 정도일까 싶더라. 그곳에서 일하는 분들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표했다.  

그러면서 “‘TV 동물농장’ 애청자인데 매주 욕하면서 본다”며 “동물 학대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어떻게 저럴 수 있나 싶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처벌이 너무 약한 것 같다. 처벌이 세져야 할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화에서 진국은 퍼그 토르와의 ‘케미’뿐 아니라, 민수와의 자연스러운 ‘티키타카’로 소소한 웃음을 자아낸다. 차태현은 “90% 이상 시나리오에 있었다”면서 애드리브 같은 대사 소화력의 비결을 공개하기도 했다.  

“웬만하면 시나리오에 있는 대사를 그대로 하는 편이다. 그런데 대사 같지 않다는 말을 많이 하더라. 아무래도 연기를 처음 배웠을 때 그렇게 배워서 그런 것 같다. 어머니가 성우고 아버지도 연극영화과를 나와서 부모님한테 연기를 배웠다. 아마 연기 학원에 다녔다면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일상적으로 하는 연기를 처음부터 배워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차태현이 이미지 변신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 키다리스튜디오
차태현이 이미지 변신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 키다리스튜디오

차태현은 1995년 데뷔한 뒤 영화와 드라마, 예능을 모두 아우르며 활약해왔다. 특유의 유쾌한 입담과 가정적이고 부드러운 이미지로 ‘호감형’ 배우로 꼽히며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이러한 이미지가 배우로서 스펙트럼을 넓히는데 방해 요소가 되기도 한다. 그는 “항상 하는 고민”이라며 “좋은 작품을 만나 다른 장르, 역할을 해보는 게 목표이자 바람”이라고 했다.  

“선과 악을 왔다 갔다 하는 배우를 보면 같은 배우로서 제일 부럽다. 나는 어느 한쪽으로, 극으로 가 있는 상황이라 큰 단점이다. 그렇다고 해서 맞지 않는 옷을 무리해서 입는 게 과연 보는 사람들 입장에서도 원할까 싶고 좋은 작품을 아직 만나지 못했다. 그런 작품과 다른 역할을 해보는 게 배우로서 목표이자 너무나 바라는 일이다. 어떻게 하면 변신까지는 아니더라도 변화를 줄 수 있을까 항상 생각하며 연기한다. 장르에 대한 변화도 있을 것이고, 기회가 다면 도전해 보고 싶다.”

차태현은 예능 출연이 그런 단조로움을 깨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고 했다.  

“어떤 배우들이 연극이나 뮤지컬을 통해 다시 에너지를 받듯 나에게는 예능이 그런 의미인 것 같다. 물론 (예능 출연이) 배우에게 장단점이 분명하지만, 나 스스로에게는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게 큰 장점이다. 예능을 하는 것도 결국은 배우를 오래 하기 위해서 하는 거다. 배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경험이라고 생각하는데, 예능을 통해서도 충분히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능에 도전하는 것이 두렵지 않다.” 

올해 디즈니+ 드라마 ‘무빙’ 공개도 앞두고 있다. 데뷔 후 첫 OTT 시리즈 도전이다. 차태현은 “공중파는 아무래도 제약이 많잖나. 그런데 OTT는 그런 제약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으니까 배우로서는 참 고맙고 좋은 기회”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어 “‘무빙’은 히어로물인데, 희한한 내용”이라며 “대단한 능력자로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히어로물은 배우들의 로망이지 않나”라며 웃었다. 

끝으로 차태현은 ‘멍뭉이’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관람을 독려했다. “최선을 다했다. 어떻게 하면 많은 분들이 와서 재밌게 볼 수 있을까 엄청 고민했고 그렇게 만든 최선이다. 강아지들도 굉장히 많이 나온다. 우린 조연이다. 아이들(강아지)이 주인공이다. 확실히 큰 화면으로 보니까 귀엽긴 더 귀엽더라.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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