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천우희가 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감독 김태준)로 시청자 앞에 섰다. / 넷플릭스
배우 천우희가 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감독 김태준)로 시청자 앞에 섰다. / 넷플릭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천우희가 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감독 김태준)로 글로벌 시청자를 찾았다. 평범한 회사원 나미를 연기한 그는 더욱 깊어진 연기 내공으로 결코 평범하지 않은 존재감을 보여준다. 

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평범한 회사원 나미(천우희 분)가 자신의 모든 개인 정보가 담긴 스마트폰을 분실한 뒤 일상 전체를 위협받기 시작하며 벌어지는 현실 밀착 스릴러다. 

지난 17일 공개 후, 단 3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영화(비영어) 부문에서 3위를 차지하며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스마트폰 해킹’이라는 일상에서 상상할 수 있는 공포를 긴장감 넘치는 전개와 몰입도 높은 스토리, 배우들의 호연으로 완성했다는 평가다. 

천우희의 열연도 돋보인다. 극 중 스타트업 회사 마케터 나미로 분해 극을 이끈다. 나미는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다 스마트폰을 잃어버렸다 되찾은 후 생각하지도 못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평범했던 일상이 뒤흔들리는 인물이다. 천우희는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모습부터 폭발하는 극단의 감정까지, 사건을 겪으며 변해가는 나미의 감정 진폭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 몰입을 높인다.

그동안 강렬하고 개성 강한 캐릭터를 선보여 온 천우희는 최근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나미를 두고 “나와 가장 닮아있는 캐릭터”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저 상황 속에 놓이고자 했다”고 중점을 둔 부분을 밝혔다. (*해당 기사에는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있습니다.)  

천우희가 나미 캐릭터에 자신의 모습을 많이 녹여냈다고 했다. / 넷플릭스
천우희가 나미 캐릭터에 자신의 모습을 많이 녹여냈다고 했다. / 넷플릭스

-공개 후 반응이 뜨겁다. 어떤 점이 글로벌 시청자까지 사로잡았다고 생각하나.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다. 촬영을 끝내고 오픈까지 좀 늦어져서 긴장하고 있었다. 언제쯤 선보이게 될까 했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아서 다행이다. 누구나 스마트폰을 쓰고 있고 잃어버리거나 잃어버릴 뻔한 경험이 있을 거다.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 느끼는 불편함, 불쾌함, 불안감이 잘 녹아들어 있어서 누구나 공감할 만한 부분이 있겠더라. 또 그걸 스릴러에 잘 접목시켜서 이야기를 잘 풀어낸 것 같다. 물론 처음부터 OTT를 생각하고 만든 작품은 아니지만 어느 나라 어떤 사람이 보더라도 공감하며 재밌게, 만족스럽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어땠나. 끌린 이유는. 

“재밌게 읽었다. 또 지금까지 한 캐릭터들이 굉장히 독특하거나 현실에 있지 않을 법한 상황이 많았다면, 이번 작품은 평범한 직장인이 스마트폰을 떨어뜨리며 일어나는 사건이라는 로그라인 자체가 현실적이었다. 그 평범한 직장인을 내가 연기했을 때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이 사건과 이야기를 안내하면서 가는 역할을 해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던 것 같다. 캐릭터적으로 눈에 확 띈다기 보다 전체 흐름에 같이 가는 역할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언급한 것처럼, 나미는 우리 주변에서 볼법한 평범한 직장인이다. ‘평범함’을 그려내기 위해 고민한 것이 있다면. 

“나미라는 캐릭터 자체가 나와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일을 해결해 가는 방법이라든지 독립적인 성격이라든지, 많은 부분이 맞닿아있었다. 너무 현실적인 설정이기도 했고. 또 감독님이 나에 대해 굉장히 많이 수집을 했더라. 내가 갖고 있는 포인트를 접목해서 나미를 표현하고자 한다는 걸 느꼈다. 그것을 살리기 위해서는 나로 놓이는 게 맞겠더라. 연기하고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내가 이 상황에 놓이면 모든 것들이 흘러가겠구나 싶었다. 또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몰입감을 갖게 하는 것은 결국은 체험인데, 그 체험도를 높이려면 내가 체험하는 것처럼 연기할 수밖에 없더라. 그것은 어떤 노력이라기보다 좋은 상황과 인물 간의 관계만 잘 생각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평범한 회사원 나미를 연기한 천우희. / 넷플릭스
평범한 회사원 나미를 연기한 천우희. / 넷플릭스

-감독이 배우에 대해 ‘수집’했다고 표현했는데, 설명을 덧붙인다면. 

“이걸 어떻게 아셨지 할 정도로 SNS나 유튜브를 보고 많은 것을 수집해 왔다. 특히 유튜브 속 모습이 제일 나미스럽겠다고 생각하고 많은 관찰에 의해 그 인물을 만들어냈다고 하더라. 되게 고마웠다. 어떻게 보면 캐릭터를 구축해나가는 데 있어서 배우가 해야 하는 것들이 있잖나. 그런데 본인이 관찰해서 있는 그대로, 연기가 아닌 배우 자체를 갖고 오고 싶어 한 게 좋았다. 적격인 캐스팅을 하는 것도 감독의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하는데, 남들은 알지 못했던, 내가 원래 갖고 있던 기질을 잘 파악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극 중반까지는 일상성을 보여주다가 점점 사건에 휘말려가면서 변화하고 말미에는 극단의 감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어떤 차이를 두고 연기했나. 

“그 지점이 이 인물이 입체적이고 연기하기 재밌겠다고 생각한 이유다. 전체를 보고 조율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초반에는 생활연기를 보여주고 뒷부분에서 극적인 감정연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힘 분배를 잘 하지 않으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몰입이 안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미 가해자가 나와 있는 상태에서 극이 진행되잖나. 나미의 역할은 자신을 응원하게 하면서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얼마나 감정을 응축하고 있다가 보여줄 것인가 고민을 많이 했다. 초반부터 강렬하고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평범한 모습에서 삶을 잃게 됐을 때 극도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인물로 표현하는 게 중요했다. 물론 힘든 점도 있었지만 만들어가는 데 있어 꽤나 재밌었다.”

-준영을 연기한 임시완도 인상적이었다. 절로 이입이 됐을 것 같은데. 

“되게 만족스러웠다. 너무 잘했다. 적격이었다. 현장에서도 굉장히 노력을 많이 했다. 가만히 안 있더라.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면서 노력을 정말 많이 하는 친구였다. 악역 말고도 분명히 좋은 얼굴이 많은 친구라는 생각이 든다.”

천우희가 신예 김태준 감독과의 작업에 만족감을 표했다. / 넷플릭스
천우희가 신예 김태준 감독과의 작업에 만족감을 표했다. / 넷플릭스

-김태준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고마운 게 많다. 특히 촬영 전부터 신뢰도가 높았던 이유는 초반부터 이미 완성된 콘티북 때문이었다. 완성된 콘티북을 받는 게 생각보다 드물다. 프리단계에서 작업하다가 촬영에 들어가면 어느 부분은 비어있을 때가 있기도 한데, 콘티북이 엄청 두껍더라. 이 작품을 위해 얼마나 공을 들이고 준비하고 있는지 연출적으로 어떻게 하고 싶은지 다 보였다. 앵글도 신선한 부분이 되게 많았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상상했던 부분이 콘티북을 통해 이런 앵글로 이렇게도 찍을 수 있구나 신선하고 재밌게 받아들여진 부분이 많다. 만족감 있는 컷들을 건진 것 같아서 뿌듯함도 컸다.

감독님이 정말 좋은 연출자가 될 것 같은 게 모든 신마다 당연히 공을 들이고 싶고 다 잘 찍고 싶은데 여건이 안 될 때가 많잖나. 그것을 효율적으로 잘 분배하더라. 취하고 싶은 것은 끝까지 집요하게 하고, 보완이 가능한 것들은 조율해가면서 현명하게 진행을 했다. 또 배려를 많이 해주는 스타일이었다. 소통이 정말 잘 됐다. 첫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어려움 없이 잘 진행이 된 것을 보면 앞으로도 꽤 좋은 작품을 남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든다.”  

-결말에 대한 생각은.  

“감독님과 내가 절대로 뺏기고 싶지 않았던 게 결말이었다. (결말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굳이 저렇게까지 응징해야 하느냐, 법적인 처벌을 받으면 되지 않냐고. 하지만 나는 그 정도의 악의를 갖고 있고 그 정도의 지능을 가진 사람이라면 법적인 처벌을 받아도 충분히 나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미의 대사처럼 누가 지켜줄 수 있냐, 평생 지켜줄 수 있나. 그 말은 결국 자기 스스로 지켜내야 하고, 확실한 처벌을 하고 응징할 수 있는 사람은 나미라고 생각했다. 법적인 처벌을 받고 끝냈다면 보는 이로 하여금 해소감이 들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가 끝까지 달려오는 데 있어서는 지금의 결말이 맞다 생각한다.”  

단단한 연기 내공의 천우희. / 넷플릭스
단단한 연기 내공의 천우희. / 넷플릭스

-나미가 아닌 천우희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직업상 죽일 수는 없겠지만(웃음) 분노심은 그만큼 클 거다.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했을 거다. 일자리를 잃은 것도 크지만 오해라는 것, 누명을 쓴다는 건 정말 큰일이잖나. 그렇게 억울하고 이만큼 위험한 상황이라면 두발 벗고 해결하려고 할 거다. 가장 괴로운 감정이 억울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신선하고 다양한 카메라 무빙과 앵글도 인상적이었다. 촬영은 어땠나.  

“직접 스마트폰으로 찍기도 하고, 스마트폰인 척 카메라를 잡고 찍은 경우도 많다. 이것저것 장비들을 많이 써봤다. 인서트 컷에서 손 모양과 각도가 틀어지면 안 돼서 최대한 신경을 썼다. 보디 캠도 해보고 이것저것 진짜 많이 해봤다. 연기적인 집중도뿐 아니라 기술적인 것도 필요했다. 다양한 각도에서 인물의 심리적인 것을 표현하는 재미도 꽤 컸다. 현실에서 겪어보지 못할 감정들을 연기적으로 표현해낼 때 나름의 쾌감이 있는데, 그것이 모니터에 담기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그런 찰나의 순간들도 잘 포착해 줬더라. 연기뿐 아니라 기술적인 합도 잘 맞았다.”

-배우로서 한 작품 안에서 다채로운 얼굴, 다양한 감정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만족도도 높을 것 같은데.

“작품마다 다르겠지만,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줬다고 해서 최상의 만족도를 느끼는 것은 아니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느낌과 완성도가 높게 나오는 것에 대한 만족도가 더 높다. 물론 나의 연기적으로 아쉬운 부분도 있겠지만 그것을 떠나 작품 전체에 대한 만족도가 높을 때, 개인의 만족도도 높다. 시나리오가 잘 구현됐는지가 제일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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